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 대표의 정신건강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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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 대표의 정신건강을 생각해 본다
  •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 승인 2019.10.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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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스타트업 대표들은 외롭고 힘들다. 해야 할 일이 많고 경험이 부족하니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잘 경우도 많고 식사도 부실하게 마련이다. 운동은 아예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능력도 떨어진다.

실제로 스타트업 멘토링을 하다 보면 우울함,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고 누적된 감정적 상태 등에 대해 호소하는 대표를 만나는 경우가 꽤 있다.

친구들이 있어도 대부분 취업을 하거나 창업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친한 친구들이 있다 하더라도 공감의 영역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창업가들, 일반인보다 우울증·ADHD·조울증 가능성 훨씬 높아

더군다나 팀을 형성하지 못한 1인 팀의 경우에는 그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 주로 규칙적인 운동과 일하는 시간과 여유 시간을 정해서 되도록이면 지켜나갈 것을 권유한다.

빠르게 기획하고, 개발하고, 실행해서 성과를 내고자 하는 스타트업 문화에서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장거리 여행이나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길게 보고 사업을 해나가려면 자신의 멘탈을 잘 챙기는 노하우나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올해 5월 미국 포브스지에 소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창업가들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2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가능성은 6배, 조울증은 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미국의 정신건강재단이 작성한 '외로운 사회(Lonely Society)’ 보고서에도 18~34세의 청년층이 중장년층보다 외로움, 절망감, 심리적 고통을 강하게 느낀다고 발표했다.

안그래도 스트레스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회사를 운영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 압박에 시달린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창업가를 돕는 코칭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연합뉴스
안그래도 스트레스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회사를 운영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 압박에 시달린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창업가를 돕는 코칭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대-디캠프, 스타트업 대표 대상 정신건강 프로그램 개시

미국 사례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10월부터 서울대와 은행권청년창업진흥재단 디캠프가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의료진이 디캠프 입주사 대표들과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스타트업 대표 15명 워크숍, 일대일 개별 상담 등으로 진행되며 향후 스타트업 업계에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시작된다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멘탈 관리가 어려워 고민하는 창업자들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반드시 도움을 줘야 하는 게 사회적 책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공유오피스가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역할에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물론, 비싼 임대료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창업자들이 오롯이 겪게 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문제들-멘탈 관리, 안전 문제, 부대 시설 등-을 어렵지 않게 해결해주고 사업을 해나가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매우 강력하다.

청년 창업자들이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고민을 나누고 공동체적 연대감을 높이는 공간으로 역할은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 코리아의 창업자들을 위한 명상모임 지퍼즈(gPause)도 창업자들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역할을 잘하고 있다. 유명한 명상 전문가이자 구글 엔지니어인 차드 멩 탄이 개발한 ‘내면 검색’이라는 구글 명상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미국에서 강사인증을 받은 마보의 유정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도 투자사들이 과다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창업자들을 돕는 코칭프로그램에 필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도 이제 좀더 창업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고 실태조사나 정규적인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업가들, 자신만의 정신건강 관리법 생활화해야

필자의 경험이나 주위의 CEO들의 의견을 참고해 보면, 정신건강을 챙기는 데 있어서 제일 효과가 큰 것은 ‘망각하는 것’이다.

창업자나 CEO는 항상 고민이나 생각할 거리를 가지고 있어서 뇌가 쉴 여유가 없다. 뇌가 쉬게 만드는 활동들이 필요하다. 육체적으로 체력을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망각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 중독자가 되거나 분노조절장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예전에는 술과 담배로부터 즐거움을 얻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물론 일은 열심히 해야 되지만, 일만 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우리 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탈의 벤슨-헨리연구소에서 제공하는 스트레스 관리법(http://m.blog.koreadaily.com/myhome/myblog.html?uid=openupbiz&pid=872256)은 매우 구체적이며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참고해서 자신만의 정신건강관리법을 생활화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멘토그룹 (협)피플스노우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싸이월드 창업멤버로 활동했으며 K-ICT 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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