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누군가 날 위하여 새벽에 배송하네"…새벽배송은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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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누군가 날 위하여 새벽에 배송하네"…새벽배송은 전쟁중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9.2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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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전에 주문하면 새벽까지 문앞에 배송하는 새벽배송 폭발적 증가세
신선도유지, 취급품목 확보, 배송권역 확대 등 경쟁 치열
1~2인가구 증가, 소량 선호, 비대면 주문 등 트렌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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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를 가르는 배송차량들.사진=unsplash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추석이라 아이들이 다 모여들었다. 방구석을 차지한 아이들은 때가 되면 끼니를 해결하러 방구석에서 기어 나온다. 누군가 끼니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눈빛. 이럴 땐 엄마 찬스 아니면 배달 어플. 편의점도 나쁘지 않은 선택.   

저녁은 어찌 해결했는데...내일 아침은 뭘 먹지? 각자의 기호에 맞춰 준비하려면 국, 반찬, 빵, 샐러드, 과일...우유도 물도 떨어졌고...

문제는 아무도 집 밖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것. 내일 아침까지 식탁에 올려져야 할텐데...이 모든 것을 한번에 가장 빠른 방법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방법은?

새벽배송이 가능한 앱으로 들어간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3시~6시까지 집 앞까지 갖다 준단다.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우리를 위해 새벽길을 한걸음에 달려온다. 

고학생들의 생계수단이었던 새벽 배달

과거에 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신문배달이나 우유배달을 하던 고학생들이었다. 새벽에 신문이나 우유를 배달하고 받는 돈은 고학생들의 학비와 책값 마련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운동삼아 하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어쨌든 우리가 자고 있는 새벽에 땀흘리는 이들이 있어 신선한 유유를 마실 수 있었고 지난 밤 일어난 사건 사고를 신문으로 접할 수 있었다. 현관문 앞에 놓인 신문을 아버지께 가져다 드리면 아버지는 신문을 양팔로 크게 펼쳤고 잉크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금 새벽은 잠들지 않는다. 많은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새벽배송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는 우유와 신문만이 아니다. 하루 동안 먹을 신선한 먹거리,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을 우리가 잠든 사이 집앞에 가져다 준다.

SSG닷컴은 지난 6월 새벽배송을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배송 지역을 기존 서울, 경기 19개 구에서 22개 구로 확대했다. 배송 가능 상품도 1만5천여종으로 늘렸다. SSG닷컴 새벽배송의 경우 전날 자정까지 주문을 마치면 다음 날 새벽 3시부터 6시 사이 제품을 받을 수 있다. 받고 싶은 날짜를 이틀 혹은 사흘 후로 조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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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제작한 보냉백 '알비백'을 첫 주문 고객에게 제공하는 SSG닷컴.새벽배송의 후발 주자지만 가장 강력한 주자.사진=SSG닷컴

에디터는 보냉백이 필요해서 SSG를 이용했다. SSG는 현재 새벽배송 첫 주문 고객에게 ‘알비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사하면서 보냉백을 다 버려 평소에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주문했던 것. 주문을 한 다음 날 새벽 '알비백’이 집으로 찾아왔다.

스티로폼이나 기타 박스 등 분리수거로 신경쓰지 않아서 좋았다. 다음 주문시 문밖에 내놓으면 배송기사가 백에 물건을 담아준다. 깜박하고 내놓지 않거나 분실한 경우에 대비해 미리 2000원을 결제하고 후에 예치금으로 정산된다. 

SSG는 특히 피코크, 노브랜드 등 이마트 PB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외에도 ‘더반찬’, ‘정미경키친’ 등  브랜드 상품의 품목수도 대폭 늘렸고 비식품도 2천종에서 4천7백종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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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샛별배송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마켓 컬리.사진=자사 홈페이지

사실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을 도입했던 곳은 '우아한 형제들'의 '배민찬(전 배민프레시)' 서비스. 2013년 감행했던 획기적인 시도는 결국 대형 유통사와의 경쟁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현재는 '배달의 민족'에 흡수되었다.

신선식품 중심의 새벽배송으로 주부들의 호응을 얻은 곳은 '마켓컬리'. 2015년 5월 ‘샛별배송’을 선보였으며 수산물, 정육, 달걀류, 채소류, 과일류 등 보다 다양한 식품을 취급한다. 전날 오후 11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7시 현관문 앞으로 제품을 배달한다. 

올해 6월 기준 회원수는 200만 명, 1일 평균 배송물량은 3~4만 건, 취급 상품도 1만 여 품목에 이른다. 다만 샛별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일부지역으로 한정된다.

 

◆너도나도 새벽배송…수도권의 밤은 뜨겁다

'쿠팡'은 전국 단위 새벽배송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날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로켓프레시’를 론칭했다.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1일 평균 배송물량 7~8만 건, 배송취급 상품 수는 350만 종에 이른다.

온라인 푸드마켓 '헬로네이처'는 새벽배송 업계 최초로 재사용 개념의 친환경 배송 패키지 '더그린배송'을 도입했다. 기존 새벽배송의 단점인 과도한 포장을 해결할 방안으로서 재사용 가능한 배송박스 '더그린박스'와 100% 자연 성분 아이스팩 '더그린팩'을 사용한다. 다음 배송 시 '더그린박스'를 문 앞에 놓아두면 헬로네이처가 수거해 재사용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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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fresh와 헬로 네이처. 사진=자사 홈페이지

GS 슈퍼마켓과 롯데쇼핑은 자사 SSM (Super Supermarket 기업형 슈퍼마켓)을  활용해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GS 프레쉬는 오후 11시까지 주문을 하면 다음날 새벽 1시부터 7시까지 상품을 수령할 수 있으며, 롯데프레시는 오후 10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3~7시 사이에 받아볼 수 있다. 동원F&B가 운영하는 ‘동원몰’도 ‘밴드프레시’를 론칭했다.

새벽배송이 과열되는 것은 새벽배송 시장에서의 성과가 향후 온라인시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형 물류센터와 신선도 유지를 위한 배송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 수익성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통기업들은 이미 대세는 온라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듯하다. 실제로도 오프라인 영업점의 매출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는 실정.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유통사 별로 매출이 좋지 않은 영업점은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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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떨어졌다고? 휴대폰을 들고 쇼핑앱에 들어가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만 하면 끝.사진=unsplash

업계는 PB상품 구성을 확대하고 특화 매장을 개설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지만 최근 유통 트렌드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전체가구 중 30%에 가까운 1~2인 가구의 경우 외식, 배달음식이 생활화되어 그 때 그때 먹을 수 있는 한 끼의 신선한 음식을 선호하며 배송료를 부담하더라도 어플로 주문하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생필품이 아닌 신선식품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샀다가 다 못 먹고 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낭비이기 때문. 또한 한 번 마트를 가려면 교통체증을 감수해야 하고 쇼핑한 것은 직접 포장하여 들고 와야 한다.

장보기에 소모하기엔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소중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새벽의 거리는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유통 업체들 간의 약육강식은 불 보듯 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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