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을 줄이자” 역발상으로 성공 거둔 日 스테이크덮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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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을 줄이자” 역발상으로 성공 거둔 日 스테이크덮밥집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10.22 16: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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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소재 햐쿠쇼쿠야, ‘하루 100그릇 완판시 영업종료’ 전략
KOTRA 일본 도쿄무역관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매일매일 매상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외식업계에서 오히려 “매출을 줄이자”는 역발상 전략으로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는 일본 식당이 있다.

KOTRA 일본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교토에 있는 스테이크덮밥 전문점 ‘햐쿠쇼쿠야(佰食屋)’는 평소 30분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식당이다.

일본의 음식점 평가 사이트 ‘타베로그(食べログ)’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맛집으로, 일본산 소고기가 푸짐하게 올려진 스테이크덮밥과 정식을 1000엔 초반대에 먹을 수 있어 현지인들에게 크게 사랑받고 있다.

◆ 하루에 100그릇 팔면 영업종료

이곳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매출을 줄이자"는 획기적인 사업 전략 때문이다. 판매할 양을 100그릇으로 정하고 완판 시 영업을 종료한다는 방침이 종업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워라밸’ 수준을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외식업의 고질적인 저임금의 노동환경을 개선한 것은 물론 파격적인 ‘화이트기업(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햐쿠쇼쿠야의 창업자인 나카무라 아케미 대표는 두 아이를 양육하는 34세의 평범한 워킹맘으로 고학력이거나 특수한 기술을 겸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JVA2018 워크라이프밸런스 추진 특별상’, ‘新 다이버시티(Diversity)경영기업 100선’, ‘닛케이우먼 올해의 여성 2019 대상’ 등 수많은 수상경력이 있으며 각종 미디어와 강연회에 섭외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지난 6월 발간된 그녀의 저서는 크게 인기를 얻어 발매 일주일 만에 곧바로 증쇄가 결정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의 외식업계 형편은 녹록치가 않다.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의 ‘외식산업 마케팅 편람 2018’에 따르면 일본 외식산업의 시장 규모는 포화 상태이며 점포와 종업원의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장시간·심야 노동, 저임금 등으로 환경이 열악해 구인난을 겪는 외식업체가 많으며 이직률도 3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햐쿠쇼쿠야가 내건 사업모델은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 구인난 겪는 외식업계에 새 모델 제시

100그릇으로 한정해 메뉴를 미리 정하기 때문에 가격과 품질이 안정된 재료를 구매할 수 있고 음식 낭비도 줄일 수 있다. 보통 음식점의 원가율은 약 30%라고 알려져 있지만 햐쿠쇼쿠야의 원가율은 48%에 달한다. 대신 철저하게 낭비되는 것을 줄여 고품질 음식을 저가에 제공하고 있다. 또한 메뉴를 한정해 조리와 배식 등 관리의 단순화를 통해 업무 효율 상승효과도 얻는다. 

‘100그릇을 전부 팔면 영업 종료’라는 명확한 목표 덕분에 종업원들도 근무에 집중할 수 있다.. 나카무라 대표는 “완판이 가까워질수록 손님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갖게 되어 점원의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종업원의 출근 시간은 아침 9시이며, 매일 저녁 6시 전에는 퇴근하므로 잔업은 없다. ‘영업시간 고정’을 통해 지연되는 일 없이 단시간 집중해 접객의 질이 높아지므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점차 가게가 인기를 얻자 주위에서는 “인기가 있으니 더 많이 팔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지만 나카무라 대표는 “이익의 극대화가 아닌, 종업원이 편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식당의 실제 매출액은 대개 하루 13만 엔 정도다. 이 가운데 약 30%가 인건비로 쓰이는데 종업원의 급여는 일반 음식점과 대동소이하다. 나카무라 씨는 자신의 급여나 경비를 제외해도 이익이 되며, 고소득은 아니지만 해볼 만한 수치라고 말한다.

햐쿠쇼쿠야의 명물, 일본산 소고기 스테이크덮밥. 두툼한 고급 일본산 소고기(원가율 48%)를 사용했지만 가격은 1080엔에 불과하다. 사진=메치지 홈페이지
햐쿠쇼쿠야의 명물, 일본산 소고기 스테이크덮밥. 두툼한 고급 일본산 소고기(원가율 48%)를 사용했지만 가격은 1080엔에 불과하다. 사진=메치쯔 홈페이지

◆ 매출지상주의에 경종...모두가 만족하는 21세기형 사업

현재 나카무라 씨는 ‘50그릇 한정’의 프랜차이즈 전개에 진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라고는 해도 ‘점포’가 아닌 ‘일하는 방식’의 프랜차이즈화다.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매일 100그릇을 팔기는 쉽지 않지만 50그릇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수치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부부가 연간 500만 엔 정도를 벌면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4시까지 일할 수 있다.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보육원에 마중 나갈 수 있는 데다 휴일도 마음대로 정해 가족 여행도 갈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일하는 방식’의 풍족함과 행복을 전국에 확산시키고자 한다.

그는 “가족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가정에서 자랐기에, 두 아이가 있는 집에 빨리 돌아 가고 싶은 내 마음이 잔업 없는 근무환경을 만들었다”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직장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상을 줄인다’는 햐쿠쇼쿠야 사업 모델의 기본 전제는 철저한 효율성 추구와 낭비의 배제다. 또 경영자, 종업원, 고객 중 누구도 억지로 참거나 손해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21세기형 사업 모델이라 할 만하다.

 

● 이 기사는 KOTRA 일본 도쿄무역관(작성자 하세가와요시유키)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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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 2019-10-22 17:10:17
좋은 내용의 기사 잘 읽었어요. 대박 난 집으로만 집중되는 매출을 스스로 줄이고, 개인 시간은 늘려 소중히 사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