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품광고 인정…"인민 위한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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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상품광고 인정…"인민 위한 봉사활동"
  • 연합뉴스
  • 승인 2015.09.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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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시장경제 커지자 광고로 이윤 창출하려는 것"

북한이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상품 광고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외자 유치와 수출 활성화를 위해 해외 대상 광고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으나,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인민 대상 광고'도 필요하다고 주장해 이례적이다.

연합뉴스가 최근 입수한 북한 학술지 '경제연구' 2015년 3호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 '사회주의 사회에서 상품광고의 본질적 내용과 특징'이 실렸다. 이 논문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상품광고를 잘 하는 것은 인민들의 늘어나는 물질문화적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고 상품판매를 촉진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상품광고에 대해 "상품을 기동성 있게 소개해 상품 수요를 형성 발전시키고, 상품의 판매형식과 방법을 소개선전해 근로자들의 구매 편의를 도모하며 물질문화생활을 보장하는 봉사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연구'에 실린 이번 논문은 그동안 외면해온 내국인 대상 광고의 필요성을 '인민을 위한 봉사활동' 차원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라 상당히 파격적이다.

다만 논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광고는 인민들을 기만해 돈벌이를 하는 수단이며 생산수단을 포함한 모든 생산물을 광고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사회주의 사회의 광고는 소비품을 대상으로 인민의 구매 편의를 도모하는 봉사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제의 확산으로 광고를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자본주의의 산물로서의 광고와 자신들이 하는 '사회주의 사회'의 광고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자본주의의 상징과 같은 광고를 내국인 대상으로 하는 것을 꺼려온 북한에서 이런 내용의 논문이 발표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시장경제가 커지고 기업 단위에서 독립채산제를 시행하다보니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 내국인 대상으로도 광고를 적극적으로 해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그동안 자본주의의 산물인 광고를 금기시하는 모습을 보여오다가 김정은 체제 들어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광고 활동에 서서히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김일성종합대학 학보에 '수출품 광고의 이용에서 나서는 기본 요구'라는 제목으로 광고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논문이 실렸다. 지난 6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이 열린 평양 김일성경기장에 개성 고려인삼과 평양 건재공장 등 기업 광고판을 이례적으로 내걸기도 했다.

다만 이런 변화는 어디까지나 수출과 외자 유치를 늘리기 위한 해외 대상 광고에 한정됐다.

내국인을 대상으로는 지난 2009년 7월 대동강맥주가 조선중앙TV를 통해 '어, 시원하다! 대동강 맥주"라는 문구를 담은 광고를 파격적으로 선보인 바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금세 자취를 감췄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저런 광고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한 짓"이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는 후문이 있었으며, 이 광고의 여파로 방송업무 총책임자가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 2009년 조선중앙TV에 등장했던 대동강맥주 광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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