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한국당이라는 강력한 '방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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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한국당이라는 강력한 '방파제'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09.13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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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무너질까봐 두려운 건 누굴까'
진영 논리와 거리있던 조국 장관 자격 논란...한국당 얻은게 없어
한국당 '방파제' 무너질때 "여권에 진짜 위기 도래할 것"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인사청문회 마다 논란이 됐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 다수는 낙마하거나 임명장을 받음으로써 대중의 관심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임명 이후에도 정치적, 사법적 논란이 이어진 사람은 극소수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극소수 케이스’에 속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국민이 느끼는 상실감을 다시 한 번 절감해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며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요구는 그에서 더 나아가 제도에 내재된 불공정과 특권적 요소까지 없애달라는 것이었다”며 교육 분야 개혁도 강력히 추진해나갈 뜻을 밝혔다. 이 메시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정론’이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청와대의 깊은 고민...여당이 믿은 구석은?

하지만 문 대통령은 또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며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청문회까지 마쳐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질 명백한 위법이 확인 안됐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을 안하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은 야당이나 조 장관을 반대하는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본인이 책임질 명백한 위법’을 인사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은 여당의 과거 모습과도 거리가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 두 방향의 메시지를 통해 청와대는 고민이 깊었음을 드러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에 임명과 철회 두 방향의 메시지를 다 준비해놓으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여권의 전반적 기류도 “물러설 순 없었다”면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앞으로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로 정리되는 것 같다.

여론의 반발, 명쾌하게 해명되지 못하고 계속 추가되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여기까지 온데는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몫이 매우 컸다.

야당의 큰 호재이자 여당의 악재인 조 장관 논란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야당의 지지율은 거의 변화가 없거나 소폭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여당 지지율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 호재를 통한 반사이익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당청이 이같은 야당을 믿었기 때문에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도층 등 지지층 일부가 이번 일로 인해 이탈하는 기미가 보이지만, 이들이 무당파 정도에 머물러있지 야당 지지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란 ‘믿음’은 강했다.

제3자가 보기에도 그런 계산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청와대나 여당에서 어떤 악재가 나오더라도 지지자들이 차마 야당으로 넘어가진 못하고 있다. 쓰나미를 막아주는 굳건한 방파제, 배에서 물이 새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격벽에 다름 아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피켓팅을 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후에도 '헛발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피켓팅을 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후에도 '헛발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호재 활용못하는 자유한국당, 조국 임명이후도 '헛발질'

장관 임명 이후부터 추석 연휴 전까지 며칠을 살펴봐도 그렇다. 조 장관은 여전히 어려움에 처했다. 사모펀드에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들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고,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이 검찰총장은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야당은 여전히 조 장관을 도왔다. 조 장관 공격에 가장 앞장섰던 장제원 의원과 나경원 원내대표에게서 동시에 자녀 문제가 터졌다.

두 여성 의원이 릴레이로 삭발에 나서며 결기를 표출했지만 현장에선 ‘조국 파이팅’이라는 엉뚱한 구호가 나왔다. 실은 믿는 구석이라곤 윤석열 검찰총장 밖에 없으면서 특검 이야기를 꺼냈다가 다른 야당들로부터도 면박을 당했다.

여권 입장에서 조 장관 사안은 한국당 혹은 보수진영과의 진영적 대결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였다. 무당파, 혹은 여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한국당이 그런 어려움을 해소시켜 주고 있으니 어찌 고맙지 않겠나? 하지만 여권도 한국당만 계속 믿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한국당이라는 방파제가 무너지는 순간 그때가 바로 여당의 진짜 위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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