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맥도날드 형제가 초기 창업에 대해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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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스타트업 칼럼] 맥도날드 형제가 초기 창업에 대해 주는 메시지
  •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 승인 2019.09.22 16: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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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성공기 영화에서 배우는 창업 형제들 스토리
생존이 먼저, 비지니스 전환의 고비도 배울 수 있어
초기 고객 정확히 이해하는 노력도...창업동지간 '팀워크' 중요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이정태 피플스노우 이사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의 창업스토리를 담은 영화 ‘파운더(the Founder)’는 미국에서 2016년 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듬해 4월에 개봉했는데, 관객 수가 3만4593명에 그쳤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초기 창업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다. 아니 초기 창업자들이 반드시 한번쯤은 봐야 할 좋은 텍스트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맥도날드 형제가 아니다.

물론, 유니콘을 꿈꾸는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레이 크록의 일대기는 모범을 삼을 만한 롤 모델이라는데 주저함이 없다. 다만,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을 하게 되는 대부분의 일반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맥도날드 형제의 초기 창업 이야기가 영화 초반 부분에 짧게 담겨 있다.

아일랜드계 이민자인 맥도날드 형제가 무일푼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과정에 관한 디테일을 유심히 보다 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 통찰적인 사고를 하게 되기도 한다.

레이 크록의 투자를 받아 맥도날드는 M모양 로고를 상징하는 헴버그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나아갔다. 레이 크록은 곧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확장시킨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레이 크록의 투자를 받아 맥도날드는 M모양 로고를 상징하는 헴버그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나아갔다. 레이 크록은 곧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확장시킨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그런데, 실제로 창업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 주고 짧게 토론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잘 이해하면서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토론 이후에 필자도 다시 보니, 실제로 장면 장면의 의미를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꽤 많았다. 꼼꼼히 의식적으로 영화를 보지 않으면 놓쳤던 부분이 많았다. 여러 차례 복기하듯 봐야 이전에 보지 못하던 부분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맥도날드 형제가 멀리서 찾아 온 레이 크록에게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영화의 초반 20분 분량을 통해 몇 가지 초기 창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주요 사항과 이슈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창업 아이템보다 더 중요한 것, '생존 본능'

첫 번째 사항은 처음 창업시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부분이다. 맥도날드 형제는 자신의 아이템으로 살아남은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헐리우드에서 트럭운전을 해서 돈을 모았던 맥도날드 형제는 영화관을 열었다가 대공황의 여파로 망한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대공황 와중에도 살아남은 핫도그 서비스 업체를 보고 이 업체를 벤치마킹해서 인근 지역으로 옯겨서 동일한 서비스로 장사를 해서 생존한 것이다.

심지어 좀더 장사를 잘 할 수 있는 곳으로 한차례 더 인근 지역으로 옮기면서 이사비용이 없어서 그 가판대를 잘라서 옮기는 처절한 상황이기도 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한 생존 본능으로 버텼던 초반 시기는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다.

스타트업이 초기에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차별성을 강조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에 대해 현실적으로 과연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영화 '파운더'에 나오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만든 형 맥(오른쪽)과 동생 딕 맥도날드.
영화 '파운더'에 나오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만든 형 맥(오른쪽)과 동생 딕 맥도날드. 사진= 영화 파운더의 한 장면.

비지니스 방향을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가

두 번째 사항은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시점과 내용에 관한 것이다. 핫도그 서비스로 살아남게 된 맥도날드 형제가 이어서 확장한 서비스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적용한 서비스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드라이브인 방식의 외식서비스였다.

차를 타고 와서 차에서 앉아있는 상태에서 지금의 알바들과 유사해 보이는 카홉들이 차로 가서 주문을 받아 음식서비스를 하면서 매출을 꽤 올렸고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궤도를 올랐다. 다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매출이 정체되고 운영비용이 만만찮게 들면서 비즈니스 혁신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때부터 시장의 트렌드와는 차별되는 자신들만의 비즈니스를 구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이전과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주문시간을 30분에서 30초로 단축하는 것, 고객들이 주로 주문하는 세 가지 음식(햄버거, 감자튀김, 소프트드링크)에 집중하고 인력을 줄이고 운영을 효율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오랜 서비스 경험에서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핵심 문제를 파고들면서 고객가치를 새롭게 설정했다 이러한 내용이 정리가 되자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단순한 방향전환이 아니다. 사업 구조의 전환, 가치 획득 방식의 전환을 선택한 것이다.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시점과 내용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른바 비즈니스 피벗(방향전환)은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사업자에게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건 근본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어렵다. 위험을 동반하지 않는 의사결정이 없듯이 피벗에 대한 결정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다만, 그 용기의 바탕에는 과학적,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방향전환을 하면, 고객가치와 핵심고객, 채널, 고객관계 등 비즈니스가 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 때문에 살아남아서 그럭저럭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는 시점에서 방향전환에 도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잘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잘 구축하지 못한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고객들은 과연 잘 받아들일 것인가 등 의사 결정해야 할 포인트가 많을 수 밖에 없고 어느 누구도 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 유명한 테니스코트에서 패스트푸드 주방을 구상하고 서비스 프로세스를 테스트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디테일에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명언을 떠올리게 한다.

사업초기 고객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하기 

세 번째 사항은 초기 고객에 관한 것이다. 이미 드라이브인 방식에 익숙한 일반 고객들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패스트푸드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걸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부딪혀보면 그 저항감은 견디기가 매우 힘들다. 홍보하기 위해 야간 이벤트도 열기도 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기존 고객의 관심을 가지게 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실패를 자인하고 기존의 방식으로 돌아가고자 결정하는 순간 찾아온 고객은 꼬마 고객이었다. 어린이들이었다. 맥도날드 서비스에 열광한 것은 처음에는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이른바 '얼리 어답터'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나온 부모들이 연이어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를 찾게 된 것이다. 이어서 청소년들과 젊은 층들이 몰려들었다. 맥도날드 형제도 이 부분을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새로운 서비스에 열광하게 되는 초기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건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과 같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휠씬 많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제품/시장 적합성의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다. 맥도날드 형제가 사업하던 1950년대보다 지금은 훨씬 복잡하고,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화되었고, 고객의 문제나 요구사항은 더 까다로워지고 섬세해졌다. 고객에 대해 잘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고객을 알아가는 다양한 학습과 훈련의 과정과 경험의 축적은 필수적이다.

결국은 팀워크...가치도 서비스도 실행할 '신뢰기반 팀' 있어야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사항은 이 모든 일들이 맥도날드 형제의 끈끈한 팀워크 하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세세한 얘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수십 년을 동고동락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피를 나눈 형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결국에는 혁신적인 가치나 서비스도 제대로 실행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긴 시간동안 호흡을 맞춰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신뢰기반의 팀 구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은 여러 차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화 ‘파운더’에서 맥도날드 형제의 역할은 여기서 거의 끝난다. 이후에 이어지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레이 크록의 맥도날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할 대목이다. 어쨌든 맥도날드 형제가 혼신의 힘을 다해 사업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초기 창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한번쯤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멘토그룹 (협)피플스노우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싸이월드 창업멤버로 활동했으며 K-ICT 창업멘토링센터 CEO멘토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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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더 2019-09-28 15:04:27
이 영화 다시 봐야겠네요.
창업후 피벗의 어려움을 잘 뽑아낸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