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메신저시장 평정한 '카카오'와 제휴...기대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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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메신저시장 평정한 '카카오'와 제휴...기대 효과는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10.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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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카카오, 주식교환…MOU보다 끈끈한 관계 구축
SK텔레콤·카카오, 커머스·콘텐츠·AI 시너지 기대
SK텔레콤·카카오, 모빌리티 등 사업 충돌 우려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왼쪽)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왼쪽)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휴대폰 메시저시장의 퍼스트무버와 패스트팔로워가 손을 잡고 시너지 구축에 나섰다. 국내 이동통신 부동의 1위 SK텔레콤이 메신저 시장을 이끌었던 '퍼스트무버'였다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앞세워 기존 메신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패스트팔로워'였다. 앞선자와 추격자였던 양 사간엔 보이지 않는 큰 간극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산업계에 번지고 있는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의기투합한 모습으로 나타나 업계를 놀래키고 있다. 

5G 이동통신 사업 1위 SK텔레콤과 국내 메신저 점유율 1위 카카오가 상호 주식 교환을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모바일 쇼핑(커머스)과 디지털 콘텐츠, AI(인공지능) 등 미래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28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지분교환 협약식을 체결했다. 두 회사 모두 ICT 협력을 위해 지분 맞교환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카카오가 발행할 예정인 신주 2.5%를 인수하고, 자사주 1.6%를 카카오에 내준다. 맞교환하는 주식 가치는 현금 약 3000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양사의 이번 지분 교환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할 때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파트너십 수준을 넘어선 ‘피의 동맹’과 같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5G와 통신 인프라와 미디어, 카카오의 플랫폼‧콘텐츠 역량을 합친다면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에 대항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양사는 ‘시너지 협의체’라는 상설 기구를 만든다. 이 협의체를 이끄는 것은 이번 ‘빅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다.

또한 커머스 협력도 진행한다. SK텔레콤 11번가와 카카오쇼핑 플랫폼을 상호 연동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11번가 상품을 카카오톡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카카오페이 협력 범위 확대는 실현 가능하다. 다만 SK텔레콤은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카카오뱅크와는 선을 그었다.

콘텐츠 제휴도 이뤄진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 통해 인터넷, IPTV(인터넷TV),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옥수수+푹 결합) 등 미디어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는 웹툰‧웹소설을 볼 수 있는 카카오페이지와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 카카오M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M은 최근 영화사를 인수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만큼 SK텔레콤과 자체제작 과 콘텐츠를 선보일 수도 있다.

AI의 경우 SK텔레콤의 ‘누구(NUGU)’와 카카오i의 기술 협력도 기대해볼 만하다. 특히 양사가 방대한 빅데이터를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상호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이번 협약에는 최소 1년간 주식처분을 제한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이는 내년까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를 구성하기 위해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양사는 1년이 지난 이후에도 협력관계를 연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협력 진행경과에 따라 지분율을 높이거나,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티맵택시와 카카오T 등의 모빌리티 앱, 음원서비스, 메시징 서비스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양사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기존 사업 방침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서비스 종료나 통합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초기 지분 맞교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수준의 협력 관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1위 무선 통신사업자와 카카오 월활성이용자수(4417만명) 트래픽이 합쳐지면 다양한 사업 기반이 될 수 있다”며 “SK텔레콤 웨이브와 카카오M 드라마 제작 및 연예매지니먼트 등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 역량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카카오 광고 사업과 SK텔레콤 인크로스 등을 통해 광고 사업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SK텔레콤 11번가와 카카오 쇼핑사업 제휴로 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되고, AI와 게임, 모빌리티, 챗봇, 자율주행 등 양사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중장기 신사업 영역해서도 다양한 협의가 가능하다”고 말을 보탰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SK텔레콤 간 관계가 긴밀해진 만큼 경쟁사인 KT, LG유플러스는 위협을 느낄 것”이라며 “양사가 어떤 사업모델을 꺼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 영역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지속하는 한편, 신규 사업과 미래 사업 중심으로 힘을 합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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