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배후 증거 제시할 수 있을까...국제유가는 '진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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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배후 증거 제시할 수 있을까...국제유가는 '진정세'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9.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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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장관 "피격시설 절반 복구...월말까지 다 회복"
이란 "제재 해제전에는 미국과 대화없다"...美, 폼페이오장관 급파
미국, 유엔총회에 "이란 배후 증거 제시할 것"...국제사회 인정 쉽지 않아

[오피니언뉴스=외신 종합] 미국이 사우디 원유시설 피격 책임을 이란에 씌울 분명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까.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이 조기 회복되는 모습으로 국제 석유시장이 진정세를 보였다. 그렇지만 대화를 거부한 `미-이란` 강경 대치가 여전히 주요 변수로 자리하고 있다.   

시설 복구에 따라 국제유가 진정세 이어질 듯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석유장관은 17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석유 생산시설의 복귀가 진행돼 생산량을 절반 이상 회복했으며 이달 말까지는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석유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이틀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손실된 생산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압둘아지즈 석유장관의 발언직후 국제유가는 6% 하락하며 진정세를 보였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또 기존 보유중이던 석유 비축유를 끌어와 피격 전 공급 수준을 그럭저럭 회복할 수 있었고 이달 고객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유 공급을 공습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면서 "이달과 다음 달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989만 배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석유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이달 말까지 하루 1100만 배럴,  오는 11월 말까지는 12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아울러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엄격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며 사우디가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공급자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압둘아지즈 장관의 기자회견중 7% 이상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7%(3.56달러) 하락한 59.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마이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 원유시설 피격사태와 관련, 사우디로 급파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공격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에 대한 대응측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마이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 원유시설 피격사태와 관련, 사우디로 급파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공격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에 대한 대응측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미-이란 긴장고조....미 "유엔 총회에 이란 배후 증거 제시할 것"

사우디 원유생산시설이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지만, 미-이란간 강경대치가 또 유가 안정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사우디 석유 시설 피격 사건을 계기로 다시 대이란 강경 모드로 돌아섰고, 이란 역시 대화를 거부하며 버티는 모양새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사우디로 급파했다. 미국은 예멘 후티 반군이 공격 배후를 자처하고 있으나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이 '직접' 공격을 했고, 드론의 발원지도 이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미국)는 누구와도 전쟁을 벌이길 원치 않는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미국은 장전이 돼 있고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은 이 지역의 이익과 동맹국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 실수하지 말라"고 이란에 경고했다. 사우디는 중동 내 미국의 최대 우방이다.

펜스 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사우디 카운터파트를 만나 이번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로 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국방 장관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같은 입장 표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원유시설 피격 이튿날인 15일 이란에 대해 "장전 완료된 상태(locked and loaded)"라고 밝혔다가 다시 대화 가능성을 밝혔으나 이란이 대화를 거부한데 따른 반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란 대화 거부에 화났나...미, 국제사회 지지받기 쉽지 않아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주말 사우디 석유시설을 이란의 순항미사일이 직접 공격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음 주 유엔총회에서 증거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AFP통신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상을 '어느 수준에서도 하지 않겠다'고 배제함에 따라 미국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조건 없이 로하니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등 외교적 해법을 모색했으나, 이란은 제재 해제가 없는 한 직접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어떤 급에서도 미국과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그들의 최대 압박 전략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로하니  대통령도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복귀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해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이란을 압박하는 것 이면에 실제한 증거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언명대로 증거가 명확하다면, 피격 당사자인 사우디 정부가 이렇게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비해 사우디 정부는 정확한 증거가 나올때까지 신중한 판단을 하겠다는 이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제시할 증거는 무인기(드론) 잔해외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증거들이 될 전망이다. 드론 공격사실을 인정한 예멘 후티 반군은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은 부인하고 있으며 이란도 이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지역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음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들, 탄도미사일의 파편 등이 이란에서 제작된 것임을 밝히는 것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미국은 지난 수개월 동안 이란에 대해 유조선 피격등에 직접 책임이 있다며 증거를 제시했지만, 대부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에도 유엔총회에 증거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유럽연합(EU),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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