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전파 낭비 ‘유승준 인터뷰', 해명기회 줄 필요 있었나
상태바
[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전파 낭비 ‘유승준 인터뷰', 해명기회 줄 필요 있었나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09.19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유승준과 관련된 칼럼만 세번째 쓴다. 이쯤 되면 누군가 유승준 저격수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닌 건 아닌 것을.

SBS ‘본격연예 한밤’에서 그가 살고 있는 LA를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는 대대적인 홍보에 유승준의 입을 통해 어떤 말들이 나올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17년이란 긴 시간동안 직접 해명을 듣지 못했으니 뭔가 오해가 있었을지도 모를 거라는 나름의 순진한(?) 생각도 했다. 또 그가 행한 잘못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묵혀뒀을 속앓이를 들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았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20여분 넘게 계속됐던 인터뷰 방송 시간은 전파낭비였고, 방송사가 왜 그런 무리수를 뒀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저 당사자에게 오랜 세월 제대로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 하소연이라도 들어보자는 심산이었다면 대중을 잘 못 본거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 세례에 직면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를 내보낸 ‘본격연예 한밤’의 시청률이 평소보다 높은 8.0%를 기록했다니 시청률에 목말라 있는 방송사 입장에선 소기의 성취를 이룬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진= SBS ‘본격연예 한밤’

◆ 병역은 의무이지 선택 사항이 아니다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이 바로 내일이다. 이를 앞두고 유승준의 ‘변명의 장’이 돼버린 인터뷰 내용은 곱씹을수록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킬 뿐이다. 

군대를 가겠다고 본인 입으로 먼저 말한 적이 없는데, 기자가 쓴 기사 때문에 군 입대 관련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는 당시 상황 설명은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맘에도 없는 말들로 스스로 이미지를 포장하다 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거 아닌가. 불혹(不惑)을 넘겼음에도 어른스럽지 못한 발언에 어이가 없다. 

솔직히 군대를 가고 싶어 하는 청년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가장 좋은 시절, 인생의 변곡점이 되는 시기를 마주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좋고 싫음을 따질 필요조차 없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은 의무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다. 아직도 그는 ‘이행해야만 하는' 의무를 자신이 잘못 ‘선택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 대중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한 인터뷰

그는 아버지와 목사님의 설득으로 시민권을 획득하게 됐다고 했다. 세계를 무대로 삼고 싶었다는 당시의 의지는 알겠지만 그것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이유가 됐다는 건 어떤 논리로도 이해가 안 된다. 

비약이 심하다고 하겠지만 만약에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면 이제와 새삼 정체성과 뿌리를 운운했을까. 자신이 17년 전에 버린 그것을 다시 찾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본 그의 정체성은 ‘유승준’보다 ‘스티브 유’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는 한국에서 영리활동을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말은 참 쉽다. 그가 군대에 가겠다고 했을때 대중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도가 센 언행불일치의 모습을 목격했을 뿐이었다.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그가 한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 건 17년 전에 있었던 강력한 학습효과 때문일 게다. 벗어나고 싶겠지만 그는 여전히 대중에게 대표적인 ‘표리부동의 아이콘’으로 각인돼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거라고 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터뷰는 굳이 할 필요 없었던 유승준식 팩트체크를 통해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더 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유승준의 자충수에 대중의 마음은 더욱 요지부동이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