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코드] 타란티노 역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그리고 몇 가지 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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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코드] 타란티노 역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그리고 몇 가지 팩트 체크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10.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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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할리우드 배경으로 픽션•논픽션을 섞어 그려낸 미장센
유머러스한 디카프리오와 냉소적인 피트의 연기 대결 돋보여
전작과 다르게 선과 악이 선명...샤론 테이트에 대한 헌사(獻詞)일까
사진=IMDb
한물간 웨스턴 무비 스타 릭 달튼役 레오니르도 디카프리오(왼쪽)과 스턴트 대역이자 매니저 클리프 부스役의 브래드 피트. 사진=IMDb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스파게티 웨스턴'의 창시자 '세르조 레오네' 감독은 할리우드 감독 타란티노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중 한 명.

타란티노는 세르조 레오네 감독이 1968년 연출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와 마지막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오마쥬하기 위한 영화를 지난 5년간 준비해왔다. 타이틀은 일찌감치 정해졌다.

10년에 걸쳐 각본을 완성했다고 알려져 있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의 타이틀을 '옛날 옛적에 나치 점령 프랑스에서'로 정했다가 결국 수정했던 타란티노. 이번 만큼은 제목을 고수했다. 비록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는 아니지만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라는 한물간 배우를 통해 한편으로는 저물어가는 웨스턴 무비 시대를 그리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1969년 당시 할리우드를 섬세한 터치로 재현했다.

영화의 큰 줄기는 찰리 맨슨을 추종한 히피들의 여배우 샤론 테이트 살해사건이다. 그러나 타란티노는 다른 결말을 택했다. 끝까지 마음 졸이다 마지막에 울컥했던 영화. 1969년, 그 때 할리우드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픽션과 논픽션의 절묘한 버무림

극중 찰리 맨슨은 샤론이 살던 집 앞을 서성인다. 테리와 캔디가 집에 있냐고 묻자 샤론의 지인인 헤어디자이너 제이 세브링(에밀 허쉬)은 집에 없다고 대답한다. 

그가 찾는 '테리'와 '캔디'는 실제로 찰리 맨슨의 음악을 혹평한 '테리 멜처'와 당시 여자 친구였던 영화배우 '캔디스 버겐'. 영화배우 도리스 데이의 아들이자 레코드 프로듀서인 테리와 여자친구 캔디는 그 집에서 이사를 한 후였다.

실제로는 찰리는 그들이 이미 이사간 것을 알지 못한 채, 그의 추종자들에게 테리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속 휴 헤프너의 플레이 보이 맨션의 파티 장면은 실제 장소에서 촬영됐다. 그 곳에서 샤론 테이트와 함께 파티를 즐기는 친구로 밴드 '마마스 앤 파파스' 멤버인 미셸 필립스와 캐스 엘리엇(일명 마마 캐스)이 등장한다. 이들은 실제로 샤론의 절친이었다. '마마스 앤드 파파스'의 대표곡으로는 ‘California dreaming’, 'Monday, Monday' 등이 있다.

 

왼쪽 미셸 필립스,오른쪽 캐스 엘리엇.마마스 앤 파파스의 멤버.사진=Youtube
마마스 앤 파파스의 멤버 미셸 필립스(왼쪽), 캐스 엘리엇. 사진=Youtube

극중 샤론 테이트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 '렉킹 크루'가 상영중인 극장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샤론 역을 맡은 마고 로비가 보고있는 영상은 샤론 테이트의 액션 장면.

샤론 테이트를 바라보는 마고 로비의 장면은 샤론에 대한 오마쥬. 배우로 인정받기 보다 엽기적 사건의 희생자로 이름이 알려졌던 샤론 테이트의 연기를 보다보면 희비가 교차한다.

한편 극중 샤론이 이소룡에게 무술을 배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샤론은 실제로 이소룡으로부터 무술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이소룡을 소개한 사람은 샤론과 친했던 제이 세브링으로, 그는 1964년 가라데 대회에서 이소룡을 처음 보고 TV 시리즈물의 오디션에 연결해 주는 등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진=IMDb
플레이보이 멘션에서 파티는 즐기는 극중 미셸 필립스(왼쪽부터), 샤론 테이트, 캐스 엘리엇. 사진=IMDb

극중 릭 달튼은 한 때 잘나가는 웨스턴 무비 스타.  할리우드 에이전트 마빈 슈워즈(알 파치노)가 이탈리아 영화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를 제안하지만 정통 웨스턴이 아닌 영화는 찍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결국 자존심을 버리고 출연하며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하는데 이 때 언급된 '세르조 코르부치' 감독은 실제 존재한 영화감독.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는 릭의 스턴트 대역 배우로 나온다. 그는 우연히 히피가 집단 거주하는 조지 스판 목장에서 맨슨 패밀리를 먼저 만나게 되는데 타란티노는 클리프를 통해 1960년대 중후반 캘리포니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던 히피들의 라이프 스타일, 철학 등을 표현한다. 

 

릭 달튼. 사진=IMDb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분한 할리우드 B급 배우 릭 달튼. 사진=IMDb

타란티노는 릭과 클리프의 모델로 1970~80년대를 풍미한 남성미 넘치는 배우 '버트 레이놀즈'와 그의 단짝 스턴트맨 '할 니드햄'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타란티노는 버트 레이놀즈를 영화에 캐스팅했으나 크랭크인 시작 전 2018년 9월 아깝게 유명을 달리했다.

클리프는 극중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마치 나탈리 우드의 남편으로 아내를 죽인 걸로 의심받던 배우 로버트 바그너를 떠올리게 한다. 

가공의 인물이지만 릭이 출연했다고 언급되는 영화들은 거의 다 실제 영화. '선인장 꽃', '이지 라이더', '갈등' , '위기일발 리스본 협정' 등 10여편이다. 반면 '바운티 로'는 릭 달튼이 1958년부터 1963년까지 주연을 맡은 것으로 설정된 가상의 웨스턴 드라마.


◆ 이번만큼은 선명한 선과 악 

타란티노 감독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영화에서 명확하게 선악을 구분하려 들지 않는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신랄한 묘사와 그들의 이해관계, 이에 수반되는 처벌과 복수 등이 그가 즐겨쓰는 코드. 이는 그가 존경하는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과 일맥상통하는 음울한 미장센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르다. 톤다운된 대사들, 분명한 선과 악. 악인들의 캐릭터에 집중한 타란티노 전작들과는 다른 선택으로 보인다.

극중 맨슨 추종자들은 샤론의 집에 들어가려다 타겟을 변경한다. 실제 일어났던 엽기적인 사건이 얼마나 우발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인지를 말하고자 한다. 그들은 릭과 클리프에게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이댄다.

 

"당신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어. 우리는 '딜론 보안관', '서부의 파라딘' (둘다 웨스턴 드라마)를 보며 자랐다고."

 

극중 릭과 클리프는 가차없이 히피들을 응징하는데 이는 마치 50년 전의 엽기적인 만행에 대한 복수로 보인다. 그들을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처벌한 뒤 그동안 서로 마주친 적 없던 샤론과 인터폰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인터폰을 통해 샤론이 "괜찮아요?"하고 묻자 릭은 "다 괜찮아요."라고 답한다. 마치 여기 다들 잘 지내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스판 목장
스판 목장에서 히피들을 첫 대면하는 클리프. 브래드 피트가 역을 맡았다. 사진=IMDb

 

◆다양한 조연들과 카메오들 그리고 뒷 이야기

알파치노는 할리우드 에이전트 '마빈 슈워즈'로 등장하며, 다코타 패닝은 스판 목장의 히피 소녀 '스퀴키 프롬' 역할을 맡았다. '제2의 제임스 딘'이라 불렸던 룩 페리에게는 유작이 됐다. 90년대 청춘스타였던 페리는 영화 출연 후 2019년 3월 유명을 달리한 것.

타란티노와 다시 일하기 위해 디카프리오는 자신이 받는 통상 개런티 2천만달러에서 25%를 삭감하여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에 등장하는 스티브 맥퀸(데미안 루이스)은 사건이 일어난 날 실제로 샤론에게 초대받았으나 가지 않았고 덕분에 화를 면했다. 영화 속 브루스 리 역할은 한국계 미국인 '마이크 모'가 맡았다.

봉준호 감독만큼이나 타란티노 감독의 디테일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쳐 지나가는 버스정류장 광고, 가게 윈도우에  붙어 있는 라디오 쇼 팸플릿 등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할 작은 소품들도 1960년대의 것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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