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경제가 버려진 자식인가"...Mr. 쓴소리 집안 박용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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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경제가 버려진 자식인가"...Mr. 쓴소리 집안 박용만 회장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9.20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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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정쟁 멈추고 경제 돌봐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8만 상공인을 대표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악의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국회를 향해 "경제가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인가"라고 쓴소리를 내뱉어 화제다.

박 회장은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도 정쟁 몰두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를 싸잡아 비판했다.

◆"경제가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인가" 

박 회장은 "주요국의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사우디 유전 공격에 따른 유가 변동성 등 대외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기업들의 단기적인 비용 상승(최저 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음에도 경제해법에 대한 논의는 실종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되면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며 "기업활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박 회장은 "그나마 재정의 역할로 경제 하방을 방어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민간 기여율이 낮으면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2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 잠정치는 2%로 정부의 기여율이 1.8%포인트를 차지했다. 반면 민간의 성장 기여율은 0.2%포인트에 불과했다. 사실상 민간의 성장동력이 가라앉은 셈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재정 여력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간다면 경기침체시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게 박 회장 주장이다.

국내 상장사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더라도 14%나 줄었다.

박 회장은 "기업은 역성장하는 등 수익성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며 "최근 고용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60세 이상이 많고 제조업과 금융업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또 "국회 파행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20대 국회 들어와서 제대로 열린 적이 있냐"며 "입법을 다루는 국회가 역할을 못한 지 굉장히 오래됐다"고 꼬집었다.

국가 경제를 걱정하는 박 회장의 진심어린 성토에 재계 안팎에서는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한편, 그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두산그룹 총수에서 8만 상공인 대표로

두산그룹 총수로서 회사를 이끌던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대한상의의 새 선장이 됐다. 1955년 2월5일 서울에서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1녀 가운데 다섯째로 태어나 1982년 두산건설 뉴욕지사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어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1995년)과 부사장과 두산 대표이사 사장(1998년)을 거쳐 2005년 두산·두산산업개발·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의 부회장에 차례로 올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형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박용만의 비리내용을 고발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른바 '형제의 난'이 발생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박 회장은 2007년 2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경영일선에 복귀, 2009년부터 지주사 두산과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회장을 차례로 맡았다. 회장 재직 4년 만인 2016년 3월2일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두산그룹 회장직을 넘겼고, 대한상의(3연임)와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만 맡고 있다.

◆'직설·단결·소통'…키워드로 본 '재계 대표' 박용만

박 회장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며, 젊은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는 과도한 의전보다 소탈과 실용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박 회장은 해야 할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화끈한 스타일이라고 평가를 받는다. 이는 지난달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잘 드러난다.

박 회장은 당시 "여야정 모두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위기라고 말을 꺼내면 듣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장이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일본은 치밀하게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고 일갈했다.

국회를 방문해 여야 5당 원내대표를 각각 만난 지난 6월에는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 협조를 요청하면서 "여야 모두가 옳다고 주장을 하지만 기업이나 국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골병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답게 나라에 위기가 닥치자 단결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7월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대통령이 대처하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기업은 각자 자기가 처한 입장에서 대처하는 것이 국가에서 부담을 덜고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동단체와의 소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6일 저녁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서울 중구의 한 호프집에서 이른바 '치맥 미팅'을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유연근로제와 노사문제, 일본 수출규제, 원전 문제 등 사회 전반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는 후문.

재계 관계자는 "살아 있는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기업인이 실종된 가운데, 대한민국 상공인들과 재계를 대표하는 분께서 정부와 국회를 향해 따끔한 충고를 해 속이 시원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기업 입장에서 대외 리스크로 인해 경영하기 쉽지 않은데 소상공인, 국민들은 몇 배는 얼마나 더 어렵겠냐"이라며 "박 회장의 발언이 구호로만 끝나지 않고 정책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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