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연내 추가인하 없다" 시사...시장은 내년 통화 정책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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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연내 추가인하 없다" 시사...시장은 내년 통화 정책에 '주목'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0.31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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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올해 세번의 금리인하는 ‘보험성 성격' 강조
연준, 미국 경제에 대한 판단 변화 없어...대외변수에 영향 받을 듯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시장이 기다리던 연내 추가 인하 신호는 나오지 않았다. 당분간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통화정책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관심은 내년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0일(현지시간) 양일간의 정례회의를 마치고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1.75%~2.00%에서 1.50%~1.7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과 9월에 이어 세 번 연속 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춘 것이다.

◆ 올 들어 0.75%P 인하…‘보험성’ 성격 강조

직전 두 차례의 FOMC 회의 때와 같이 이번 금리 인하에도 ‘보험성(insurance cut) 성격이 부각됐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위원회는 최대치의 고용과 물가 안정을 이루고자 한다”며 “글로벌 사안들이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과 미미한 인플레이션 수준을 고려해 금리 목표 범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과 관련 “글로벌 사안들을 마주한 미국 경제의 확장을 도우면서 계속되는 위험에 약간의 ‘보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중국 등 주요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한 데 따라 미국 경제의 하방 위험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화하는 글로벌 무역‧정치 갈등 역시 경기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연준의 판단은 큰 변화가 없었다. 연준은 지난달 FOMC 이후 노동 시장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 활동이 적당한 수준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몇 달 간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증가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가계지출의 증가에도 기업 투자‧수출은 약세를 보였다. 지난 12개월 기준 인플레이션과 근원 인플레이션(식품‧석유 제외)은 연준의 목표치인 연 2%를 여전히 밑돌았다. 연준은 “향후 지속적인 경제 활동 확장, 강한 노동 시장, 연 2% 목표치 전후의 인플레이션 등을 달성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 일축

시장의 기대와 달리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연준이 성명서에서 경기 확장을 위한 “적절한 행동(act as appropriate)”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는 점이다. 이 표현은 지난 6월부터 FOMC 성명서에 등장,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됐다.

연준은 대신 “금리 목표 범위의 적절한 경로(the appropriate path of the target range)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중간 조정(mid-cycle adjustment)’을 마무리한다는 문구는 없었으나 추가 완화책 시행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 내의 미묘한 변화도 감지됐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9월 FOMC 회의 당시 유일하게 0.50%포인트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0.25%포인트 인하에 표를 던졌다.

◆ 파월 의장, ‘매’와 ‘비둘기’ 사이로

다만 파월 의장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시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미국 경제에 대해선 성명서와 같은 설명을 반복하며 “미국 경제는 11년째 확장하고 있고 기본적인 경제 전망은 여전히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기와 무역의 둔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미했고 우리는 경기 전망을 낮춰야 했다”며 세 차례의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통화정책 조정은 경기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점차 연준의 전망대로 지속적인 경제 활동 확장, 강한 노동 시장, 연 2% 목표치 전후의 인플레이션 등이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연준이 당분간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 “정책은 미리 정해지지 않는다”며 “우리의 전망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상황이 확인되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이면서도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야 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우리의 전망과 경제 상황이 일치하는 한 계속 적절하다”고 밝히며 완화 기조에 긍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연준은 통화정책 효과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2월 올해 마지막 FOMC 회의가 남아 있으나 적어도 연내에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금리 동결 혹은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연준 위원들이 늘어나지 않은 점도 통화정책 경로 변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투표권을 가진 열 명의 위원 가운데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이번에도 금리 동결에 표를 던졌다. 두 위원은 지난 7‧9월에도 금리 인하를 지지한 바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중립파’ 중 일부 위원들이 금리 동결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 시장의 관심은 내년으로

이번 FOMC 회의 직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연내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상과 달리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 동결 의사를 내비치자 이제 시장의 시선은 내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Brexit) 등 대외 요인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중이 ‘1단계 합의’에 근접한 데다 브렉시트 기한이 내년 1월로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됐다. 또 연준의 전망대로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세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연준은 경기 확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그간 금리 인하 이유였던 미‧중 무역분쟁 등 경기 관련 위험이 경감됐다”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연말과 내년 초 전후해 연준의 물가 목표 중심값인 2%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준은 내년 말까지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 사진=연합뉴스

반면 일각에선 글로벌 정치‧무역 마찰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이상 미국 경기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달 들어 생산‧소비‧고용 등 주요 지표가 엇갈리면서 경기 전망을 불안케 하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의 뚜렷한 개선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이 다시 힘을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 미국 내 국가들의 경기 회복 지연 등 보험성 금리 인하를 야기했던 요인들이 여전하다”며 “미국 경기 역시 제조‧투자를 중심으로 둔화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내년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내년말 금리는 1.00%~1.25%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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