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의 외교 인사이트] 북미협상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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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의 외교 인사이트] 북미협상 어디로 갈 것인가
  •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 승인 2019.10.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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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얼마 전 북미 간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어쩌면 양측의 입장차이가 크게 벌어져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해봤지만, 역시 양측 모두 자국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에 임했다. 

먼저 미국의 국내상황을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대화 때부터 강경한 입장을 주도했던 볼턴 보좌관을 해임한 이후 북측과의 협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 트럼프 행정부 내 외교안보라인을 한번 보자. 볼턴 보좌관의 후임으로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인질문제담당 대통령 특사가 지명됐다. 변호사 출신으로 국제정치나 외교에는 거의 문외한이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동시에 매튜 포틴저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부보좌관으로 승진을 했다. 포틴저 부보좌관이 한동안은 NSC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될 거라는 의미이다. 포틴저 신임 부보좌관은 대중국, 대북한 정책에 있어서 볼턴과 같은 강경파이다.

현재 폼페이오 장관은 내년도 선거준비로 바쁜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탄핵문제에 얽혀서 북한문제에 대해 강한 추진력을 보여줄 처지가 아니다. 결국 대북정책은 비건 대표와 포틴저 부보좌관 두 명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간 실무회담이 결렬됐다. 양측 대표인 김명길(왼쪽)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간 실무회담이 결렬됐다. 양측 대표인 김명길(왼쪽)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탄핵문제로 인해 북한에 쉽게 양보를 내어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노이 회담 때도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헌의 의회 청문회 문제로 트럼프가 대북협상을 방해받았었는데, 이번 상황도 미국 국내정치 문제가 북미협상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하노이 협상의 결렬 이후 미국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졌다는 데 있다. 하노이 당시 미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주장하던 동시행동원칙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비록 리비아식 해법을 버렸을지언정 빅딜 즉, 비핵화의 엔드포인트와 로드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대북태도는 여전히 북한에게는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 이후 국무부 성명을 보면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집중적으로 북한과 관여 또는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즉, 지속적인 실무협상을 통해 북미 간 입장차이를 조율하자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길 바라고 있다. 북한의 입장은 오히려 하노이 이전으로 돌아갔다. 즉, 북한이 실험장 폐쇄, 핵 및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등 다양한 조치들을 취했으니 이제는 미국이 체제보장과 제재완화 카드를 보여줄 차례라는 것이다. 

관련하여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이다. 현재 북한이 보여주는 태도는 북한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가 미국이 북한에게 부여하는 상응조치에 따라 진전되는 조건부 비핵화이다. 또 하나는, 북한이 위에 언급한 미국 국내정치에 매우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대선국면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트럼프를 압박하고, 또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비핵화의 정도는 낮게 가져가면서 협상의 동력은 유지하려 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번 비핵화 협상은 북미 양국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끝났다. 대북제재의 구멍을 좁혀나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현 미국의 대북정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듯하다. 더군다나, 이번 협상의 실패 이후 향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더 확대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연말까지 북미 양국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가다. 북한이 공언한 대로 핵실험과 ICBM실험을 단행할 것인가. 이 경우 트럼프의 대응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2017년 화염과 분노를 보였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트럼프는 무리하게 전쟁을 하지 않는 사업가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내 분위기는 다르다. 재선상황을 이용해 트럼프를 압박해왔던 북한의 계산법이 과연 통할 것인가? 탄핵국면에 싸인 트럼프가 과연 순순히 북한에 대한 호의적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협상 고착국면에서 북한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가 의문이다.

●김현욱 박사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국립외교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현재 민주평통상임위원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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