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네 번째 KDB생명 매각 추진…이번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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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네 번째 KDB생명 매각 추진…이번엔 성공할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10.01 11: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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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KDB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을 다시한번 추진한다. 벌써 네 번째 시도인 만큼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복원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만 이미 1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가격조정 폭이 시장 요구와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네 번이나 매각이 물거품 될 경우 어마어마한 변수가 없는 한 몸 값은 급전직하 할 수 밖에 없어 시장에선 심지어 산업은행의 이번 결정이 큰 용단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생명보험업계가 불황에 늪에 빠진 것도 걸림돌이다. 

이런 와중에 산업은행은 30일 KDB생명 매각 공고를 내고 관련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KDB-Consus Value PEF)와 그 자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가 보유한 보통주 8797만1660주(지분율 92.7%)의 전부 혹은 일부를 매각,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매각 절차에 따르면 오는 11월 초 투자의향서(LOI)를 접수 쇼트리스트(적격 인수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내년 초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매각주간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일회계법인이 맡는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6500억원에 인수한 뒤 대출·유상증자 등의 형식으로 6000억원을 더 투입했다. 1조200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KDB생명에 넣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2014년~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으나 최저입찰가액을 밑도는 등 번번이 좌절을 겪었다.

적정 인수가는  5000억?  

이번 매각의 관건도 결국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금액 1조2000억원을 회수하려면 산술적으로 매각 주식 1주당 1만3700원 수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 예상하는 적정 인수가는 최대 5000억원 수준이다. 장부가(1조원)에 업계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를 적용했다. 이 경우 1주당 평가액은 5700원 수준이다.

가장 큰 우려 요인은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 속에 날로 악화되는 생명보험업황이다. 2000년대 초반 고금리 시대 KDB생명뿐 아니라 생명보험사들은 금리가 5%가 넘는 상품을 공격적으로 팔았다.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이 자산운용으로 얻는 이익을 웃돌면서 역마진이 커진다. 

또 금리가 하락할수록 금리연동형 연금보험 등 보험 상품 판매도 어려워진다. 공시이율이 내려가면서 가입자들의 기대수익이 낮아지는 탓이다. 즉 보험금 부담은 커지는데 보험료 수입은 줄어들면서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2022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도 걸림돌이다. IFRS17의 핵심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동안 보험사는 계약 시점에 약속한 금리에서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예정이율을 뺀 부분만 부채로 인식, 이를 기준으로 매년 자본금을 쌓아왔다. 바뀐 제도에서는 보험사가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을 재무제표 작성 시점의 금리를 바탕으로 계산하고 자본금을 쌓아야 한다.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해온 생명보험사들로서는 지금 같은 저금리 기조 아래에서 부담이 늘어난다. KDB생명을 인수한 곳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 매수 후보군으로 금융지주사 거론

KDB생명 내부에서는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악화된 영업 경쟁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이 대리점·설계사 조직을 축소하면서 영업 기반이 약화됐다. 정성적인 측면에서 보면 구조조정으로 임직원의 로열티(충성도)가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KDB생명의 잠재 매수자로는 KB금융‧우리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사가 거론된다. KB금융은 자산이 10조원에 불과한 KB생명보험을 강화하기 위해 생명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재출범한 뒤 보험사·증권사인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 외에는 외국계 자본이 들어간 해외 투자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KDB생명의 매력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중국 안방보험 계열사인 동양생명·ABL생명 등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은 상반기 기준 각각 33조원, 20조원으로 총 53조원 규모다. KDB생명의 자산은 19조원에 불과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매수자가 2~3년간 투자한 후 5~6년 후에 성과를 보려고 한다면 업황이 부진한 데다 경쟁사에 비해 KDB생명 경쟁력도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인수 후에도 상당한 자금과 노력을 투입해야 할 텐데 금융지주사에서 굳이 그런 부담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강력한 '매각 의지'…업계선 "부작용 우려"

산업은행이 KDB산업은행 매각에 적극적인 이유로는 이동걸 회장의 강력한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수차례 매각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DB생명에 대해 “애초에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는 회사”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 KDB생명은 지난 7월 이사회에서 매각 성공 시 사장에게 매각가에 따라 5억~30억원을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수석부사장에게는 사장의 50%(2억5000만~15억원)를 성과보수로 제시했다. 매각에 따른 성과급만 최대 45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이번에도 KDB생명 매각이 물 건너 갈 경우 산업은행은 IFRS17 등에 따라 자금을 더 수혈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 입장에선 매각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적절한 매수자만 나타나면 KDB생명을 넘겨야 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회장이 무리하게 KDB생명을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간 진행된 KDB생명의 유상증자 등에는 국민 세금이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산업은행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데 대해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 소액주주 사이에서 매각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이 나오면 이사회는 배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며 “감사원에서 이같은 배임 행위를 문제 삼으면 법적인 책임까지 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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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19-10-05 18:41:21
좋은 분석글입니다 현재 매각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낮더라도 적절한 대상에게 매각하는 것이 보험업계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