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벤처캐피탈, 실리콘밸리 대신 호주에 투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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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벤처캐피탈, 실리콘밸리 대신 호주에 투자하는 이유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9.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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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기업 상장에 낮은 문턱도 한몫
KOTRA 호주 멜버른무역관
미국의 벤처캐피탈이 호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근로자 안전관리 스타트업 세이프티컬쳐(사진)는 지난해 뉴욕의 투자회사사로부터 6000만 호주달러를 투자받았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실리콘밸리에 집중됐던 미국 벤처캐피탈이 새로운 투자처로 호주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호주 경제가 지난 28년간 마이너스 성장이 없을 정도로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리스크가 낮은 투자 환경 때문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호주 정부도 새로운 일자리의 90%를 차지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며 소프트웨어 바이오테크 IT 분야에서의 성공을 지원하고 있다.

◆ 벤처캐피탈, 호주 투자액 '사상 최고'

KOTRA 호주 멜버른무역관은 KPMG에서 발표한 글로벌 벤처캐피탈 트렌드 보고서를 인용, 2018~19년 회계연도에 호주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액은 12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호주투자협회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796건의 호주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투자가 성사됐으며 총 투자액은 45억 호주달러(약3조65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는 5월에 있었던 호주 연방 선거의 영향에 따라 거래가 다소 주춤하였으나 대규모 벤처캐피탈 펀드가 꾸준히 들어 오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상당수의 벤처캐피탈은 호주에서 성공을 거둔 소프트웨어, 바이오테크, IT 스타트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대형 캐피탈 기업의 메가 펀드(mega-funds) 투자는 전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벤처캐피탈의 호주 투자 추이(단위=백만호주달러, 개) 자료=KPMG

호주 정부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과 이노베이션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유연한 정책으로 해외 벤처캐피탈을 유치하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에서 기업 상장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 영향으로 기업공개(IPO)를 꺼려하면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주식에 상장된 기업의 수가 22.7% 감소했다. 반면 반면 호주는 같은 기간 동안 ASX 호주 주식시장에 등록된 기업이 47.8% 증가했다.

◆ 美 투자자, 낮은 상장 문턱과 유연한 기업 정책에 '호감'

미국의 투자자들은 ▲호주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성 ▲투명한 경영구조 ▲실리콘밸리형 비즈니스 방식 등을 높게 평가한다.

실제 호주에서는 2011년 이후 칸바(Canva), 10XGenomics, 집머니(ZipMoney), 죽스(Zoox), 애프터페이(Afterpay), 에어왈렉스(Airwallex)까지 총 6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호주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 중 하나인 블랙버드 관계자는 현재 기업가치 5억 달러 이상의 호주 스타트업이 14개, 1억 달러 이상은 52개가 있는 만큼 향후 호주에서 태어난 유니콘 기업이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 최대 유니콘 중 하나인 아틀라시안(Atlassian)은 비지니스용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2002년에 설립됐으며 2015년 나스닥에 상장돼 있어 현재 기업 가치는 500억 달러에 이른다. .

미국의 벤처캐피탈에 투자한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먼저 인사관리 스타트업인 엔보더(Enboarder)는 2015년 설립된 HR 테크놀로지 업체로 올해 미국의 벤처캐피탈 등 3곳에서 1160만 호주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새롭게 채용된 직원이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으로 기업과 직원 간의 계약서 작성과 사인을 비롯해 첫 출근 후 매니저, 팀 동료와 커뮤니케이션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재 글로벌 기업인 맥도날드 구찌 월마트와 호주기업인 퀀타스(Qantas), 웨스팩(Wespac), Australian Post 등 200개 기업이 고객사다.

건설현장에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건설현장에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Assignar의 소프트웨어

2013년에 설립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Assignar는 미국의 벤처캐피탈 톨라 캐피탈(Tola Capital)로부터 870만 호주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건설 계약업체들이 프로젝트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플랫폼을 개발했다. 호주,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의 소규모 계약업체부터 LIEBHERR, Bridgestone, Downer, UGL, Lend Lease 등 대규모 건설사까지 400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 소프트웨어 IT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에 거액 투자

유통 스타트업인 플루언트 커머스(Fluent Commerce)는 2015년 설립된 주문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옴니채널을 가진 리테일 유통사가 Click & Collect와 배달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 고객경험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호주 대형 유통사인 울워스(Woolworths), 타겟(Target), BigW은 물론이고 삼성, 나인웨스트(Nine West) 같은 전자, 패션업체들도 고객사다. 

회사는 지난 8월 미국의 B2B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애로우루트 캐피탈(Arrowroot Capital)로부터 3300만 호주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자금으로 세일즈, 마케팅, 제품개발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발판도 마련했다.

교육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GO1은 올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벤처 펀드인 M12 사의 주도하에 3000만 호주달러의 펀딩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호주 최대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 시크(Seek)사와 파트너십으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50만 개의 코스가 오픈돼 있다.

GO1의 기업용 주요 트레이닝 코스. 사진=GO1홈페이지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 스즈키, 아사히 등이 주요 고객이다. 회사측은 마이크로소프트와 GO1가 추구하는 고객사가 일치하기 때문에 이번 투자를 통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12 사에서 아시아대양주 지역에 투자한 첫번째 스타트업으로 작년에 비해 2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근로자 안전관리 스타트업 세이프티컬쳐(SafetyCulture)는 지난해 뉴욕의 투자회사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Tiger Global Management) 사로부터 6000만 호주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회사가 만든 앱 iAuditor는 안전한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플랫폼인데 BHP billion, Coca-Cola Amatil, 테스코(TESCO), 유니레버(Unilever), 아메리칸에어라인(American Airlines), 네슬레(Nestle) 등이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iAuditor를 통해 전세계 80개 국에서 3억 건 이상의 작업환경 감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17년 85명이던 직원수는 지난해 215명으로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호주에 투자하는 상당수의 벤처 캐피탈은 투자 검토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자금에 여유가 있는 투자자들로 시장 잠재성과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호주 정부가 전략적 미래 산업으로 육성중인 바이오테크, 에듀테크, 농업테크, 핀테크 분야에서 스타트업 투자 유치가 활발하다.

호주의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호주는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 하기에는 좋지만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에는 시장이 작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KOTRA 호주 멜버른무역관(작성자 강지선)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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