원팀의 강점, 그리고 약점...주류와 상이한 목소리 환영해야
[윤태곤 정치분석가] 다음 주(11월 9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맞게 된다. 국정 운영의 주요 초점도 정권 재창출에 맞춰질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모눈을 뜨고 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정권 재창출에 무관심한 것이 무책임한 일이다. 정권이 재창출된다는 것은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좋다는 뜻이고, 정권이 교체된다는 것은 그 반대기 때문이다.
비문(非文) 없는 명실상부한 원팀(One Team)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현 여권의 주요한 특징은 ‘비주류의 부재’라는 점이다. 현재 당청은 명실상부한 ‘원팀’이다. 여당 의원들 중 일부는 ‘친문’으로 분류되지만 ‘비문’으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과거의 비문’은 있지만 현재는 ‘친문’, ‘덜친문’ 정도다.
열린우리당 이래 새정치민주연합 시절까지 십 수 년 간 민주당 계열 정당의 고질적 병폐는 계파 갈등이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극심한 갈등 끝에 안철수계가 탈당하고 김한길 등 비주류 리더급이 동반 탈당했다. 박지원 등 호남계도 뒤를 따랐다.
분열의 결과물이었지만 이로 인해 뿌리 깊은 계파갈등이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비주류의 리더가 될 만했던 안희정이 사라졌다. 대통령과 다른 결을 지닌 차기 주자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지난 2년 반 동안 여권에선 ‘당청 갈등’이라는 문구 자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강력한 강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강점의 뒷면은 약점이다.
비주류의 부재는 역동성, 복원력, 변화 동력의 저하와 연결된다. 흔히들 여권 내 비주류의 성장은 청와대의 장악력 저하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줄어들수록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높을 때 국정전반에 대한 장악력이 그나마 유지되는 법이다.
그 성패는 대통령 중심의 구심력과 비주류 혹은 차기 주자 중심의 원심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는 가에 달렸다.
과거 정권재창출 사례. 비주류를 인정할때 성공
최근 네 명의 대통령 가운데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사람은 두 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정권 핵심인 권노갑을 타겟으로 하는 ‘천신정’의 정풍운동 에너지를 수용하면서 국민경선의 장을 열었고 비주류인 노무현을 통해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김태호, 정운찬 등 부담이 덜한 차기 주자를 띄우려는 기획을 진행했지만 역부족을 인정하고 ‘여당내 야당’으로 불렸던 박근혜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당명 교체 등 차별화를 진행하는 것을 수용했다. 두 경우 모두 중심이 자연스럽게 구심력에서 원심력으로 전화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심력과 구심력이 맹렬히 충돌한 경우다. 열린우리당 창당 때 만해도 비주류라 불릴만한 사람조차 없었는데 금방 상황이 달라졌다. 갈등은 커졌지만 조정, 수렴되지 못했고 역대 최대 표차로 대선에서 패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강력한 구심력을 지니고 원심력을 억압했다. 그래서 임기도 채우지 못했다. 자신이 밀었던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후보들이 정의화, 김무성, 유승민에게 모두 패했을 때 당내에서 발현된 원심력을 수용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발생한 ‘조국 국면’은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볼 수 있다. ‘Post 조국’ 국면에서 주류와 상이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원심력을 인정하고, 구심력과 조화시킬 때 국정운영도, 정권재창출도 성공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