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테러에 국제유가 급등할까...사우디 정제유 단지 공격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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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테러에 국제유가 급등할까...사우디 정제유 단지 공격받아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9.15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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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70만배럴 정제유 단지 공격받아..."일시적 가동중단" 발표
사우디· OPEC· IEA 등 국제 석유 공급소비기구, 즉각 '비상대응' 천명
비축유 충분하고, 글로벌수요 약해...일시적 가격 급등 영향 예상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사우디 최대 정제유 생산단지에 대한 예멘 반군의 드론 테러 공격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일시 급등하는 '발작'현상이 우려된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인근 쿠라이스 유전 주요시설이 14일(현지시간) 새벽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파괴돼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반군은 이날 무인기 10대로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고 주장,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아브카이크 단지는 다란 등 사우디 동부에 몰린 주요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탈황·정제해 국내 정유시설로 보내는 시설단지다.

드론 공격으로 주요 원유 정제시설이 파괴된 아브카이크 단지 위치. 사진= 구글맵
드론 공격으로 주요 원유 정제시설이 파괴된 아브카이크 단지 위치. 사진= 구글맵

사우디 최대 유전단지인 동부의 다란 등 원유를 뽑아 올리는 유전 시설이 아니라, 뽑아올려진 원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송하기 전 1차적으로 탈황, 정제 처리하는 시설로, 원유는 이를 거친 후 국내 정유시설로 이송된다. 

파괴시 오랜 기간동안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어지는 대규모 유전 파괴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일시적인 유가 영향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아브카이크 단지 시설 가동 "일시중단"

사우디의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 장관은 국영 SPA통신을 통해 "반군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시설 두 곳을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한다"고 밝혔다. 압둘 아지즈 장관은 이 시설 파괴로 하루 57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의 최대 석유 탈황 정제시설이다. 

이와 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테러 공격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우려했다.

WSJ는 "이번 생산시설 폐쇄로 하루 500만 배럴의 정제유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세계적인 유가 상승이나 또다른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로버그 통신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문가인 시장조사업체 IHS의 로저 디완 부사장의 말을 인용, "아브카이크 단지는 석유 수급 체계에 있어 심장과 같다"며 "심장마비가 일어난 셈"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제이슨 보르도프 미 컬럼비아대 국제에너지정책센터장이 "아브카이크 단지는 세계 원유 공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며 "이 공격으로 유가가 뛸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14일(현지시각)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원유 탈황·정제 시설이 크게 파괴된 사우디 아브카이크 단지.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원유 탈황·정제 시설이 크게 파괴된 사우디 아브카이크 단지.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사우디 현지에서는 테러 공격이후 설비 가동 중단조치가 일시적인 것으로 수일 내에 가동이 재기될 것이라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람코 측도 CNN비지니스에 "며칠 내 생산량이 회복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람코측은 몇주 동안은 고객사에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원유를 비축해둔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하루 원유 생산량이 980만배럴인 사우디는 평소에도 만일에 대비, 자국내에서 수억 배럴 규모의 원유를 비축해두고 있으며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일본 오키나와, 이집트 시디 케리르 등 주요 거점지역에 저장시설도 활용하고 있다. 

사우디는 세계 원유 공급에 정책적 의무를 지고 있는 만큼, 비축유를 풀어 세계 원유시장에 영향을 제한하는 조치를 적극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도 시장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석유 생산국기구 회의인 OPEC에 대응해 지난 1974년에 설립된 주요 석유 소비국 단체인 국제에너지기구(IEA)은 성명을 내고 "세계 원유 시장은 현재로선 재고가 충분해 공급은 잘 이뤄질 것"이라며 "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사우디 당국, 주요 산유국과 수입국과 연결하고 있다"고 시장의 진정을 요청했다.

예멘 반군 배후 이란, 미-이란 관계 개선 걸림돌 될까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14일 이날 공격과 관련해 긴급히 통화했다고 전했다.

미 백악관은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사우디의 자위권에 대한 그의 지지를 표명했다"며 "미국은 중대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 통화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테러분자(예멘 반군)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와 미국이 예멘 반군의 후원자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는 만큼 미국 진영이 이날 공격을 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군사 위협이라고 규정,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는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트럼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에 대한 적대적 대응을 촉구하는 등 강경파가 다시 나서는 모양새다.

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이란 제재가 일부 해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미-이란관계 완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블룸버그는 "피해가 커 시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원유 수입국이 비축유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사우디의 원유 수출이 장기간 차질을 빚으면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OPEC+)의 기한 연장이 논의되는 산유량 감산 합의가 백지화될 공산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유전시설 파괴가 아닌 점 ▲탈황·정제시설의 파괴로 가동재개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점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의 비축유가 충분한 점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국제유가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로 인한 공급차질 및 가격 급등 사태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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