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586의 '쇄신과 하방'을 촉구하는 이철희의 불출마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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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586의 '쇄신과 하방'을 촉구하는 이철희의 불출마선언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10.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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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의원 한번 더 한다고 바꿀 자신없어"
민주대 반민주, 진보대 보수, 애국과 이적등 이분법으로 ‘공화정신’ 외면
"586 그룹 과감한 쇄신과 하방이 필요하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지난 10월 14일 조국 법무장관 사퇴 이후, 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이 있었다. 이철희 의원의 총선불출마 선언은 여야를 불문하고 비정한 진영논리에 갇힌 정치현실에 대한 성토와 함께 자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것은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론과 쇄신론은 물론 정치권 전반의 혁신을 촉구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이철희 의원 "정치가 부끄럽다"

이철희 의원은 15일 자신의 블로그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불출마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정치가 해답(solution)을 주기는커녕 문제(problem)가 돼버렸다”며 “부끄럽고 창피하다. 단언컨대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진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의원은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며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고,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라며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 사진= 연합뉴스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 사진= 연합뉴스

집권여당 정치인의 잇따른 반성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선언은 조국 사태에 관한 당 지도부 성토와 책임론을 거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당내 3선 중진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5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은 갔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이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며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고 적었다.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론을 지적하는 선상에서 김해영 최고위원도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 여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에서 보듯이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당 지도부에서 국론 분열에 대한 유감 표명을 했다는 점에서 이해찬 대표의 책임표명을 압박하고 있다.

진영 논리에 빠진 정치기득권 '586그룹' 

이철희 의원의 총선불출마 화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정치에서 노골화되고 있는 진영논리와 기득권화된 586그룹의 문제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기회로 삼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기득권 정치로 전락하고 있는 586그룹의 쇄신과 하방운동이 필요하다는 데 관심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는 ‘하방’이란 제도가 있다. 마오쩌뚱이 지난 1957년 국가지도자를 키우기 위한 제도로 도입한 것이다. 시진핑 현 중국 주석도 16살부터 7년간 산시성의 량자허촌으로 하방하여 토굴에서 7년간 생활했었다. 시진핑은 하방을 통해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인내(忍耐)를 배웠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586그룹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험지출마, 동일지역구 3선제한 등 하방(下枋)운동의 주체로 서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조국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586그룹이 진영논리에 갇혀서 조국의 허물과 위선을 비판하지 못함으로써 청년세대가 분노했던 불공정과 정의의 문제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은 청년세대들과 소통하지 못함으로써 배척과 원망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정치에서 진영논리의 폐해는 극명하다. 최근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정치적 사망을 선고 받았던 자유한국당이 30%대의 지지율로 살아났다. 이 같은 지지율의 급상승은 진영논리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대통령제 정부와 친화적인 양당제가 진영논리에 따라서 적대적 공생관계로 작동하게 되면, 집권당에 대한 반대당의 반사이득으로도 지지율이 오를 수 있다.

정치권이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로 지지층 결집대결로 충돌했다. 이처럼 좌우진영논리가 작동하게 되면,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맞서는 자한당 지지층의 결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영논리는 이중적인 특성을 가진다. 진영논리는 상대를 적폐와 악마로 몰아 죽이려고 하나 결과적으로 죽이지도 못하고 적대적 공생관계로 상대를 다시 살리게 되는 이중성을 보인다. 결국 진영논리는 상대진영에게 영양을 공급하여 살려주는 역설의 논리를 가진다.

이것은 상대진영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감이 커질수록, 상대를 돕고 살리는 에너지가 되어 이적행위가 되는 ‘역설의 늪’에 빠지게 된다. 만약 대통령과 집권당이 중도수렴과 중도층 확장에 중심을 두는 ‘탈진영적 협치’로 국정운영을 했더라면 ‘역설의 늪’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왼쪽)와 이해찬 당대표. 사진= 연합뉴스
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왼쪽)와 이해찬 당대표. 사진= 연합뉴스

586 운동권출신 정치인이 욕먹는 이유 세가지

그렇다면 586 운동권 출신의 정치권이 욕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략 세 가지가 문제다.

첫째, 586그룹은 국민의 상식적인 눈높이에서 조국의 허물과 위선을 비판하는 민심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특히, 조국의 허물과 위선을 덮기 위해 조국 비판자들을 자한당 지지자로 낙인찍거나 자한당과 야당들의 견제와 비판을 거악으로 적대화·악마화해서 상대를 타도하고 괴멸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편승해서 적대정치를 부추겼다. 이러한 편승은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인 정치적 경쟁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런 반민주적인 적대정치는 자신의 절대적 도덕성과 진리독점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결국 경쟁을 회피하면서 국민들로부터 견제받거나 심판받지 않을 성역을 쌓아서 독불장군 행세를 하였다. 이것은 장기집권과 장기독재권력을 추구하는 오만과 독선에 가깝다.

둘째, 586그룹이 민주화의 주역에서 비정규직과 청년세대를 약탈하는 헬조선의 화신이 되었다는 점이다. 1995년 IMF 보고서가 밝혀 놓았듯이, 상위소득 1%와 상위소득 10%는 비정규직을 약탈하는 카르텔동맹을 맺으면서, 전체사회의 소득의 45%를 장악하고 나머지 90% 국민들이 55%를 나눠먹는 아시아 1위의 소득불평등 사회를 만들어 냈다.

IMF 위기 속에서도 상위소득 10%의 상층조직노동은 임금소득을 19%씩이나 올리면서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더욱 벌리고, 고통분담을 회피하면서 민주화의 과실을 독점했다. 586 정치인들은 민주화의 과실을 독점하고 고통분담을 외면한 상위소득 10%를 견제하지 않고, 충실히 대변했다.

결국 586그룹은 상층조직노동인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과대 대표하고 비정규직과 여성노동을 과소 대표했다. 그들은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기반으로 하는 기득권 정당의 논리를 과다하게 대변하면서 금수저 계급의 신분세습과 권력세습 문제를 방기함으로써 사실상 청년세대들을 흙수저로 루저화했다.

셋째, 586그룹은 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탈냉전화, 탈물질주의화 등으로 표현되는 21세기 시대상황을 무시하는 민주대 반민주, 진보대 보수, 애국과 이적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이분법을 사용하여 ‘공화정신’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민주화 된지 30년이 넘는 만큼, 민주공화국의 정체성대로 민주단계에서 공화단계로 이행해야 하는 데, 그들은 여전히 민주대 반민주, 진보대 보수라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구호를 고집했다. 그들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체성 그대로 공화정신인 경쟁과 협력을 추구하는 “경쟁자간의 공존정치”로 정치문화를 혁신해야 하는데, 시대상황에 부합하지 않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적대정치”를 고집했다.

결국 586그룹은 조국사태에서 반칙과 특권을 거부하는 상식의 세상과 원칙 있는 패배를 추구한 노무현의 공화주의 정신을 거부하는 구태를 보이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 배경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속에서 절대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조선시대 사대부처럼, 그들이 권력중독에 빠지고 승리지상주의에 중독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586그룹의 쇄신론과 하방론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청년 혁신위원회 이동학 위원과 이철희 의원이 예전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있을 때 함께 제기했었다. 이동학 위원은 ‘586 그룹의 하방론’을 주장했다. 그는 ‘586전상서’라는 글을 통해 현 민주당 원내대표이자 당시 586 정치인의 상징인 이인영 의원에게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되어 달라며 ‘약세 지역출마’를 촉구했다.

2015년 7월 25일 <이쑤시개> 진행자였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586전상서’에 대해 “이동학 위원이 이인영 의원을 겨냥해 하고 싶은 얘길 아주 정중하게 했다”며 핵심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구로갑에 출마하지 말고, 어려운 충청도에 가서 새누리당과 경쟁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당시 이철희 소장은 “586세력이 정치권에서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초대 의장을 지낸 김근태 전 장관 이후 큰 인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승리지상주의에 빠진 586그룹들, 하방론 등 정치권 혁신으로 이어져야

이번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선언은 조국사태에서 드러난 ‘586 그룹’에 대한 책임론과 쇄신론을 제기하는 물꼬가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586 하방론’을 포함해 정치권 혁신을 촉구하는 분위기로 공감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21대 총선에서 정치권은 부패, 무능, 586 기득권이 아니라 생활정치를 대변하는 대전환의 공천개혁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탈물질주의, 탈권위주의, 탈이념주의, 탈반공주의, 자율적 개인주의, 생활정치에 부합하지 못하고, 민주대 반민주, 진보대 보수구도에 갇힌 586 그룹의 과감한 쇄신과 하방이 필요하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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