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일국양제 곤곤히 다질 것' 천명
[홍콩=이지영 통신원]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 기념일이었던 1일 홍콩에서 시위자가 경찰이 쏜 총에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에 맞은 사람은 지난 6월부터, 홍콩 자치정부가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 '범죄인 인도'를 할 수 있는 법안(송환법안)을 반대하며 민주화 구호를 외치던 홍콩 시민이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창건 70주년을 맞아 확고한 ‘일국양제’ 의지를 천명한 날, 홍콩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누고 격발했다.
이날 홍콩의 신계지역인 추엔완(荃灣)에선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진압에 나선 한 경찰이 권총으로 한 시위자의 가슴 가까이를 향해 사격했고, 총에 맞은 시위자는 2일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다. 총을 맞은 시위자는 18세 고등학생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반 송환법 시위에서 시위자가 실탄을 맞은 사건은 처음이다.
2일 경찰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총을 쏜 경찰관은 여러 명의 시위자에게 공격을 받았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에 어쩔 수 없이 시위자에게 실탄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실탄 발사 사건을 포함 지난 1일 하루만 다른 곳에서 무려 실탄 6발을 발사했다.
홍콩 시민 "중국 창건일은 앞으로 국상일"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여러 반 송환법 시위는 한 지역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집회와 달리 1일 시위는 홍콩 전역 곳곳에서 시위자들과 경찰의 격렬한 충돌로 번졌다. 1일은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70주년 국경일이지만 시위자들은 국경일이 아닌 국상일 (國喪日)일이라며 애도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들은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며 곳곳에 방화했다. 특히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을 비롯한 중국 회사들의 상점을 파괴했다. 경찰은 최루탄, 살수차 등 총력을 다해 진압했다. 경찰 25명, 시위자 66명이 부상당했으며 시위자 약 180 명이 체포되어 반 송환법 시위의 단일 체포자 수로는 최대였다. 홍콩은 이날 전쟁터와 다름 없었다.
대규모 집회가 예정됐던 1일 전날이었던 지난달 30일 홍콩 경찰은 “상황이 위급하고 매우 위험하니 일반 시민들은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말 것”이라고 권고 방송을 거리에서 내보냈다. 안전을 고려해서 1일 아침부터 깜종(金鐘),완차이(灣仔),프린스 에드워드(太子) 3개의 주요 지하철 역을 폐쇄했으나 시위 지역이 전역으로 퍼지자 결국 총 94개 역 중에 44개역의 운행이 중지되고 교통 대마비가 생겼다.
"캐리 람은 어딨는가"...홍콩 '사실상 계엄령' 상태
시위자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 아침부터 시위 중심지로 예상되는 곳에 경찰들이 많이 배치되고 통제됐다. 현지 언론은 이를 사실상 계엄령이라고 평했다.
도심에 있는 대형 쇼핑몰도 시위로 인한 손실을 피해 아예 영업을 하지 않았다. 10월의 첫 일주일은 원래 황금연휴(黃金周)라서 중국 관광객들이 홍콩에 대거로 여행을 오는 성수기였다. 하지만 올해 10월 1일은 중국 관광객은커녕 일반 홍콩 사람도 거리에 거의 없고 죽음의 도시가 됐다.
캐리 람 홍콩 행정수반(행정장관)이 시민들과 지난달 26일 전격적인 대화의 시간을 마련한 후 닷새 만에 벌어진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다. 이러한 총격 진압에 홍콩 시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시민과 정부간 신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홍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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