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한미정상회담· 유엔연설'로 드러난 트럼프 대북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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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한미정상회담· 유엔연설'로 드러난 트럼프 대북 전략은
  • 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 승인 2019.09.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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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고, 압박하고...'허허실실' 전략 드러내
트럼프 외교,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나
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권영일 애틀랜타 통신원] 북핵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 우선 순위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의 말대로 ‘곧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인가? 

적어도 현시점에선 우선 순위에서 중국과 이란문제에 밀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과 제 74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연설에서 중국과 이란 비판에 주력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선 비교적 간단하게 비핵화를 촉구하는데 그쳤다. 그만큼 중국과 이란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란 의미이다.

중국, 이란에 밀린 북한 비핵화 이슈

그렇다면 트럼프는 북한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미국은 영원한 적이 있다고 결코 믿지 않는다. 전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가장 용감한 자만이 평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미국은 안다”며 북한을 언급했다.

그는 “똑같은 이유로, 우리는 한반도에서 대담한 외교를 추구해왔다”며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손 대지 않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은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목표는 끝나지 않을 전쟁을 계속하는 게 아니라 화합이라는 것. 이는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앞부분에 북한과의 대화를 길게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 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된다. 그만큼 현안에서 조금 멀어졌다는 의미다.

또한 최근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실무협상을 통해 만족할 만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대북문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는 정상회담에 앞서 행한 모두 발언에서 오히려 경제문제, 특히 한·미 FTA(무역협정)를 먼저 언급했다. 이어 한국이 미국산 군사장비의 최다 구매국이라는 것을 환기시켰다. 

그 다음으로 북한에 대해서 말했다. 그만큼 북한문제는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판문점 회담을 거론하며, “세계사적인 장면”이라고 모두 발언을 꺼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언급했던 ‘새로운 방법’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방법론이 구체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트럼프,‘허허실실’ 국익 최우선 외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북핵 협상 속계 의지를 보이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북한도 이에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이에 따라 현지 언론들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미 실무접촉이 곧 열리고,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한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말한 ‘새로운 방법’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지지부진(?)한 현 상황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이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을지도 모른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기본적 입장은 먼저 모든 협상 요소들이 다 들어 있는 ‘포괄적인 합의’를 만들고, 합의의 이행은 ‘동시·병행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방식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적 접근법과 유사한듯 하지만 매우 다르다. 

특히 비핵화 정의에 대한 인식 공유와 로드맵, 대화 기간 동안 핵활동 동결 등이 합의에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확고한 입장이다. 미국이 이 같은 원칙을 바꿨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실무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북미 간에는 좁히고 다듬어야 할 입장 차이가 아직 상당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지난 23일 오후 (현지시간)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지난 23일 오후 (현지시간)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북미회담은 실무회담이 열려도 정상회담까지 가기엔 쉽지 않다는게 현지 언론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수순을 밟지 않는한, 미 행정부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유지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외교에서도 자신의 비지니스 마인드를 십분 발휘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 대신, 한국으로부터 상당 규모의 무기 구매와 대미 투자를 이끌어 냈다.

한국가스공사는 96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LNG 가스를 추가 수입하기로 했고,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해 미국의  APTIV 사와 2조4000억원 상당의 합작투자에 나선다.

이같은 트럼프의 비즈니스 전략은 일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엔총회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아베총리는 25일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새 무역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일본입장에서도 미국시장을 유지하고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주요 현안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한, 이란 등 적성국가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 EU 등 동맹국으로 부터 적극적인 지지와 동참을 얻어 내는 것은 기본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이를 미국의 경제 이익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 권영일 미국 애틀랜타 통신원은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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