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삼성 vs LG TV 전쟁 ①-2...TV 기술의 발전과 용어정의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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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삼성 vs LG TV 전쟁 ①-2...TV 기술의 발전과 용어정의의 중요성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19.10.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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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백라이트 LCD TV를 LED TV로 잘못 명명
이후 OLED, AMOLED 등 LED 패널 사용했는데도 LED TV로 부르지 못해
QLED는 LCD 패널과 백라이트 중간에 퀀텀닷 필름을 붙인 것...특허청, 상표출연 거절
'산업적 정의' 명확치 않은 QLED...한국, 앞으론 기술의 산업적 정의 이끌어야
김정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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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 ①-1에 이어서

2009년 어느 날 삼성이 세계최초의 LED TV를 내놓았다(출처: news.samsung.com). 알고보니 LCD TV 후광으로 흔히 쓰였던 형광등(CCFL) 대신 반도체 조명인 발광다이오드(LED) 광원을 사용한 TV였다. 엄밀히 말하면 ‘LED 백라이트 LCD TV’로 LCD TV의 일종이다.

 백라이트 LCD TV의 탄생...잘못 불려진 이름 LED TV

TV(디스플레이)의 핵심 요소는 패널이고 색을 표현하는 부분이지 백라이트가 아니다. LED TV에서 색을 표현하는 액정부분은 여전히 LCD였다.

이런 비유를 들 수 있다.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가고 ‘전기차’의 시대가 오고 있는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구분하는 핵심 요소는 구동장치(엔진or 전기모터)다. 내연기관차에 전기 오디오와 전기 헤드라이트, 전자식 스티어링휠이 장착되었다고 전기자동차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나아가 전기 동력만으로 수십 킬로미터를 갈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전기차라고 불리지 못한다.

당시에 ‘LED 백라이트 LCD TV’를 ‘LED TV’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현재까지 LED 패널을 사용하는 TV가 ‘LED TV’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OLED TV’, ‘AMOLED TV’ 등으로 불리고 있다. 호부호형을 하지 못했던 홍길동이 뇌리를 스친다.

필자는 법률가로서 이 과정에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소비자기본법 제4조). 국가는 소비자가 물품 등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물품 등의 거래조건·거래방법·품질·안전성 및 환경성 등에 관련되는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소비자기본법 제13조).

실제 소비생활에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표시’와 ‘광고’이다. ‘표시’는 제품의 경제적 가치평가에 필요한 제품 자체의 본질과 관련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정보제공기능을, ‘광고’는 소비자의 유인을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설득적 기능을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 표시광고법 시행령,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에서 부당한 표시·광고의 기준을 정하고 있고, 판단은 공정위가 담당하고 있다.

다른 관점에서 특허청의 상표 출원 심사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업계소비자가 흔히 알고 있는 보통명사, 성질 또는 품질을 나타내는 단어,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등록을 거절하고 있다.(상표법 제33조,제34조)

처음 LED TV라는 용어가 등장한 2009년에 표시광고법 위반, 상표법위반 문제가 이슈가 되어 처음부터 용어정리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전자가 2016년에 첫 출시하고 2017년 3월 2세대 퀀턴닷 TV ‘QLED TV’를 소개했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2016년에 첫 출시하고 2017년 3월 2세대 퀀텀닷 TV ‘QLED TV’를 소개했다. 사진= 연합뉴스

 

QLED의 탄생, 그리고 이름상 혼란

그렇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QLED(quantum dot light-emitting diodes)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삼성과 LG의 용어정의가 다르다. 퀀텀닷(양자점)은 2~10㎚ 크기의 반도체 결정인데, 삼성전자는 2015년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를 처음 내놓았고 2016년 이를 업그레이드해 2세대 퀀텀닷 TV(퀀텀닷 SHUD TV)를 내놨다.

이들 퀀텀닷 TV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과 백라이트 중간에 퀀텀닷 필름을 붙여 색재현율(얼마나 실제와 가까운 색을 표현할 수 있는가)을 높이는 형태였다(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LG전자는 지난 19일 '삼성 QLED TV' 관련 표시·광고에 대해 ‘LED 백라이트 LCD TV’임에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공식 자료를 통해 2017년 삼성 QLED TV를 처음으로 출시한 후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 광고심의기관을 통해 'QLED'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특허청이 지난해 삼성전자 QLED TV의 상표출원을 두 차례나 거절(7월 등록 거절, 11월 최종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특허청은 QLED에 대해 “발광층이 양자점(2~10㎚ 크기의 반도체 결정)으로 구성돼 있어 별도의 광원이 필요 없는 디스플레이 소재”라고 정의하고, “삼성 QLED는 상표법 33조(상표등록의 요건)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출처: 중앙일보 [단독]삼성, 특허청서 QLED 상표권 두번 거절당했다)

또한 특허청은 QLED TV는 업계에서 다수가 사용하는 용어로서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할 수 없는 상표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2016년까지 ‘SUHD TV’, ‘양자점 TV’ 등의 명칭을 사용했으나 2017년부터 QLED TV라는 브랜드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이 QLED TV를 마케팅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학계와 TV제조사 사이에서 QLED의 정의를 놓고 논란이 계속 있어왔다.

삼성전자는 일부 학계와 업계에서 QLED를 자체발광 소자라고 말하지만 QLED와 관련해 정확한 산업계의 정의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특허청의 해석과는 배치되어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첫단추가 계속 아쉽다. ‘LED TV’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 하였을 때, 이 같은 논쟁과 법적 다툼이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법적 다툼은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지만, LED TV라는 명칭부터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전자는 QLED의 산업적 정의가 아직 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데, 일리가 있다.

기술 선도하는 한국, 기술 산업적 정의도 정확히 해야

이런 산업적 정의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중립적 입장에서 주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과거 한국은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입장(Fast Follower)에서 상표나 표시·광고, 산업적 정의를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 기업은 기술을 선도하는 입장(First Mover)이고, 기술발전에 따라 새로운 용어는 계속해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용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불리한 기술적 지위를 마케팅으로 커버할 수 있다. 이를 탓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미국이나 EU가 아닌 한국 정부가 지적재산권, 표시·광고, 산업적 정의에서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 전세계가 한국기업이 만든 용어를 따라 한다.

반도체에는 황(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법칙이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은 기술적 열위를 애매한 개념을 파고들며 마케팅으로 커버하려 들 것이다.

새로운 용어를 정의하고 제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것은 이제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신기술에 관한 성능평가, 인증을 한국에서 하게 되면, 부가적인 수입(평가 및 인증 비용)도 얻을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자동차검사를 받으며 검사비용이 비싸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자동차기술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은 안전검사와 인증을 통해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등장하자, 미국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에서 발빠르게 6단계로 자율주행 레벨을 정리했으며,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이를 재정리해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자동자의 레벨, 안전성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절차를 미국이 선점하면 이를 통해 수입을 올릴 것이고, 다른 나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주)케이엘넷 준법지원팀 팀장으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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