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행동주의’ 바람 부는 美부동산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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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행동주의’ 바람 부는 美부동산 업계
  • 김현민
  • 승인 2015.10.12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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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흐름을 읽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

(김현민씨의 글입니다. 씨티그룹 글로벌캐피탈마켓 뉴욕투자은행부 차장, 前맥킨지&컴퍼니 컨설턴트)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이하 액티비즘, 액티비스트로 혼용함)로 무장한 펀드들의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 경영진들은 주가추이는 물론 재무구조 효율성, 지배구조, 사업모델 등 액티비스트 주주들의 표적이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 선제적인 방어 전략을 모색하기 바쁘다. 이러한 액티비즘 트렌드는 국내에서도 얼마전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주총회 대결, 롯데그룹 승계 분쟁의 경우에서 액티비스트 펀드에 취약한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씨티그룹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액티비스트 헤지펀드의 규모는 28% 성장했으며, 작년 기준 자산규모가 1,150억 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누적수익률이 20%대로 S&P500 지수 14%, 헤지펀드 전체 평균 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거시적인 환경을 보아도 수년 째 지속되는 저금리, 저성장 추세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액티비스트 투자 바람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쯤 되면 대기업 경영진, 이사회가 긴장할만 하다.

 

그런데 그동안 액티비스트 투자에 대해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산업군이 하나 있었다. 바로 리츠(REITs) 모델이 발달한 미국 부동산 시장이다. 최근 다시 뜨겝게 달아오르는 M&A(인수 및 합병) 붐 사이클에 힘입어 리츠 업계에도 인수합병, LBO(차입 기업인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대부분 우호적 인수(friendly takeover)가 주를 이루었다. 경영진과 인수기업 이사회와의 협력으로 딜을 성사했고, 지분에 대해 비우호적 지배권 행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주로 적대적 인수(hostile takeover)를 내세우는 액티비즘 전략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리츠기업이 액티비스트들을 피해간 까닭은?

먼저 밸류에이션(가치)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리츠의 가치 평가는 순자산가치로 이루어진다. 리츠의 사업 모델은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소유, 개발, 매입·매각 하는 모델로, 보유 자산과 그 거래가 상대적으로 투명한 편이다.

그래서 기업공개된 리츠의 경우 순자산가치에서의 프리미엄-디스카운트의 증폭이 그리 크지 않는 수준에서 거래되곤 한다. 액티비스트 인수의향자가 주주가치 증대라는 이유를 내세워 적대적 인수, proxy fight(주주권한 위임장 대결)을 감행할 만한 명분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지배구조적인 관점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상장 리츠들은 동일인의 주식보유한도가 있다. 통상 주식매입을 통한 소유지분이 9% 이상일 경우 이사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매입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 액티비스즘 전략을 표방하는 펀드들이 쉽게 지배권행사를 할 수 없는 구조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다수의 리츠들이 메릴랜드주에 등록돼 있다. 메릴랜드주의 관할법은 기업 이사회에게 유리한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적대적 M&A 분쟁에서 이사회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더 많았다. 다시 말해 이사회의 Revlon Duties (주주 가치증대에 대한 이사회의 신임 의무)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외부 투자세력에 대한 방어 수단이 우세한 환경이다.

 

또한 90% 이상 배당 의무비율이라는 리츠 특유의 배당정책도 한 몫을 했다. 최근 S&P500 기업들의 유기적 성장세가 정체되면서 현금 보유액은 증가하는데 비해 배당, 전략적 투자 규모가 적어 현금자산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배당 프리미엄을 노린 액티비스트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배당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등 경영 개입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리츠의 경우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하는 규제가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업계 대비 배당률이 높은 편에 속하며, 같은 산업군의 리츠들인 경우 배당률에 차이가 크게 없기 때문에 액티비스트 주주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부동산업계도 더이상 안전망 없어.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방어막들도 소용 없는지 리츠업계에도 액티비스트 주주들의 공개요구(public letters)를 통한 공세가 넘쳐나는 추세다. 심지어 몇 건은 적대적 인수 의향을 보인 사례도 있다.

더이상 리츠라고 해서 액티비즘을 피해갈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이는 다른 업계처럼 비효율적인 재무구조나 저배당, 저평가된 주식으로 액티비스트 주주가 개입할 여지가 많아서라기보다는 적대적 M&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배구조와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 매커니즘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한다.

 

기업인수 방지법(Anti-Takeover Statutes)의 관점에서 리츠업계가 다른 업계에 비해서 취약한 부분이 몇가지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50여개의 리츠들과 부동산 업체와 이를 제외한 다른 산업군의 S&P500 기업들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기업정관 수정, 이사회 구성 변경 및 이사회 특별 소집 건에 대해서 다수결(majority vote) 조항이 있는 리츠들은 전체의 60%이고(타업종의 경우 70%), 특히 포이즌필(Poison Pill) 조항이 있는 기업은 2% 미만에 불과하다(타업종은 9%). 지배구조 리스크 관점에서 눈여겨볼만 한 부분이다.

 

또한 대부분의 액티비스트 주주가 단기간에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전략을 구사하는데 리츠기업이 타깃인 경우 이러한 전략의 실행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액티비스트 주주들은 부동산 회사에 ▲비핵심 부동산 자산의 매각 ▲자사주 매입 ▲세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 일부 포트폴리오를 리츠로 기업분할(spin off할 것(C-corp 부동산기업의 경우) 등의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올 경우 경영진들은 액티비스트 주주들에게 손을 들 수 밖에 없다.

올해 있었던 대표적인 경우를 보자. 세계적인 호텔체인업체 MGM그랜드(MGM Grand)에게 이사회 변경 뿐 아니라 리츠 모델로 스핀오프를 요구한 액티비스트 펀드 L&B의 사례가 있었다. SNR이라는 리츠에게 레빈 캐피탈(Levin Capital Strategies)이 독립적인 사외이사 영입 및 자사주 매입, 일부 자산매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어는 선제적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런 전략을 알고 응용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변화하는 투자흐름을 정확히 읽고, 앞으로 부동산기업들이 지배구조, 사업전략, 자본구조 등의 측면에서 액티비스트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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