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넷마블에게 코웨이는 기회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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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넷마블에게 코웨이는 기회인가, 독인가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9.10.16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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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넷마블은 게임산업에서 최근 5년간 독보적인 성장을 보여온 기업이다. PC에서 모바일로 게임 환경이 급변한다는 점을 먼저 포착한 방준혁 의장은 침체에 빠진 넷마블을 맡은 후 3년도 안되어 모바일 게임 분야 최고의 기업을 넘어 국내 게임 회사 중 가장 혁신적인 조직으로 기업을 전환시켰다. 그간 넷마블의 미래 성장에 걸림돌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넷마블은 ‘2020년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국내 게임 시장이 포화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 최대 게임 기업인 넥슨 인수에 그야말로 올인했다. 참고로, 넷마블에서도 M&A는 방준혁 의장 이외 그 누구도 언급할 수 없는 기밀이다. 그런데 역량을 총결집한 넥슨 인수 건이 무산되자 이종(異種)산업으로 눈길을 돌린 넷마블은 곧바로 코웨이를 손에 넣었다. 

넷마블이 게임 회사임에도 국내 렌탈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 인수에 왜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방준혁 의장은 초기 창업을 했을 때도 게임과 무관한 업종에 뛰어들었고 평소에도 게임 이외 이종산업에 대한 진출을 유독 강조한 인물이다. 특정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로 응용 및 접목이 가능한 영역을 선점해야 한다고 평소에도 주장했다. 

게임 기업에서 이미 이종 분야로 M&A를 추진한 기업은 넷마블만 있는 건 아니다. 이종 분야 진출은 넥슨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대 게임 기업인 넥슨은 2013년 유모차 업체인 스토케를 인수한 후 레고거래 중개업체 브릭링크 등을 인수했고 2년 전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코핏까지 인수하는 등 게임과 무관한 이종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규모를 키워왔다. 

웅진코웨이 인수, 과연 잘한 것인가 

넷마블 역시 이번 웅진코웨이 인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게임 이외 산업을 통해 브랜드 및 사업영역의 확장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에 참여하며 공식적으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웅진코웨이를 확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IT기술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사업을 한층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구독경제는 새롭게 부각되는 실물 경제 용어로서 사용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상품과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유통 서비스 경제를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의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내년에 600조원에 달한다는 전망 가능성을 감안할 때 당장 2020년 매출 5조원을 목표로 하는 넷마블에게는 웅진코웨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장의 돌파구인지 모른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게임 기업에게 웅진코웨이가 적절한 성장동력의 파트너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1조 8300억원의 거금을 투입했지만 지금까지 게임 또는 콘텐츠에 관한 성장동력과 확장 전략을 추진하던 넷마블에게 웅진코웨이는 객관적 입장에서 살펴봐도 매력적인 융합 또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볼 수 없는 요소들이 다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은 기본적으로 주 소비 고객이 10대~30대 그리고 개인에 한정되어 있다. 웅진코웨이의 주요 고객이 가구에 맞춰져 있다면 넷마블의 주요 고객은 모바일에 익숙한 개인이라는 점에서 일단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스마트홈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주력 가구층이 겹치고 연관 분야의 기술이 상호 교집합을 이루어야 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웅진코웨이 인수는 다소 뜻밖이다. 넥슨을 인수하기 위해 넷마블이 모든 노력을 기울인 점, 그리고 방준혁 의장과 친척 관계인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의 관계를 공고히 한 건 게임산업을 주력으로 콘텐츠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 그러나 넷마블은 이번에 게임과 전혀 무관한 분야의 기업을 인수, 스스로 불확실성을 끌어 올렸다. 

넷마블은 “실물 구독경제 1위인 웅진코웨이의 유통 비즈니스에 넷마블의 AI, 빅데이터 기술력을 결합하여 글로벌 스마트홈 구독경제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넷마블 내부에서도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기업 인수는 심플한 용어로 정의된다는 점에서 화려한 미사여구는 불확실성이 높다는 걸 반증할 뿐이다. 

시너지가 모호한 인수, 명확한 방향성 수립이 중요 

넷마블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기업이다. 넥슨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넷마블은 국내에서 CJ ENM,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상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국외로는 아시아 최대의 콘텐츠 기업인 텐센트와 연대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톱 5 게임기업으로의 성장은 넷마블에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였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겠다고 선언한 넷마블이 스마트홈 구독경제 플레이어를 선언한 이상 넷마블의 비전은 게임 및 콘텐츠에서 일단 이탈했다고 봐야 한다. 동종업계에서도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넷마블이 게임, 더 나아가 콘텐츠 산업에서의 혁신을 포기하고 미래 성장 방향과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는 이유이다. 

메슈 헤이워드 콜로라도 주립대 교수와 도널드 햄브릭 펜실베니아 주립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경영자가 성장에 대한 초조함에 빠지거나 자신의 역량에 대한 우월감에 빠질 경우 사업과 무관한 분야로 인수합병을 무리하게 추진, 승자의 저주에 빠진다는 점을 연구 결과로 제시한 바 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면 방준혁 의장의 명확한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다.

과거 넥슨은 게임과 무관한 분야의 기업들을 닥치는 대로 인수, 결과적으로 게임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기업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방준혁 의장이 우월감 또는 초조함에 의해 인수를 했다면 넷마블 또한 넥슨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명확한 미래 전략 수립을 통한 방향성 설정만이 넷마블에게 제기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모두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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