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볼리비아 대선 한인 2세 돌풍...후보 7명중 3위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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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볼리비아 대선 한인 2세 돌풍...후보 7명중 3위 선전
  • 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 승인 2019.10.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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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율 83% 현재, 정치현 후보 3위 확실시
12월15일 결선투표시 캐스팅 보트 유력
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긴급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개표가 83% 진행되는 도중 갑자기 업데이트가 중단됐다고 합니다. “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둘루스 소재 ‘주님의 영광교회’에서 초교파 모임으로 개최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회 도중 유지화 목사(애틀랜타 화요기도회장)는 긴급히 이 소식을 전했다. 

미국도 아닌 남미국가, 그 가운데서도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에 왜 미주 한인들이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한인 2세가 볼리비아 대선에 출마해 예상밖의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 대선, 정치현 후보 3위 ‘선전’

볼리비아 대선 정치현(49)후보. 그는야당 기독민주당(Partido Democrata Cristiano, PDC) 후보로 출마해 지난 20일 치러진 볼리비아 대선에서 8.77%를 득표했다(23일 현재 득표 기준). 물론 1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45.28%), 2위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38.16%)과 격차가 크다. 그래도 양대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정 후보는 20년전 볼리비아로 이민와, 현재 외과의사이자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모랄레스 현 대통령에 대항해 독재정권 종식을 외치며  2019년 대선에 출마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이래  13년간 장기 집권중이다.

볼리비아 대선에서 후보자 7명 중 3위로 선전하고 있는 한인3세 정치현 후보. 사진=정치현후보 페이스북 캡쳐.
볼리비아 대선에서 후보자 7명 중 3위로 선전하고 있는 한인2세 올해 49세의 정치현 후보. 사진=정치현후보 페이스북 캡쳐.

그는 볼리비아 유권자들로부터 ‘치 뿌에데’(Chi, Puede)로 불린다. 발음상 비슷한 스페인어 ‘씨 뿌에데’(Si, Puede : yes, you can)에서 따왔다. 정치현 후보가 볼리비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 후보는 열두살되던 지난 1982년, 해외선교사인 부모와 함께 볼리비아 최대 경제도시인 싼따 꾸르스(Santa Cruz)에 정착했다. 

그의 부친 정은실 목사는 현지에 기독교 대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2개의 보건소와 병원을 설립해 현지의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의료 선교에 평생을 받쳤다. 특히 문맹률이 높고, 무기력한 볼리비아 시민들을 일깨우기 위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도입했다. 이 공로로 볼리비아 정부는 2009년 그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서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유년과 학창시절 이런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자랐다. 실제 새마을운동은 그의 대선공약으로 구체화 한다.

볼리비아는 면적이 대한민국의 10배인 109만8,580㎢, 인구 약 783만 명으로 남미대륙에서 5번째 큰 나라다. 페루와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사이에 끼어 남미 중앙에 위치해 있다. 자원 부국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남미에서도 가난한 나라로 손꼽힌다.

현 정부는 베네수엘라식 좌파 포플리즘, 사회주의 정책을 표방하고, 반미 운동에 나서며 대중의 인기를 얻어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부정부패가 만연하기 시작했고, 빈곤과 사회 기간시설 미비 등이 겹치며 국가 경쟁력을 최하위로 떨어뜨린 것이다.

대선 당시 정치현 후보가 선거운동본부에서 캠페인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쳐.
대선 당시 정치현 후보가 선거운동본부에서 캠페인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쳐.

‘한강의 기적’ 모델 공약으로 내걸어

정 후보가 속한 PDC당은1954년 창립됐다.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정당과 좌파 사회주의 정당 사이에서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두고 중도노선을 취하고 있다.

PDC당은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볼리비아 건국’을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정 후보가 내세운 대선 공약은 ‘볼리비아 뽀데로사 & 쁘로스뻬라’(Bolivia Poderosa y Prospera, 부강한 볼리비아 건설)이다.  이를위해 우선 사회주의 노선을 과감히 타파하고, 자유 민주주의 실천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시장경제를 통한 활발한 기업 육성, 사유재산 보호를 통한 국가 발전을 강조한다.

구체적 정책대안으로 볼리비아의 풍부한 지하자원(금, 은, 리튬, 희토류 등)을 개발하기 위해 ‘한강의 기적’을 본딴 이른바 ‘마데이라’(Rio Madeira)의 기적을 이룬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독교 신앙에 입각한 건강한 가정 육성과 폭력 방지, 동성애 금지 및 동성결혼 반대, 볼리비아의 대표적인 안데스 잉카 무속신앙인 ‘빠차맘마’ (Pachamama, 땅의 여신, 풍요와 다산의 상징)의 악마적 속임수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 것에 대한 정책들도 발표했다.

정 씨가 대선에 출마하자 미주 한인들의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교회를 중심으로 중보기도는 물론 후원금도 보내고 있다. LA지역의 한 한인 신문에 따르면, 최근  인근 라구나우즈의 한인 노인들이 2000달러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해 정 후보에게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원 이유는 간단하다. 5000년 한민족 역사상 한국인이 한반도가 아닌 타국의 대통령에 출마한 경우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국가나 당선 가능성 유무를 떠나 후원해야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

캐스팅보트 쥔 정 후보

이런 가운데 볼리비아 선거관리당국이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업데이트를 중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들은 “조작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나타냈다.

볼리비아 선거관리당국인 최고선거재판소(TSE)의 웹사이트는 현재 개표 83.76% 상황에서 멈춰 있다. 전자개표 결과 발표를 별다른 설명 없이 중단한 것이다. 볼리비아는 투표용지 사본을 바탕으로 하는 신속 전자개표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개표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까진 좌파 여당 사회주의운동(MAS)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중도우파 연합 시민사회의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이 각각 1,2위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상황변화가 없는 한 두 후보는 오는 12월 15일 결선 맞대결을 한다. 볼리비아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50%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보다 10%포인트 앞서면 당선을 확정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최고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른다.

결승투표가 실시 될 경우 현재 3위인 정 후보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누구든 승리하기 위해선 정 후보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다. 이른바 꽃놀이패다. 그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볼리비아 정계에 영향력을 한층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정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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