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상황실과 오바마의 상황실...리더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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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상황실과 오바마의 상황실...리더의 장면들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10.28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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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알바그다디 제거작전 상황실 사진
오바마 대통령, 빈라덴 제거작전 상황실 사진과 대조
다시한번 상기하는 오바마의 '밀려나도 위대한 리더십'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외신 사진 한 컷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들의 포즈가 일하고 있는 모습인가, 일하다가 살짝 멈추고 포즈를 취한 모습인가. 억지로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 앉아 몸무새를 고쳐 맨 포즈인가.

군인은 군복을 입고 있고, 민간인인 정치인들은 매우 깔끔한 정장차림이다. 거기에 한결같이 넥타이를 맸다.

트럼프는 평소 좋아하는 색깔의 넥타이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예의 넥타이를 맸다.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빨간 넥타이 차림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사진찍는데만 열중하는 표정이고, 유일하게 군복을 입은 마크 밀리 합참의장만 긴장된 표정을 드러낸다.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과 핵심 참모진. 사진= UPI연합뉴스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 사진= UPI연합뉴스

비지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상황실'의 테이블 위를 살폈다. 유선 인터넷 케이블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컴퓨터에 연결된 것이 없다.

'트럼프 상황실'이 상황을 보고받고 지휘하는 모습이 아니라, 마치 다른데 있다가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앉은 모습으로, 상황실은 연출을 위해 마련된 사진관에 불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각)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난 뒤, 특수부대의 군사작전을 지키보는 백악관 상황실의 모습을 공개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장면을 지난 2011년 5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빈라덴 사실 작전` 상황실 장면과 극적인 비교를 했다.

8년전 오바마 전 대통령도 상황실에서 `빈라덴 사실 작전`을 지켜봤고, 관련 사진이 공개됐다. 당시 백악관 전속 사진사 피터 소우자가 촬영한 것인데, 오바마는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터 국무장관 등 당시 외교안보팀 주요 인사들과 함께 긴박한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장면을 찍었다.

빈 라덴 사살작전을 지켜보는 오바마 대통령과 참모진. 사진= AP연합뉴스
빈 라덴 사살작전을 지켜보는 오바마 대통령과 참모진. 사진= AP연합뉴스

특히 이 사진은 오바마의 '전쟁 리더십'을 극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백미로 꼽힌다.

사진을 보면 상황룸에서는 넥타이를 맨 사람은 참모 몇사람 뿐, 대부분은 밤을 새며 지켜보고 있는 리얼리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힐러리는 마치 비명을 참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좁은 상황실에 많은 참모들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서 있고 대통령은 구석으로 밀려나있다. 

압권은 오바마의 모습이다. 정중앙 죄석을 내어주고 뒤로 밀려나있는 옆자리에 앉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최고 군통수권자'이기는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작전을 지휘하는 군 참모진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리를 양보했지만, 참모를 배려하는 그의 유연한 리더십은 누구보다도 강해보였다는 평가다.

비지니스인사이더는 "두 장의 사진이 두 명의 대통령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했고, AP통신은 "두 개의 위험한 군사작전과 백악관의 극적인 순간, 그렇지만 두장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대통령의 스타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상황실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 당시의 전속 사진사인 피터 소우자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군사작전은 워싱턴 시간으로 오후 3시30분에 이뤄졌다. 그런데, 카메라의 사진 촬영시각은 오후 5시5분24조"라고 주장했다. 미군이 작전에 돌입하고 나서 약 1시간30분 이후에 촬영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런 극적인 순간을 찍은 사진 장면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단순하게 보면 세트장에서 의도된 옷차림과 표정으로 정치적 목적성을 갖고 찍은 사진이 있고, 그 상황 자체의 엄중함과 역사적 의미로 인해 현장의 리얼리티를 그대로 살려 그대로 사진기에 담은 경우가 있다.

전말을 잘 알지 못하거나, 지휘할 디테일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중앙에 앉아야 한다는 강박감, 전임자 만큼이나 자신도 뭔가 성과를 올렸음을 보여줘야할 현재의 정치적 궁핍함이 고스란히 담긴 모습이다. 

리더가 세트장을 만들어서 옷차림과 표정을 의도된 이유로 꾸미고.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발언과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히 궁색한 정치적 입지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라는 먼 곳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세월호 사태때 국가의 지도자가 그같이 연출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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