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포르메] 스페인을 위협하는 경제위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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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포르메] 스페인을 위협하는 경제위기의 그림자
  • 최지윤 스페인 마드리드 통신원
  • 승인 2019.09.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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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 탈출한 스페인, 경제활력 다시 떨어지는 조짐
아르헨티나 정치 불안과 경제 혼란, 최대투자국 스페인에도 '큰 충격'
스페인 집권당도 안정의석 확보 실패...내외부 불안 극복할지 주목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경제 전문가들은 스페인에 다시 한번 큰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계속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 성장 침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 증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브렉시트, 미국-중국 간의 무역 전쟁,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유럽 경제 침체 등 스페인을 둘러싸고 있는 국제적인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페인 정부·기업·가계 경제활동 둔화세 

스페인의 GDP는 2018년에 전년 대비 2.6% 성장했지만, 2019년에는 2.3%로 감소했다. 국가 수요의 GDP에 대한 기여는 2018년 2.9%에서 올해 상반기 1.9%로 1%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종합 활동 지표(Synthetic Activity Indicator)는 2018년 5%로 조사됐지만, 올해는 2.3%로 대폭 감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판매량은 작년 3% 증가했지만, 올해는 2.2%로 소폭 감소했다.

소비 역시 둔화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의 소비자 신뢰 지수는 2018년 –4.2%였지만, 올해는 –4.7%의 수치를 드러냈다. 상품 수입 역시 둔화됐는데, 2018년 해외 구매는 5.6%였지만 2019년 현재 1.6%로, 4%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보아 경제 불황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스페인 은행의 재무 안정성 보고서(Financial Stability Report)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다. 이런 위험은 유럽과 중국에 집중된 세계 경제 둔화, 은행 시스템의 낮은 수익성 및 은행이 안고있는 고객소송 누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이유로 꼽혔다. 

이 보고서는 거시 경제 상태를 광범위하게 분석했는데, 현재 스페인 내에 부동산 거품이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재정위기 이전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경고도 했다. 기업에 대한 신용과 관련해서는 “소규모 기업, 무엇보다도 부동산 및 건설 부문에서 운영되는 기업이 가장 취약한 상황에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은행에서 새로운 대출을 받기 위한 조건이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서 경계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정치경제 혼란과 불안...스페인 경제에 직격탄

이외에 스페인 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국제적 이슈는 이런 것들이다.

먼저 아르헨티나의 정치 경제 불안이다. 지난 8월 아르헨티나의 야당 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예비선거에서 놀라울 정도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 소식이 시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최소 65대의 기록에 도달한 후 달러당 53.5로 15.27% 하락한 채 마감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식 시장은 현 정부가 최종 선거에서 패배할 것에 대한 우려로 역사상 가장 큰 하락폭(37%)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는 약 3300만 달러 규모의 부채를 재조정할 계획이며, 국제통화기금(IMF)과 기관 채권자들이 요구한 대출 상환에 대해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부채의 늪에 빠진 아르헨티나는  채무 상환 능력이 점점 줄면서 디폴트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IMF 대변인 게리 라이스(Gerry Rice)는 지난 8월 28일 “아르헨티나가 부채의 만기 기간을 연장하려는 것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정치적 상황이 스페인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페인은 미국에 뒤이어 아르헨티나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ICEX 데이터에 따르면 Telefónica(텔레포니카)는 스페인 기업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현재 2억 2천만 유로의 프로젝트에 아르헨티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Banco Santander(산탄데르 은행)와 Gas Natural 역시 아르헨티나에 많은 투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antander(산탄데르 은행)는 스페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은행으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에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라틴아메리카 지점들은 스페인 국내의 위험(유럽의 금리 또는 새로운 규제 등)으로부터는 보호받고 있지만, 외국 시장의 변동성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탓에 아르헨티나의 높은 인플레이션 및 정치적 상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산탄데르는 지난 9월 6일까지 176개 지점과 164개 사무실을 폐쇄했고, 추후에 175개의 사무실을 폐쇄할 예정이다. 

BBVA(베베우베아) 역시 아르헨티나 사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스페인 은행 중 하나이다. BBVA의 경우 주가가 사태 당일 거의 3%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회사는 작년에 이머징국가 통화 위기 속에서 아르헨티나 자회사인 Banco Francés(지분 66% 소유)로 인해 약 2억 75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페인 집권 사회노동당 과반확보 실패...또 총선 우려

그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스페인의 정치 상황 역시 스페인 자체 경제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가 이끄는 사회노동당(PSOE)은 지난 4월 총선에서 하원 의원 350석중 123석을 차지하며 의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국민당(PP)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과반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에 사회노동당(PSOE)은 급진좌파정당인 Podemos(42석)와 협상해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자칫 4년간 네 번의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길었던 재정위기에서 벗어날 희망을 보였던 스페인이 다시 위기에 빠지지 않고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최지윤 통신원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다.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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