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민주당의 '트럼프 탄핵 표결'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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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민주당의 '트럼프 탄핵 표결' 승부수 통할까?
  • 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 승인 2019.10.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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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 샅바싸움된 '탄핵정국'
IS수괴 제거작전 성공에 지지율 상승한 트럼프...
민주당, 31일(현지시간) 하원서 탄핵 표결로 맞불
권영일 미국 애틀랜타 통신원.
권영일 미국 애틀랜타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미국 대선정국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슬람국가(IS) 수괴 제거작전 성공으로 기세를 올리자,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표결 카드로 맞불을 붙이며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1년여 남겨 놓고 샅바싸움에서 밀리면 어느 쪽이든 이길 확률이 적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낙점받고 선거유세에 나섰다. 대선 포석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 미국 정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이라는 프리미엄(덤)도 가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아직 대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후보가 초반 레이스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으나, 탄핵정국이후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에게 추월을 허용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워런이 확실하게 치고 나온 것도 아니다. 여론 조사기관마다 순위가 다르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IS를 공격해, 수괴 아부 바크로 알바그다디와 대변인이 사망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 내 여론도 호의적인 추세다. 그동안 수세 국면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민주당의 응수 차례. 지도부는 국면타계를 위해 잠시 보류했던 탄핵조사라는 승부수를 다시 꺼내 들었다. 대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한다.

미국 연방하원은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탄핵조사 관련, 결의안 채택을 놓고 첫 표결에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하원은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탄핵조사 관련, 결의안 채택을 놓고 첫 표결에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와 관련해 빠르면 31일(현지시간) 연방하원에서 결의안을 첫 공식 표결에 부친다. 이 결의안은 하원이 공청회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와 관련한 절차를 공식화하기 위한 것이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결의안(표결)이 법적으로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문서 제출과 증언 방해, 적법하게 허가된 소환장 무시, 하원의원을 계속 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의안에는 현재 탄핵 조사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모든 문서와 기록 요청, 증인 소환, 이미 실시했거나 앞으로 실시할 조치 등을 확인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탄핵…역풍도 가능한 ‘양날의 칼’

미국 민주당 지도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결의안 표결에 돌입하면서 여야 진영엔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민주당이 자충수를 두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결의안이 통과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한창 재선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집권 3년차에 탄핵 조사를 받는다.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도중 상황이 얼마든 바뀔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 지지율 등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하려면 해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게도 탄핵 추진이 마냥 좋아할 호재는 아니다. 바이든 후보는 부통령 재직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미 도덕성에 흠집이 났다.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어도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상원에서 제동이 걸리면 타격이 크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탄핵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총 435석 중 222석) 하원에서는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당인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총 100석 중 53명) 상원이다. 상원 재적의원 3분의 2(67명)의 찬성이 필요한 탄핵 절차상 공화당 내부 반란이 없는 한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까지 탄핵 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1868년)과 리처드 닉슨(1974년), 빌 클린턴(1998년)으로 모두 세 명이지만, 아직 탄핵으로 직을 잃은 대통령은 없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처럼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을 계산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탄핵 시도 자체가 내년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의회가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유권자에게 던질 수 있다는 것.

주류 언론에선 하원 법사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릴 명확한 증거가 발견돼 탄핵 절차를 공식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탄핵 조사 추진이 어쩌면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 때 경험했듯 상원에서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더 얻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탄핵 조사가 오히려 면죄부가 돼 내년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론이 처음 제기된 지난 2017년 2월 이후 줄곧 신중론을 펴왔다. 지난달 탄핵조사 추진을 공식화 한 이후에도 계속 여론의 추이를 살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1월 20일 조지아주 대선후보 토론회까지 어떻게든 트럼프의 질주에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절박함이 무엇보다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여부보다, 민주당이 던진 승부수가 앞으로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 권영일 미국 애틀랜타 통신원은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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