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아픈 목소리 담은 알렉시예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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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아픈 목소리 담은 알렉시예비치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0.08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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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우리 삶은 전쟁의 역사”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벨라루스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를 선정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는 옛 소련에 소속된 벨라루스의 여성 작가다.

그는 언론인 출신으로 옛 소련 시절부터 반(反) 체제 성향의 작품을 써왔다.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논픽션 형식으로 쓰는 '다큐멘터리 산문' 작가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후유증을 다룬 다큐멘터리 산문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19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다림질을 하다가 수상소식을 들었다는 작가는 발표 직후 스웨덴 SVT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복잡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노벨문학상 수상한 러시아 작가인) 부닌, 파스테르나크 등 위대한 이름들이 떠오른다"며 "환상적인 기분인 동시에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의 14번째 여성 수상자다. 2013년 수상자인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에 이어 2년 만에 나온 여성 수상자로, 이들에 앞서 2009년 독일 소설가 헤르타 뮐러, 2004년 오스트리아 소설가 엘프리데 옐리네크 등의 여성 작가들이 수상했다.

러시아어로 작품활동을 한 작가 중에는 6번째 수상자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한화 약 11억2,000만원)이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벨라루스의 알렉시예비치. /연합뉴스

 

문학세계: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목소리 소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장르를 개발했다. 그의 장르는 다수의 인물을 인터뷰해 소설화하는 다큐멘터리 산문이다. 그는 일반적인 소설가나 시인도 아니다. 그의 장르는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라고 한다. 그 스스로는 이 장르를 ‘소설-코러스’라고 불렀다. 수년간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엮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듣는 세상에 가능한한 가장 가까이 접근하게 해주는 장르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실제 사람들의 목소리와 고백의 장르를 선택했습니다. 인간도 세상도 다면화하고 다양해진 오늘날,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스테리하고, 불가해한지 마침내 우리가 깨닫게 된 오늘날, 한 인생의 이야기 혹은 그러한 이야기의 기록은 우리를 현실 가장 가까이로 데려다 줍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소련-아프간 전쟁, 소련 붕괴, 체르노빌 사고 등 극적인 사건을 겪은 목격자들과의 인터뷰를 기술했다.

첫작품은 1983년 완성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이다. 완성은 했지만 출판까지는 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소련 여성들의 고통과 슬픔을 담은 작품이 반전론에 동조하고 참전 여성들의 영웅적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신랄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 정책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1985년 마침내 빛을 보게됐다.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동시 출판되면서 200만부 이상이 발간됐다.

같은 해에 역시 1년을 출판사에서 썩고 있던 「마지막 증인들」이 출간됐다. 편견이 없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공포스러운 전쟁(2차대전)의 실상을 소개한 작품이다.

4년 뒤에는 러시아가 벌였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범죄적 실상을 다룬 「아연(亞鉛) 소년들」이 출간됐다. 소련 국민들조차 먼 타국 땅에서 아연으로 된 관에 실려오는 전사자들을 통해서만 아련히 짐작할 수 있었던 전쟁의 실상을 다룬 작품이다. 책을 쓰기위해 작가는 4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아있는 참전 용사와 숨진 군인 가족 등을 인터뷰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직접 찾아가 취재하기도 했다. 작품은 숨겨진 전쟁의 진실을 파헤친 걸작이란 찬사와 함께 영웅적 전쟁을 깎아내렸다는 비판을 함께 받으며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 때문에 알렉시예비치는 재판까지 받게됐으나 민주 진영과 해외 저명 지식인들의 구명운동으로 간신히 유죄 판결을 면할 수 있었다.

이후 알렉시예비치는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자본주의 이행기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죽음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1993년)과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휴유증을 다룬 「체르노빌의 목소리」(1997년) 등을 잇따라 출간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10년간 집필 끝에 1997년 처음 출간됐고, 2005년 미국 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2008년 개정판에는 검열 때문에 초판에서 제외됐었던 인터뷰와 새로운 인터뷰가 더해졌다.

 

그의 책은 미국, 영국, 독일, 베트남, 인도, 일본 등 20여개국에서 번역 출판됐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등 일부 작품은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진실에 대한 줄기찬 탐구 정신과 독창성 등을 인정받아 자국은 물론 스웨덴, 독일 등에서 여러차례 상을 받았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최고 정치 서적 상(1998), 국제 헤르더 상(1999),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평화상(2001) 등을 수상했다. 2005년엔 전미 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희곡 3편과 다큐멘터리 시나리오 21편도 집필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전쟁 관련 소재를 많이 다룬 데 대해 "우리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면서 "우리는 항상 싸우거나 전쟁을 준비하면서 살아왔고 다른 삶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1948년 우크라이나 서부도시 스타니슬라브(현 이바노-프란콥스크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벨라루스,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인이다.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파견 근무를 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살게 됐던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복무 기간이 끝난 뒤 벨라루스로 돌아왔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국립대 언론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지역 신문사와 문학예술잡지 ‘네만’ 기자로 일했다. 창작 활동은 신문사 기자로 근무하던 1975년부터 시작했다.

소련 시절부터 반(反)체제 성향의 작품을 써온 그는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조국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통치에 대한 비판적 태도로 탄압을 받아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 동안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2012년 벨라루스로 귀국해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에도 번역, 「체르노빌의 목소리」, 「전쟁은 여자의…」

그의 대표적인 저서 가운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국내에서 번역돼 출간됐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2차 대전에 참전한 여성 200명을 인터뷰해 쓴 책이다. 2차대전에 백만명 이상의 여성이 전쟁에 가담해 싸웠지만, 그들중 아무도 이름과 얼굴도 기억되지 못했다. 저격수가 저격수가 되거나 탱크를 몰기도 했고, 병원에서 일을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전쟁의 일부가 되지 못했다. ​이 책은 1985년 첫 출간됐고, 2002년 저자는 검열에 걸려 내지 못했던 부분까지 추가하여 다시 책을 출간했다.

전쟁을 겪은 여성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들은 전쟁 이후 어떻게 변했으며,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우는 건 어떤 체험이었나. 그는 참전 여성의 입으로 추하고 냉혹한 전쟁의 얼굴, 즉 배고픔과 성폭력에 분노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그렸다.

작가는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의 공포와 절망감, 전투가 끝나고 시체가 사방에 널브러진 들판을 걸어갈 때의 끔찍함과 처절함을 생생하게 전했다. 말한다. 전장에서 첫 생리혈이 터져나온 경험, 전선에서 싹튼 사랑 이야기도 있다.

전쟁이 끝나고 그 여자들은 또다른 전쟁을 벌였다. 여자들은 전쟁을 기록한 책이나 부상자들에 대한 서류를 드러내지 못햇다. 다시 예쁘게 미소짓고, 높은 구두를 신고, 결혼 준비를 해야 하는 여자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전우였던 여자들을 잊어버렸고 또 배신했다. 여자 전우들과 함께 거둔 승리를 빼앗고 독차지했다. 그렇게, 여자들의 전쟁은 잊혀버렸다.

 

또다른 저서 「체르노빌의 목소리」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피폭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단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적 재난을 당한 벨라루스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실화로, 저자는 10여년에 걸쳐 100여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체르노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산문에는 영혼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서적은 인류의 사상의 역사를 압축한 산문으로 평가되지만,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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