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인화? 생존 위해 불화도 마다 않는다...이것이 '구광모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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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인화? 생존 위해 불화도 마다 않는다...이것이 '구광모 스타일'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9.18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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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로 변신' LG, 인화 대신 변화·생존
6인 부회장단, 구광모 체제 출범 후 자리보전 2명
구광모식 합리주의, 빠른 사업구조 개편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LG그룹이 '젊은 총수'로 바뀐 지 1년여 만에 내부적으로는 과감한 인적쇄신과 사업구조 개선을 단행하고, 대외적으로는 경쟁사와의 법적분쟁이나 이전투구도 마다하지 않는 등 전사(戰士)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룹 출범 때부터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던 인화(人和) 대신 냉엄한 비지니스 전선에서 이겨야한다는 경쟁심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4차 산업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초격차 신(新)성장동력'을 찾지 못하자 구광모 회장이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디스플레이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부회장단에도 책임경영 적용…'철밥통'은 없다

LG그룹의 변신은 그룹의 원로격인 '6명 부회장단'의 구성변화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상범 부회장은 지난 16일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회사 측은 인사원칙인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를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입장이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사실상 '경질'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3687억원의 영업손실 기록했다. 전년(-2281억)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다. 지난 1분기에도 1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액은 5조35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6112억원)보다 5% 줄었다.

한 부회장 말고도 부회장단의 자리이동은 적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이 지난해 6월 ㈜LG 대표이사에 취임한 직후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떠났다. 그리고는 하현회 부회장을 LG유플러스로, 권영수 부회장을 ㈜LG로 맞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연말에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고, 이 자리를 3M에서 영입한 신학철 부회장이 꿰찼다.

부회장단 6명 중 구광모호 출범 후 보직이 바뀌지 않은 사람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뿐이다. 그렇지만 이들도 자리보전을 장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조성진 부회장은 가전 사업본부(H&A)의 실적이 좋고, 2016년말 부터 CEO를 맡아 재임기간이 짧은 편에 속해 유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스마트폰(MC)과 자동차부품 솔루션(VS) 사업본부의 적자폭 확대, TV 사업본부(HE)의 실적악화 등은 교체 명분이 될 수 있다.

차석용 부회장은 2004년부터 14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면서 호실적을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도 생활용품·화장품·음료 등 3개 부문 모두 전년 대기 영업이익 증가했다. 변수라면 비교적 고령에다 오랜 기간 CEO를 역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합리주의' 구광모, 수익·시장성 떨어지는 사업 정리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속도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젊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는 구광모 회장의 색깔을 보여주듯 수익성이나 시장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하거나 청산하는 데 적극적이다.  

LG화학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LCD용 편광판·유리기판 사업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월 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고, 수처리 사업 자회사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했다.

이밖에 ▲LG디스플레이 일반 조명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철수 ▲LG유플러스 PG(전자결제) 사업부 매각 ▲LG CNS 지주사 보유 지분 35% 매각 등도 발빠른 LG의 행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베이징의 트윈타워도 시장에 내놓았다.

LG전자는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디스플레이 기술 설명회를 열고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QLED 8K TV 화질이 국제기준에 못미친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사진제공=LG전자

◆'전사 본능' LG, 화합보다 생존

시장 안팎에서 잡음을 내기보다 화합을 중시했던 LG그룹의 기업문화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재계 관계자는 "LG도 이제는 찔리면 물고, 맞기 전에 때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 LG는 고위 임원 위아래간 관계가 긴밀하고, 기업내부에서도 인화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변화 또는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던 적이 많았지만, 실제 고위임원들 사이 형성된 끈적한 인간관계에 막혀 변화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았다. 경영수업을 받던 구광모 회장은 이 점을 LG 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룹 외곽의 관계자는 "구 회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상당히 젊은 임원들"이라며 "이들과 교류하면서 그룹의 미래 방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LG전자가 OLED(올레드) 기술과 8K TV 시장 선점을 위해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칼날을 세운 게 '공격수 LG'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IFA 2019'에서 삼성전자 QLED 8K TV의 화질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그와 동시에 75초 짜리로 제작한 올레드 TV 광고를 공개했다.

특히 A·B·F·U·Q·K·S·T 등을 차례로 바꿔가며 자사 올레드 기술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유독 ‘Q’에서만 1초 정도 멈춘다. 동시에 "앞 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니까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나는 건 올레드 TV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삼성전자 QELD가 자사 올레드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정면공격한 것이다.

이어 17일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열고, 삼성 QLED 8K의 화질선명도(CM)가 국제 기준(50%)에 훨씬 밑도는 13~18%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게다가 이 자리에서 올레드 TV의 '자발광 디스플레이' 기술을 뽐내기 위한 일환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분해, 퀀텀닷 시트를 끄집어내기까지 했다.

LG화학이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과 벌이는 배터리분쟁도 '물러서지 않는 LG'의 새로운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LG화학은 자사 배터리 관련 인력을 계획적·조직적으로 빼내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며 지난 4월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이에 맞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일엔 ITC와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글로벌 경기 위축기에 국내 대기업끼리 분쟁이 발생하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없지 않지만, LG화학은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비공개 회동하고 나온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아무 성과없이 냉랭한 모습으로 헤어졌다. 재계 화합을 중시하던 과거의 LG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다.

이밖에 LG유플러스가 단통법 시행이후 최초로 KT와 SK텔레콤을 방통위에 신고했다. LG생활건강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행보를 보면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음을 체감한다"며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과거와 다르게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4차산업이 본격화됐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사업이 없다는 점도 구광모 회장의 결기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그룹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이 구체화되는 시점 당시 한 부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LG전자와 LG화학 등 경쟁사와 분쟁은 사업 필요성에 따라 계열사별로 판단해 진행된 것으로 구광모 회장에게 허락을 받을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 이슈가 집중된 까닭에 큰 변화를 맞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일련의 작업들은 과거부터 늘 해오던 일"이라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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