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일본, 취미도 사라지나...'맛집 탐방'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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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일본, 취미도 사라지나...'맛집 탐방'만 뜬다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9.23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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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취미나 스포츠 활동 즐긴다' 20년來 최저...가처분 소득 감소도 영향
KOTRA 일본 오사카무역관
요즘 일본에서는 맛집탐방 리스트를 소개하는 사이트가 인기다. 사진=그루나비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대표적인 노인국가 중 하나인 일본에서 취미나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KOTRA 일본 오사카무역관은 일본 ‘하쿠호도생활총합연구소’가 20세에서 69세의 남녀 30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인용하면서 일본에서 ‘꾸준히 즐기는 취미와 스포츠가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최근 2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년 넘게 즐기고 있는 취미가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1998년에는 60.2%였으나 2018년에는 49.1%에 그쳐 11.1%포인트나 감소했다.

또 ‘1년 넘게 하고 있는 운동이 있다’는 질문에는 1998년에 33.3%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나 2018년에는 24.5%만이 ‘그렇다’고 대답해 역시 8.8% 포인트나 줄었다.

취미 생활에 대한 설문결과. 자료=하쿠호도생활총합연구소‘생활정점’
일본인의 취미 생활에 대한 설문결과. 자료=하쿠호도생활총합연구소‘생활정점’

◆ 가처분 소득 감소도 줄어든 취미활동에 영향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도 돈이 드는 취미 또는 단체활동에 대한 참가가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에 따르면 1997년 가처분소득은 49만7000엔이었으나 2017년에는 43만5000엔으로 6만2000엔이 감소, 20년 전의 87% 수준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드는 독서, 영화감상, 음악감상, 쇼핑, 국내여행 등은 취미 순위에서 20년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특히 ‘영화감상’은 취미가 있다는 응답자 중 30% 이상이 선택한 유일한 취미였다.

전통적인 취미로 여겨졌던 ‘도예, 정원 꾸미기’와’ 노래방’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자동차, 드라이브’는 10위권 내에 있었지만 순위는 하락했다. 이는 정원이 없는 맨션 거주자의 증가와 자가용을 미소유자의 증가 등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보급의 영향으로 컴퓨터가 취미 2위로 올랐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게임’ 역시 6위에 랭크됐다.

◆ 요가, 모바일게임은 꾸준히 늘어

최근에 눈에 띄는 취미는 요가다. 취미가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요가를 취미로 꼽은 비중은 2014년에는 4.2%에서 2018년 6.7%로 높아졌다. 길거리나 오피스에도 요가매트를 들고 출근하는 사람이 종종 보이며,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요가교육을 받는 회사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캠프파이어’에 출품된 여성용 요가 가방. 자료=캠프파이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캠프파이어’에 출품된 여성용 요가 가방. 자료=캠프파이어

모바일게임 역시 2014년 7.4%에서 2018년 24.7%로 빠르게 상승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시간이 날 때 즐길 수 있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야노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모바일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3% 성장한 1조6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맛집 탐방(타베아루키·食べき)도 빼놓을 수 없는 취미다. 그 지역의 명물요리나 맛있는 음식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는 맛집 탐방은 지난 20년간 유일하게 10위권 안에서 순위가 오른 취미다.

지난해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경제재정백서’에서 외식산업 매출 증가의 요인 중 하나로 ‘맛집탐방’에 대한 관심 증가를 꼽기도 했다.

‘맛집 탐방’ 취미가 롱런할 수밖에 없는 건 '저렴하지만 맛있는 가성비 좋은 음식'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최근 2년간 일본에서는 치즈닭갈비, 타피오카, 치즈도그, 치즈티, 대만빙수 등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들 히트상품은 판매가격이 인당 1000엔 미만으로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것에 비해서 저렴하다. 또 한국, 대만 등 이웃나라에서 건너온 음식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 '맛집 탐방'이 롱런하는 이유...자기표현·소통의 수단

또 인스타그램 등 SNS가 빠르게 확산한 데 따라 소비자들에게 맛집 탐방은 단순히 맛있는 것을 찾아서 먹는다는 ‘미식’의 의미를 뛰어 넘었다. 정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자기표현’과 ‘소통’이라는 새로운 부가가치가 생겨난 것이다.

지난해 소개된 ‘치즈닭갈비’가 일본의 젊은 여성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던 요인 중 하나도 전형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잘 찍히는(インスタ映え·인스타바에) 음식이었던 영향도 있었다.

음식의 비주얼로 화제가 된 치즈닭갈비. 자료=타베로그
음식의 비주얼로 화제가 된 치즈닭갈비. 자료=타베로그

닭갈비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잘 녹은 치즈에 닭갈비를 푹 찍어서 올렸을 때 먹음직스럽게 쭉 늘어지는 치즈가 SNS를 즐기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결국 앞으로의 취미는 '구체적인 활동’보다는 SNS를 통해 삶의 가치를 공유하거나 라이프스타일의 추구하는 행동양식으로 그 의미가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사카츠(朝活·아침활동)’는 아침시간에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 요가, 러닝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사례가 있으며 이후 ‘아사카츠’ 전용 수첩, ‘아사카츠’를 돕는 식품 등 다양한 관련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 이 기사는 KOTRA 일본 오사카무역관(작성자 조은지)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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