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영의 통상 인사이트] '화웨이 기술매각 선언'...중국의 1보 후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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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의 통상 인사이트] '화웨이 기술매각 선언'...중국의 1보 후퇴일까
  •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 승인 2019.09.30 14: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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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 회장 "5G 기술, 서방국가에 매각하겠다"
통신장비 불매 위협한 미국에 맞불
5G버리고 6G로 갈아타겠단 전략일 수도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국제통상전공).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국제통상전공).

[오피니언뉴스=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최근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이 화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5G 기술 패키지를 서방국가의 기업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화웨이의 5G 기술 특허 및 라이선스 뿐 아니라 소스코드, 기술청사진(blueprint), 제조 노하우에 대한 영구적 소유권 이전을 제안하고 있다.

화웨이의 5G 기술 소유권을 실제로 서방국가의 기업이 매입하면 소스코드 변경 등을 통해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해 구축한 IT 인프라에 대한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이 안고 있는 안보 측면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의 5G 기술 세계시장 점유에 대하여 동맹국들의 화웨이 장비 배제 동참까지 압박하며 잔뜩 경계를 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제안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화웨이를 중국에 대한 공격의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미국입장에선 들고 있는 카드 한 장이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관세 전쟁’으로 시작하였으나 점차 5G 기술 분야에서의 ‘기술패권 전쟁’으로 번져 왔으며, 최근에는 ‘환율 전쟁’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미-중 간 기술패권 전쟁의 중심에 있는 화웨이가 5G 기술 특허를 모두 매각하겠다고 나선 것이라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 런정페이 회장은 최근 미국의 화웨이 통신장비 배제 방침에 '5G 특허기술 매각'이라는 대응카드를 내놨다. 사진=연합뉴스.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 런정페이 회장은 최근 미국의 화웨이 통신장비 배제 방침에 '5G 특허기술 매각'이라는 대응카드를 내놨다. 사진=연합뉴스.

과연 미국이 화웨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 기업이 5G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얻게 될 계기로 삼을 수 있을까.

최근까지 미국은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중국 등 외국기업의 미국의 IT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을 엄격하게 심사하며 대미 외국인투자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자의적 투자 승인절차, 불공정한 기술계약 체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의 기술력이 강제로 이전되도록 하고 중국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미국의 상업전산망을 대상으로 산업스파이 활동을 하여 미국 국가안보의 혁신기반을 위협해왔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력을 탈취하는 등 불공정한 방법으로 5G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중국과 그 중심에 있는 화웨이에 대하여 미국은 자국 시장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배제시키는 조치를 동맹국들에게 강요하며 대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화웨이 매각을 제안한 이유에 대하여 런정페이 회장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출발점을 제공하고 싶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화웨이의 5G 기술과 노하우를 전면 개방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5G 기술개방’ 중국의 속내는...6G로 갈아타기 위한 수단? 
 
그러나 실제로 중국은 5G 통신장비 및 기술 세계시장을 점유하는 과정에서 구축해놓은 중국 내 '5G 생태계‘가 미국 등 서방세계의 제재로 무너지는 것보다는 기술 공개를 통해 그동안 가꾸어온 5G 기술 플랫폼을 유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아가 6G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즉각적 반응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 유예를 추가로 연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동맹국에 대해 미국과의 정보공유협정 퇴출 등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화웨이가 미-중간 벌어지고 있는 경제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통신장비 불매선언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없는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6G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웨이가 미-중간 벌어지고 있는 경제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통신장비 불매선언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없는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6G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중순경 24개 회원국들에 의한 5G 네트워크에 대한 안보 리스크 평가를 마쳤고 10월 1일 EU 전체에 대한 5G 사이버안보 리스크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를 앞두고 EU가 화웨이 제재 연대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둘러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며 강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화웨이 런회장의 제안을 통해 미국이 우려하는 근본적인 기술패권 문제를 불식시킬 수 있는 묘책으로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중국에 대한 우려 및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다양한 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의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232조 관세 조치의 부과에 앞서 중국은 근본적인 문제인 세계 철강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을 자체적으로 감축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 차례나 거부한 바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 해소를 위해 미국의 농산물 수입을 늘리겠다고 제안하였으나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공세가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리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라면 화웨이의 매각 제안 역시 미-중 간 기술패권을 둘러싼 긴장 완화에 큰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단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당국자들이 과거 지향적 제조업 육성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미래지향적인 첨단산업 분야로 눈을 돌리고 이번 황금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이효영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제통상 전공으로 국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을 거쳐 현재 국립외교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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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리 2019-10-02 22:33:31
하루빨리 강국간 무역전쟁, 기술전쟁이 아닌 평화와 화해 모드로 전환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