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의 뒤집기 성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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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의 뒤집기 성공하나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0.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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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기울었는데, 아들과 싸우는 모양새......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롯데복지재단 신영자 이사장(맨 왼쪽)이 지난 7월 28일 오후 휠체어에 탄 신 총괄회장과 함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왕조를 연 이성계는 다섯째 아들 이방원에 권력이 넘어간 것을 끝내 뒤집지 못했다. 롯데그룹의 창업자 신격호는 차남에게 넘어간 경영권을 되찾을 것인가.

 

일본에서 사업 시작해 한국에서 성공한 신격호

신격호(辛格浩). 일본식 이름은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 1922년 10월 4일생, 한국 나이로 74세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울산에서 아버지 신진수와 어머니 김필순 사이에서 5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신진수는 재력이 있었다고 한다. 1940년에 부산공립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 가서 와세다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입학, 1944년에 졸업했다. 돈을 벌 작정으로 밀항선을 타고 일본에 갔다. 처음 일본에서 시작한 것이 껌이었다. 일본에서 '풍선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성공했다.

1948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주)롯데를 설립하고, 1959년 롯데 상사, 1961년 롯데 부동산, 1967년 롯데아도, 1968년 롯데 물산, 주식회사 훼밀리 등 상업, 유통업에 진출 일본 10대 재벌이 됐다.

언론인 조갑제의 인터뷰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의 권고로 신격호 회장은 한국에 롯데를 진출시킨다. 1966년 사업을 대한민국으로 확장해 롯데알루미늄을, 1967년에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어 호텔 롯데·롯데 전자·롯데기공, 롯데 산업·롯데 상사·롯데 칠성 음료 등을 설립했고, 롯데 삼강, 롯데건설, 롯데 햄, 롯데 우유, 롯데 쇼핑, 한국 후지 필름, 롯데 캐논·대홍기획 등을 설립해 한국에서 5위권의 대그룹을 형성한 기업인이다.

그는 지금 장남인 신동주와 차남인 신동빈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있다.

 

원나라에서 출세해 조선왕조를 건국한 이성계

이성계는 고려 공민왕 때 급부상한 신흥 무장 세력이었다. 그의 선조는 일찍이 원나라 영역이었던 쌍성총관부로 가서 원나라 장군으로 출세했다. 가문의 권세를 이어받아 여진족과 고려인 위에 군림하는 세력가로 성장했다.

아버지 이자춘의 노력으로 고려의 중앙 무대에 명함을 내민 이성계는 당시 잇따른 외적의 침입을 격퇴하면서 무장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후 신진사대부의 지지를 얻어 새로운 왕조를 여는데 성공했다. 나라 이름은 조선. 역성혁명에 성공해 왕위에 올랐지만, 그의 재위 기간은 1392년부터 1398년까지 6년에 불과했다. 말년에 자식들이 벌이는 골육상잔의 권력 다툼 앞에서 그는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고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났다.

비극의 시작은 세자 책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를 도와 나라를 세우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방원은 그 세자 자리가 당연히 자기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왕자들 간에 왕위쟁탈전이 벌어졌다. 이른바 ‘왕자의 난’이다. 이성계는 1398년 9월에 왕위를 둘째 아들 방과(정종)에게 물려주고, 고향인 함경도로 들어가 돌아오지 않았다. 정종의 양위로 이방원은 조선 3대왕에 등극한다. 이성계는 다섯째 아들 이방원을 몹시도 증오했지만, 이미 기운 대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성계는 무학대사의 간곡한 설득으로 겨우 다시 한양으로 돌아와 태상왕의 자리에 있다가 창덕궁에서 7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인 조은주 씨의 대독으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차남을 미워하는 부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다시 언론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11일 조선닷컴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8일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장남인 신동주 대표에게 그동안의 소송진행 상황과 이날 오전 신 대표가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받고, 조선비즈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 형식을 취하며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지하며,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소송을 통해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듯하므로, 언론사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언론과 직접 만난 것은 지난 해 12월 26일 신동주 대표가 롯데 계열사 이사에서 해임되고 롯데가 형제의 난이 촉발된 직후 처음이다.

조선닷컴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대표의 보고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민·형사 소송을 모두 진행하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의 재산을 마음대로 했다는 것도 소송 내용에 들어갔느냐, 이건 횡령 아니냐"고 노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 두 곳에서 변호사를 선임했는지, 변호사들은 유능한지도 확인했다는 것. 아울러 변호사 수임료까지 물으며 소송 준비를 철저하게 하라고 주문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이날 조선비즈 기자는 신동주 대표를 비롯한 가족들에 섞여들어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사전 약속이 되지 않아 정식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대표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측이 자신의 건강문제를 거론한 것을 의식한 듯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바보가 됐다느니 하며 재산을 가로채는 것은 큰 범죄행위가 아니냐”고 말했다고 조선닷컴은 보도했다.

이날 보고자리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끝말을 흐리는 것을 제외하면 발음이 양호했고, 대화 중간중간 손짓과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 표현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된 심각한 건강 이상설과는 거리가 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보도자료 내며 신동주 행위 비난

조선비즈 인터뷰가 나가자 롯데그룹은 화살을 신동주 전(前)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돌리고, “최근 행위에 대해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진행하는 롯데의 기업개선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필요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했다는 것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라며 신 전 부회장 측이 같은 주장을 무의미하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빈 회장이 중국 사업 적자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이가 틀어졌다는 주장 역시 7월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된 내용이라며 "이런 내용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을 장악한 것으로 돼 있는 만큼 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재가 확인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단편적인 영상 공개나 제한적인 인터뷰만으로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공개 기자회견에 나서 의중을 밝혀야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신 총괄회장의 건재가 확인되더라도 신 회장의 경영권 장악이 비합법적이란 증거를 내놓아야 하는 과제도 신동주 전 부회장에겐 남아 있다.

 

차남측이 주총에서 승리해 대세는 기운 듯

신동빈 롯데회장측은 지난 8월 17일 일본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주주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회장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 신동빈 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승계를 결정지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재벌사에서 진일보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법에서 주식회사는 주주총회를 최고 의결기구로 하고, 주총의 위임을 받은 이사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많은 재벌기업에서 창업자 또는 그의 계승자가 2대 또는 3대로 내려갈 때 후계자를 지명한 것이 관례였다. 주총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재벌 가문에서 가부장적 문화가 형성되고 자녀들은 부모의 눈치를 보며 기업 경영보다는 보다 많은 기업 상속에 눈치를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현대그룹에서처럼 우리 재벌들은 창업자가 생전에 후계자 구도를 정해 가산을 물려주듯 경영권 승계를 결정해온 그동안의 관례를 롯데그룹에서 깼다.

롯데에서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령의 부친이 "차남을 용서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형제, 자매들이 대거 반 신동빈 연합전선을 형성했음에도 주주권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이 결국엔 승리했다.

롯데의 경영권 승계과정은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됐다.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며, “임원들의 취임과 해임에 대해서도 모두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했다”고 말한 것도 아버지나 형제보다는 주주들의 지지를 받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창업자인 부친이 기자를 불러 차남을 비난하든, 장남인 신둥주 전회장이 부친의 의중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든, 그 의사를 관철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이미 신동빈 회장이 주총에서 승리한만큼 대세는 기울어졌다. 장남측에서 부친의 뜻을 받아 소송을 벌여도 주총을 뒤집을 자료나 증거를 제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건강이상설에 대한 해명 필요

연합뉴스에 따르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94)이 수년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롯데그룹 내부에서 흘러 나온다고 한다.

롯데 핵심 관계자들은 "3~4년 전 신격호 총괄회장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진단 직후부터 매일 알츠하이머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직계 가족들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 총괄회장의 가족들은 그동안 이를 철저히 함구해왔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최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자아내는 장면이 많이 노출됐다.

개인의 건강에 관한 사항인 프라이버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판단에 이상이 있을 경우, 선진국의 기준으로 보면 공개해야 할 사안이다. 국가나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있는 지도층으로선 개인적 사고와 판단의 오류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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