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당무거부, 하루만에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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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의 당무거부, 하루만에 끝나나
  • 김인영
  • 승인 2015.10.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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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내각제 파동때 당무거부로 당 장악...당시와는 상황 달라 쉽지 않을듯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빈 자리.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개인사정을 이유로 불참해 서청원 최고위원 옆자리가 비어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 자리에 앉아 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그는 1일 예정됐던 모든 공식·비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개인사정이라고는 이유를 댔지만, 정치권의 핵폭탄으로 등장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논란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대신 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늘 당 대표께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제가 대신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다른 중요 일정이 있어서 불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에 불참한 것은 당 대표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또 이날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 6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도 불참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날 불참은 청와대와 친박계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마주칠 경우 어색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 대표의 계룡대 행사 불참 사실을 밝혔다. 민 대변인은 "오늘 행사에 김 대표는 불참한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정두언 위원장, 유승민 의원 등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대거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방문길에 오를 때와 귀국할 때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환송·영접 행사에도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원유철 원내대표가 당을 대표해 박 대통령과 인사했다. 이때 김무성 대표의 심사가 좋지 않은듯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밖에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식 일정으로 잡아뒀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도 취소했다.

김무성 대표의 이같은 당무 보이코트는 청와대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는 불쾌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당무거부, 칩거등은 정치인들이 최고 권력이나 반대세력과 싸울 때 배수진을 치고 한번 붙겠다는 의사 표현의 방식이다.

김무성 대표의 이같은 모습은 그의 정치적 스승인 김영삼(YS) 전대통령을 답습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YS는 노태우 대통령의 청와대와 민정계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었다.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와 협공을 당하는 것과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1990년 YS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통일민주당과 김종필의 자민련, 여당인 민정당을 합쳐 3당 합당에 합의하고, 합당한 민자당 대표를 맡았다. 그러던중 합당 당시 합의한 내각제 각서가 언론에 유출됐다. YS는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자 음모론을 제기했고, 당무거부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김영삼 대표는 고향인 마산으로 내려가 등산을 했다. 무학산 등반에는 그의 지지모임인 민주산악회가 동참했다. 일종의 세 과시였다.

YS는 반전에 성공했다. 내각제 각서 유출을 정치 공작으로 몰아붙이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노태우대통령과 민정계의 양보를 받아냈다. YS가 당부거부를 통해 당내 입지를 확고하게 잡았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김무성 대표도 차기 유력 대권주자다. 청와대 참모가 공개석상에서 당대표를 공격하고, 이를 신호삼아 친박계가 일제히 당대표 공격에 나선 형국이다.

김무성 대표가 YS처럼 반전에 성공할 것인가. 관건은 김무성 대표가 YS처럼 배짱이 두둑할 것인지다. 김영삼, 노무현등이 승부사로서의 기질이 있었다. 김무성 대표가 이번에 그것을 보여줄지가 관심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YS나 노무현 전대통령처럼 강단이 세지 않다는 평이 흘러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국군의 날 행사 등 일정 취소에 대해서는 "감기가 나은 듯 했는데 재발한 것 같고 몸도 안 좋고 해서 늦게 일어난 것"이라며 "너무 의미를 두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발 빼는 분위기다.

여론도 좋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과 싸우는 모양새는 김무성 대표에게 상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3년차인데도 50% 선이다. 노태우 대통령과 싸우던 YS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각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지난주와 비교해 3.9%p 떨어진 37.4%를 기록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1.5%p 올라 27.7%, 정의당은 5.9%(0.6%p 상승)로 나타났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주와 동일한 21.5%로 1위를 유지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19.9%(0.4%p 상승), 박원순 서울시장 12.8%(0.6%p 하락)로서 한 주 동안 순위 변동은 없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7.5%), 김문수 전 경기지사(4.7%), 오세훈 전 서울시장(4.1%), 안희정 충남지사(3.3%) 등의 순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7.8%로서 지난주에서 1.2%p 상승했으며, 부정적 평가는 43.7%로 4.0%p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최근 유엔 총회를 참석한 외교 행보에 의해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해석했다.

정치인들은 여론에 민감하다. 김무성 대표의 당부거부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않는한 반전 분위기로 전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루만에 끝난 김무성의 당무 보이코트

PS) 김무성 대표는 1일 오후에 "이제 안심번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 않겠다"며 더이상 청와대와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생각하고 바라는건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우리 모두의 합의, 이것만 지켜지면 뭐든 저는 수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곧 구성 될 특위에서 좋은 방법을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플랜B' 논의 특별기구에서 공천 룰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다른건 일체 더이상 공방을 벌이고 싶은 생각이 전연 없다"고 재차 청와대와의 직접적인 대응을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김 대표는 또 현기환 정무수석이 안심번호 문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청와대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인정했다. 김 대표는 "현기환 수석이 거기(안심번호)에 대해 걱정하고 우려하는 이야기를 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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