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일심동체? ....부단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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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일심동체? ....부단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
  • 김이나
  • 승인 2015.10.11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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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갱신해야 할 사랑으로 맺은 계약

최근에 우리가 쓰는 표현에서 점차 고쳐야 할 것으로 지적되는 것이 있다.

“틀리다”와 “다르다” 를 혼동해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틀리다”는 옳고 그른 것의 범주에서 나오는, 즉 “옳지 않은, 맞지 않은” 의 뜻이고,

“다르다”는 “같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에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사고도 많이 바뀐 듯하다.

즉 내가 옳고 너는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너는 그냥 다른 것 일 뿐,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아니라는 것.

복제인간도 아니고 로봇도 아닌 우리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게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날 수는 없다.

외모가 비슷하고, 코드가 맞고, 기호가 비슷하고, 취향이 비슷할 수는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마음이 편해지고 동질감을 느끼면서 친밀감도 상승한다.

예를 들어 열 가지 중에 두 세 개 정도만 같더라도 우리는 굉장히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남녀 사이라면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다.

아마 시작은 다들 이러했을 것이다.

“우린 눈빛만 봐도 통해요.” “저 사람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제가 원하는 걸 이미 알고 있어요. 이심전심이 이런 건가 봐요.

내가 좋아하는 걸 다 좋아해주고, 뭐든 함께하고, 할 때마다 손발이 딱딱 맞고..이러니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다. 통하면 결국 얻으리라.

그런데 그 이심전심이 결혼하고 나서는 왜 갑자기 달라지는 걸까?

외식을 하려해도 메뉴 하나도 통일을 못하고, 쇼핑을 갈 때마다 토닥토닥 싸우고, 아이들 키우면서도 이렇게 서로 의견이 다른데.. 이심전심이었다고? 정말 우리가?

“연애 때는 안 그랬어요. 연애 때는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하고, 무얼 해도 서로 손발이 척척 맞고, 좋은 것 싫어하는 것도 정말 완벽하게 일치했는데, 결혼하고 나니 어쩜 안 맞는 게 이리 많은지,정말 이젠 후회가 될 정도예요..”

 

▲ candybox images

 

그땐 그럼 왜 그랬을까?

솔직히 말해 볼까? 그땐 그 여자를 쟁취하기 위한, 그 남자를 내 남자로 만들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술을 시도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순진하게도 나도 모르게 상대에 빠져들어서 “당신은 무조건 옳다”며 저절로 고개를 끄덕끄덕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쳐도 이젠 부부의 이름으로 일심동체가 되었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

옛말에 그러지 않았는가 말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옛말은 하나도 그른 것이 없다는데..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와 피를 나눈 부모와 일심동체인 적이 있었는지, 또 친형제 자매와 일심동체였던 적이 있었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던 학창시절 짝꿍과 일심동체였는지.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부부의 상을 꿈꿨던 것은 아닐까. 다른 부부들의 표면적인, 어쩌면 가식적인 모습을 이상적인 부부의 상으로 미뤄 짐작하고 부러워한 것은 아닐까.

애시당초 일심동체는 부부 사이의 암묵적인 계약이었을 수도 있다.

혼인과 동시에 이 계약을 종신 계약으로 만들어 사인을 해놓고는 절대 해지할 수 없다고 낡은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놓고, 평생 갱신도 안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어쨌든 옛말은 그른 게 하나도 없다고 하니 부부가 일심동체란 말도 그른 말은 아니라고 해야겠다.

대대로 내려오는 속담이나 격언들이 개인의 처세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내용들이니, 몇 백년 전이나 몇십년 전이나 그 가르침은 그릇된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다만 “부부는 일심동체다”란 계약을 조금만 갱신해 보자. 낡은 것은 조금만 고쳐 쓰면 되지 않는가.

 

“부부는 처음부터 저절로 일심동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일심동체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뿐이다.”

 

김이나 ▲디보싱 상담센터 양재점/ 이혼플래너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jasmin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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