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LG vs SK 배터리 전쟁, 자존심이냐 실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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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LG vs SK 배터리 전쟁, 자존심이냐 실리냐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19.09.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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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은 누구 기술이 우위인지 확인하는 기회...글로벌기업에는 흔한 일
LG화학, 견제심리와 기술적 우위 자신감에 소송 시작한듯
SK이노, 소송외 선택여지 없어...소송비용 매몰전략으로 판 흔들기
정부와 언론 섣부른 '중재 유도' 도움안돼...소송결과, 큰 동력될 것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LG화학이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데 이어,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30일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ITC에 맞제소했다고 밝혀, 전장이 넓어지고 전면전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이런 국내 기업 간의 다툼이 한국 배터리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우려가 있고, 비용측면에서도 과거 미국에서 벌어진 소송 중 상당수가 막대한 소송비용을 소비한 끝에 합의가 성립된 점을 감안하면 소송 당사자 모두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예상도 기우(杞憂)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에게 분쟁의 발생과 그에 따른 소송은 불가피한 것이며, 오히려 소송을 통해서 특허, 기술의 우위 등 실력을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10월에 중국 배터리 회사인 ATL을 '안전성 강화 분리막 기술 특허 침해'로 ITC에 소송을 제기해 올해 초 ATL의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이렇듯 소송으로 인해 국가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비판이 타당한가, 반대로 소송을 통해 정당하게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소송 외에 달리 분쟁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나아가 이번 소송전이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이지도 궁금해진다.

올해초 신년회에서 최태원 SK회장(오른쪽)이 구광모 LG회장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기업중 배터리 생산 선발업체인 LG화학과 후발업체인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기술관련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간 소송전의 일반적 양상

필자는 기업 간의 소송전을 많이 경험해봤다. 시작때는 자존심 대결 경향이 강하다. 자존심 때문에 시작한 소송이 소송 남발로 이어지고, 당사자는 점점 지쳐가면서 소송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단계를 지나게 되면, 양 당사자는 이성을 되찾고 협상 가능성 및 유불리를 정교하게 따지게 된다.

이때 소송을 계속 GO 할 것인지 STOP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당사자 모두 GO했을 때의 엄청난 손해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둘다 GO를 망설이고 있을 때, 피해가 더 심각한 측에서 조금 숙이고 들어오게 되면 전격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중재가 있으면 더 이른 시기에 원만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정부의 중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여부와 그것이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LG화학이 소송전을 택한 이유

그렇다면 LG화학이 구사하는 소송전략과 그 판단의 근거는 무엇일까?

첫째, LG화학이 국제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견제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영업비밀 침해를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급격히 팽창 중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후발업체를 견제하겠다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다.

둘째, LG화학은 기술적 우위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소송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에 따르면, 국제 특허 분류 H01M 관련 등록·공개 기준 특허는 LG화학이 1만6685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이다. 단순 숫자만 보더라도 LG화학이 14배 많다. 연구개발비를 보면, LG화학은 지난해 전사 연구개발비로 1조원 이상, 이 중 전지분야에만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배터리 등 전사 연구개발비가 2300억원 정도다.(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

LG화학은 대법원 전직금지가처분 승소라는 '창'을, 특허의 수적 우위라는 '방패'를 들고 전쟁에 임하고 있다. 나아가 LG화학은 특허 맞소송도 계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맞소송 전략을 택한 이유

반대로 SK이노베이션은 왜 화해가 아닌 맞소송 전략을 선택했고 그 근거는 무엇일까?

첫째,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자존심상 굽히고 화해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꺼내들 수 있는 '창'이나 '방패'가 마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맞소송을 제기한 후 여론전에 집중하며 ‘국익’을 운운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감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SK이노베이션도 2차 전지 핵심소재(전극, 분리막)에 있어서는 LG화학보다 앞서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된 분리막 코팅 특허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사실상 이겼다고 자평하며 이번 소송전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소송전 또한 난타전으로 이끌고 가 대법원 판결로 약세에 있는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하고 있다. 사실 이런 전략은 흔히 쓰는 전략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유용한 전략이기도 하다.

LG그룹에 비해 자본여력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SK그룹이 소송비용을 과다하게 매몰시켜 협상을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판을 흔들고 뒤집어 결국 동등한 입장에서의 협상이 가능하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양사가 화해가 아니라 소송을 선택한 이유

반도체 다음 미래 먹거리가 자동차용 배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2025년이 되면 2차전지 배터리가 시장 규모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등에 따르면, 2017년 330억 달러(약 37조원)였던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600억 달러(약 182조원)로 커져, 1490억 달러(약 169조원)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시장이 더 커지기 전에 각자 장점을 견고히 하고 후순위 업체와 격차를 벌여야 한다. 후순위 업체는 가능한 빨리 기술격차를 따라잡아야 파이를 나눠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올해초 신년회에 참석한 최태원 SK회장(오른쪽)이 구광모 LG회장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초 신년회에 참석한 최태원 SK회장(오른쪽)이 구광모 LG회장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기업간 분쟁에서 정부의 중재가 능사는 아니다

이렇듯 당사자들끼리 온갖 전략을 세워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현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섣불리 중재자로 나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과거 LG화학, SK이노베이션 양사는 정부 중재로 화해에 이른 적이 있다. 2011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코팅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했는데, 항소심 판결이 있은 후 대법원 판결을 앞둔 2014년에 합의에 이르렀다.

2012년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맞소송전도 비슷한 사례다. 당시 양사는 핵심 기술 및 인력 유출을 쟁점으로 부딪쳤는데, 국익을 고려한 정부가 중재에 나섰고 결국 화해했다.

그러나 전자는 3년의 기간 동안 원없이 치고받은 후 화해를 한 케이스이고, 후자의 경우 정부 중재가 중국의 추격으로부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글로벌 기업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유불리를 정치하게 따지고 그 수단의 하나로 소송을 택한다. 소송을 했을 때의 유불리는 당사자가 더 정교하게 계산하고 있다.

당사자들보다 계산이 빠르지도 않고 이해관계가 직접적이지도 않은 정부가 당사자를 중재한다는 것이 과거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현재는 그 가능성도, 효용성도 없어 보인다.

합의를 하더라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야 향후 유사한 분쟁에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한번은 기업들을 겁박해 합의를 강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데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중재를 압박하는 경우 어떤 위험이 있을지 예상해 보면, 정부의 강제 중재가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알 수 있다.

피튀는 전쟁의 예상되는 결론

현재 양사는 CEO 회동을 추진하는 등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ITC에서는 비교적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므로 대화를 하면서도 그 결과를 받아 볼 것이다.

다수의 제소와 맞제소가 벌어졌지만, 첫 결과를 받아들고 당사자들은 냉정하고 꼼꼼하게 유불리를 따질 것이다. 결과에 따라 한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로 삼을 수 있고, 한 회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대화에 나설 수 있다. 보상 논의도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

LG화학의 전직금지가처분소송 승소는 다른 재판 결과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혹자는 전직금지가처분 승소 판결을 애써 폄하하면서, 전직금지약정에 관해서만 판단한다는 것을 전제로 영업비밀보호와 관련성이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지만 이는 잘못이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 사건(수원지방법원 2018카합10106)에서 디스플레이 제작기술이 채권자(삼성디스플레이)의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채무자가 위 기술과 관련된 팀에서 장기간 근무하여 위 기술에 관한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 및 업무에 종사했다는 점을 전제로 전직금지가처분 인용판결을 내린 바 있다.

즉 영업비밀 등 핵심기술과 관련성이 없다면, 전직금지약정이 존재하더라도 전직금지가처분이 인용되기 힘들다.

나아가 LG화학의 전직금지가처분 사건에서 2년의 전직금지기간이 인정되었다는 점도, 실제로는 기술격차를 2년 정도로 판단한 것이다.(최근에는 대부분 전지금지기간 1년을 인정)

정부와 언론이 해야할 일

정부가 공익을 더 잘 생각할 수는 있지만, 기업은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는데 도사들이다. ITC의 첫번째 판단이 나오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협상과 합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셈법의 도사들인 기업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자존심으로 시작된 분쟁 양상이 오래 가지 못한다. 양사는 벌써 이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경험한 다수의 기업 분쟁이 그러했다. 그러니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

나아가 이런 소송전을 통해서 외국기업과의 미래의 소송전도 대비가 가능하다. 정부의 잘못은 이런 전쟁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 펼쳐지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소송과정에서의 기술유출의 우려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국내기업이 전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데 국내기업끼리 싸우지 말라는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끼리 담합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가전이 그렇고 반도체가 그렇다. 미래에는 2차전지가 그렇게 될 것이다.

국내 기업 간에는 지적재산권을 침해에도 맹렬히 싸워야 하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가 들어갔기 때문이고 투자에 비해 기술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재투자의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판결이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효력을 갖기 때문에 LG화학 입장에서는 소송에 지면 자칫 치명적 결과를 안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번 승소하면 전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기업보다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고 셈법도 정교하지 못한 정부와 언론은 잠시 뒤로 물러나 있자. 기업들은 그들의 이익에 따라서 협상하고 합의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물고 자양분이 되어 미래의 더 큰 싸움을 헤쳐나가는 동력이 될 것이다.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주)케이엘넷 준법지원팀 팀장으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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