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독재자 아사드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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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독재자 아사드 구하기
  • 김인영
  • 승인 2015.10.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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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IA가 지원하는 반군 지역 공습, 격화하는 미·러 갈등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공군이 30일(현지시간) 공습을 개시했다.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최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권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 이고르 코나센코프 대변인은 “공습 목표는 IS 기지와 차량, 창고 등으로 이들은 IS가 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과 미국 전쟁연구소(ISW), 시리아 반군 등은 러시아가 공습한 대상이 IS가 아니라고 밝혔다. 전쟁연구소는 공습을 받은 지역인 홈스 시 북부는 IS가 점령한 지역이 아니라 알누스라전선과 이슬람주의 반군인 아흐라르알샴 등이 장악한 곳이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시리아 당국자가 러시아와 시리아 전투기가 홈스와 하마, 라타키아 등 3개 주에서 테러리스트를 공습했다고 밝혔지만 공습 대상들은 IS가 장악하지 않은 곳들이라고 전했다. 하마의 공습 지점은 이슬람주의 반군과 온건 반군들이 활동하는 곳이며, 라타키아에서는 알누스라전선이 주도하고 서방의 지원을 받은 자유시리아군(FSA) 등이 참여한 반군 연합체 제이쉬알파트흐(정복군)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은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날 공습을 받은 지역에는 IS가 없으며, 러시아는 공습 1시간 전에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공습 계획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날 홈스의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27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SOHR는 사망자 가운데 여성 5명과 어린이 6명이 포함됐으며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들이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방이 지지하는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의 칼레드 코자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홈스 북부의 민간인을 공습해 민간인 최소 36명이 사망했다”며, “홈스의 5개 마을에서 민간인이 희생됐으며 공습 지역에서 IS는 1년 전에 패퇴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공습이 가해진 지역이 아마도 IS세력들이 있는 장소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카터 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이날 행동이 시리아 내전사태에 대한 접근방식이 지닌 문제점 중의 하나라면서 시리아 내 러시아의 행동은 "실패할 운명에 처할 오류"라고 비판했다.

앞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공습 개시에 대해 "미국은 IS나 알카에다 분파들과 싸우기 위한 어떠한 진지한 노력도 지지한다"며 조건부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아사드 정권'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 알 아사드 이라크 대통령

미국의 우려는 러시아가 IS 격퇴전을 지원하기 위해 공습에 나섰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는 다른 반군 기지들을 공습함으로써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측면지원하고 있다는 것.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국가들은 아사드 독재정권의 축출과 IS 격퇴라는 이중을 목표를 갖고 친서방의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서방이 지원하는 반군을 목표로 공습을 하고 있다는 게 서방측 시각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 중앙정보국(CIA)의 군사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 단체 1곳 이상이 러시아 공군의 폭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공군은 시리아 정부군과 협력해 IS 목표물만 공격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취재진이 카터 장관의 언급에 대해 묻자 "러시아 공습에 대한 미국 국방부 말은 듣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미국은 2013년부터 시리아 온건반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내전 종식을 도모해왔다. 반군 훈련에는 5억 달러의 거액이 들어갔지만 실제 전투에 투입된 반군은 4∼5명에 불과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시리아 정부는 러시아 공군의 파병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공식 요청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를 의논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군사회담을 열어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 러시아 공군, 시리아 홈스 공습. /연합뉴스

 

러시아, 중동에 거점 확보 위해 아사드 정권 지원

러시아가 시리아에 파병하고, 반군을 폭격하며 알아사드 정권을 지키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리아가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과 아사드 정권과의 오랜 우호 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동의 전략적 심장부에 위치한 시리아가 러시아에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1944년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소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1945년 서방 국가들의 반대에도 시리아를 유엔 창설 멤버로 참여시켰고, 1946년에는 자국 영토에서 프랑스군과 영국군의 철수를 요구한 시리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신뢰 관계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줄곧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오던 양국은 1971년 바샤르 알 아사드의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가 집권하면서 한층 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권위주의 스타일의 아랍 민족주의자로 30년 가까이 시리아를 철권통치한 하페즈는 반(反)서방 친(親)소련 정책을 펴며 이스라엘과의 대치 국면에서 소련에 크게 의존했다. 동시에 중동에서 가장 충성스런 소련의 우방이 됐다.

소련은 하페즈가 집권한 해에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해 지금까지 운용해 오고 있다. 타르투스 기지는 냉전시절 지중해 주둔 소련 해군을 지원하기 위한 군함 보급 및 수리 기지로 건설된 뒤 지금도 기능이 축소되긴 했으나, 여전히 옛 소련권을 제외한 외국 유일의 러시아 군사기지로 남아있다. 지중해 해역으로 해군력 확장을 추구하는 러시아는 타르투스 기지를 대규모 해군기지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리아에 소련제 무기가 대규모로 공급되기 시작한 것도 하페즈가 집권한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탱크와 미사일, 전투기 등의 소련제 무기가 시리아로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2000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서 정권을 물려받은 바샤르 알 아사드도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그대로 이어갔다. 러시아는 2005년 시리아가 소련 시절 무기 구매로 진 채무 134억 달러 가운데 98억 달러를 탕감해줬다. 러시아제 무기를 구매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러시아는 줄곧 시리아 무기 수입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주요 공급국이 됐다. 시리아에서 내전이 불거진 2011년 러시아는 시리아와 40억 달러의 무기 수출 계약을 맺고 있었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내전에 휩싸이고 나서도 비밀리에 아사드 정권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서방이 지원하는 반군이 권력을 장악하면 러시아는 거대 무기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를 잃게 될 위험이 있다.

시리아는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시리아 내전 발발 전 현지 석유·가스 개발, 석유화학공장 건설, 가스관 부설 공사 등에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그 배경엔 아사드 정권과의 긴밀한 유착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아사드 퇴진을 용납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다.

러시아는 서방이 시리아를 장악하면 다음 표적은 이란이 될 것이란 우려를 갖고 있다. 서방이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려는 가장 큰 이유도 중동의 최대 골칫거리인 이란의 주요 우방을 제거하려는 데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 러시아가 시리아와 함께 중동 지역 최고의 우방인 이란의 안보를 크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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