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채권시장의 대단지 아파트 VS. 나홀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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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채권시장의 대단지 아파트 VS. 나홀로 아파트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19.09.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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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래처럼 채권도 '거래 유동성' 변수 중요
경기, 물가, 신용도등 채권의 본질적인 가치에 '유동성' 반드시 점검해야
공동락 채권 애널리스트
공동락 채권 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애널리스트] “아파트를 사려면 이왕이면 대단지 아파트를 사야 한다”

필자는 부동산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부동산이나 아파트에 대해서는 전국민 모두가 최소한 중급 이상의 전문가임을 스스로 자부하는 시대인 만큼 필자 역시 주변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부동산과 관련한 격언(?) 한가지를 소개해 봤다.

우선 앞서 언급한 대단지 아파트에 대한 정의는 그리 자로 잰 듯이 밝히기는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필자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전국민이 지닌 평균적인 소양 정도를 지닌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더라도 ‘대단지’ 아파트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를 지목함으로써 이번 칼럼에서 언급할 채권시장에서의 거래 유동성이란 문제와 관련한 나름대로의 성격 규정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다. 그러나 채권시장이라는 저변이 넓지 않는 시장에 대한 언급을 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사전적인 비교(혹은 비유)나 개념 정립은 실제 필자가 밝히고자 하는 내용만큼이나 논의에서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음을 미리 알린다.

아파트처럼, 채권의 숨은 변수 '거래 유동성'

채권에 대한 투자는 필자가 처음 칼럼을 통해 밝힌 것과 같이 경기나 물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진다. 또 이와 같은 매크로 환경 이외에도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는 발행자의 재무나 신용 상황에 대한 점검을 추가하는 것으로 보통 무위험 자산으로 불리는 국채 금리에 크레딧 스프레드를 +α로 더 한 값으로 프라이싱된다. 보통 이들 요소들은 채권을 투자할 때 사전에 점검해야 할 본질적인 채권 가격의 변동 요인으로 간주되고 한다.

그렇지만 이처럼 본질적인 가격 변동 요인 이외에도 투자자들이 매우 예의주시해야 할 변수가 있다. 바로 해당하는 채권이 얼마나 원활한 거래 유동성을 지니고 있느냐의 문제다. 이는 경기나 물가와 같은 매크로 요인도 아니고, 재무 상황을 의미하는 크레딧과 관련한 요인도 아니다.

얼마나 거래가 원활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에 대한 거래와 관련된 지극히 기술적 요인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본질적인 요인 이상으로 거래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본질적인 가치로 프리이싱된 가격 체계 자체를 무너뜨릴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변수다.

채권시장에서 거래 유동성을 보다 서술적으로 표현한다면 필자는 '해당하는 채권이 얼마나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종목이냐' 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이쯤에서 서두에서 언급한 대단지 아파트와 나홀로 아파트냐의 개념을 그대로 대입해 보자. 필자가 말하는 대단지 아파트는 바로 거래 유동성이 좋은 채권을, 반대로 나홀로 아파트는 거래 유동성이 좋지 않은 채권을 칭한다.

만일 한 지역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할 때 두 아파트가 같은 연식, 같은 평형, 같은 층수이고 심지어 같은 학군이나 전철역과의 거리도 동일하다면 두 아파트의 본질적인 가치는 같거나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물론 최근에는 브랜드 가치나 부대시설 역시 가격에 반영되는데, 이들 조건 역시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즉 아파트를 단순하게 사용하는 가치(주거의 가치) 측면에서만 본다면 말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채권금리 움직임이 예년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권에도 투자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들도 좌불안석이다. 사진= AFP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채권금리 움직임이 예년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권에도 투자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들도 좌불안석이다. 사진= AFP 연합뉴스

이목을 끌기 위한 이벤트, 프리미엄과 페널티

그렇지만 실제 아파트 가격은 사용하는 가치에 버금가는 거래 유동성의 문제가 항상 존재해 있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잠재적인 매수자들의 눈에 띄는 아파트로 누구나 잘 알고 있고, 팔려고 내놨을 때 신속한 매매가 가능한 반면, 나홀로 아파트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매수자들의 눈에도 덜 띈다.

따라서 이처럼 얼마나 알려져 있느냐 또는 접근이 쉬우냐의 문제가 실제 아파트 가격에도 반영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것을 필자는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보였을 때에 비해 불황이나 거래가 빈번하지 않는 경우에 두 아파트 간의 상대적인 지명도의 차이는 가격으로 더 크게 나타난다. 심지어 불황에 나홀로 아파트는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거래가 쉽지 않다면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가격이 더 파격적으로 낮출 수 밖에 없는데, 이를 필자는 거래 유동성에 대한 프리미엄(유동성이 좋을 쪽 입장에서) 혹은 패널티(유동성이 좋지 않는 입장에서)라고 평가한다.

채권시장의 경우도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는 입장에서는 앞서 아파트의 사례처럼 본질적인 가치 즉 경기, 물가 여건 그리고 신용도와 같은 상황만 살피면 된다. 하지만 중간에 채권을 매도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거래 유동성은 반드시 사전에 점검해야 할 요소다. 본질적인 가치 이상으로 실제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채권 운용과 관련한 전문성을 지닌(기술적 요인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펀드를 통해 자금을 채권으로 운용하는 경우는 어떨까?

당연히 이와 같은 기술적인 요인에 대한 부담을 펀드 매니저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종적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수고를 덜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접해 본 채권 매니저들 역시 거래 유동성은 실제 펀드에 편입 종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적잖게 신경을 써야 할 요인이라고 밝히곤 한다. 이에 더해 해당 펀드의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와의 괴리율 즉 ‘트래킹 에러(tracking error)’ 문제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트래킹 에러(tracking error) 문제는 최근 펀드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채권형 ETF를 과연 passive 펀드로 봐야 하느냐 active 펀드로 봐야 하느냐와 같은 논쟁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추후 보다 자세히 논의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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