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8월 이후 글로벌 주가가 오르고 있다. 10월 초에 조금 주춤하기도 했지만, 주요국 주가는 석달 동안 5%~10% 올랐다.
이 과정에서 우리 주가 역시 코스피 9%, 코스닥지수 18% 등 의미 있게 올랐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 증시가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거의 제일 안 좋은 실적을 나타냈음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글로벌 주가, 나아가 우리 주가의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주가 상승 원동력은 미중 패권다툼 완화
크게 보면 이번 주가 상승은 미중 패권 다툼의 완화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은 글로벌 경제의 급격한 추락이나 금융 경색에 따른 위기를 완화시켜줄 수 있다. 따라서 그 동안 관련된 우려로 떨어진 주가의 일부는 되돌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상이 추세적인 경기 확장과 기업 이익의 증대를 약속해 준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높은 성과를 올린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을 감안할 때 2017년과 같이 추세적 주가 상승이 재현될 것으로 보는 것은 섣부른 기대라고 생각된다.
물론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10월 초부터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내용 면에서도 합리적이고, 협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내용 면에서의 합리성은 월버 로스 장관의 인터뷰에서 나타난 협상 단계에서 나타난다.
그에 따르면 협상은 3단계로 진행될 것인데, 1단계에서는 위안화 환율의 정상화와 금융업, 금융시장 개방을 중심으로 하고, 2단계에서는 중국 내 합작 기업 등의 기술 이전 의무와 지적재산권 등이 포함되며, 3단계에서는 이러한 협상 내용이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순서와 내용을 합리적으로 보는 것은, 해당 협상안이 양측의 이해 관계 순서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 입장에서 볼 때 환율과 금융업은 잠재적 리스크와 관련이 있고, 기술 부문은 장기적 성장과 관련이 있다. 잠재적 리스크는 다양한 통제가 가능하지만, 과학기술 경쟁에서의 제약은 새로운 산업시대 내에서 중국 기업들이 차지할 위상과 군사력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논의와 보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진행된 높은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잠재적 리스크이고, 중국을 달러화 경제 체제로 편입시키는 것이 달러화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더 중요할 것이다.
결국 양측은 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보호하고, 리스크를 천천히 해결하는 방법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셈이다. 또한 문화적, 정치적 차이로 볼 수 있는 법제화 부분은 맨 뒤로 놓아 협상의 현실성을 더했다.
'3단계 협상'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하지만 어차피 패권 다툼의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협상은 맹점을 가지고 있다. 미뤄진 2단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1단계 협상부터 그렇다. 환율 및 금융업, 시장 개방에서조차 중국이 원하는 해외 자본 조달을 위한 수준의 자유화와 개방, 그리고 미국이 원하는 금융 패권의 유지를 위한 수준의 자유화와 개방 간에는 큰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협상에서는 그 간극에 대한 서로 간의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다고 해도, 이것이 중국의 완연한 달러화 체제로의 편입이 아니라면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
내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다양한 노이즈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금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빠른 협상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에는 언제든 미국의 입장이 바뀔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에 따라 협상의 내용과 속도를 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에 실질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쳐 온 것이 미중 협상이라기 보다 자국 보호주의라는 점이다. 자국 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국의 다양한 정책들은 미중 무역협상과 무관하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교역의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즉,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더라도, 큰 흐름의 반 세계화가 되돌려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는 수출, 특히 중간재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앞으로도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단기 상승은 가능, 추세 상승은 '글쎄'
물론 단기적인 증시 상승 흐름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에 따른 안도감과 협상이 현재와 같은 순서대로 진행될 때 나타날 달러화 약세, 위안화 강세는 각국의 공격적인 통화·재정정책, 그리고 반도체 경기 바닥 가능성 등과 함께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증시 역시 중요 리스크의 완화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일정 기간 좋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 작년과 올해 부진했던 우리 증시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결국 증시는 글로벌 경제, 우리 경제의 성장 추이와 기업들의 실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고 성장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게다가 국내 증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고유의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의 정책 방향이 다소나마 친기업적으로 변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적극적인 재정 확대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 효과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2017년과 같이 고점을 경신하는 주가 상승보다는 제한적으로 오르고 다시 떨어지길 반복하는 증시 흐름을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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