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무 정색한 LG전자의 '삼성 비판' 광고...벤츠-BMW 사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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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무 정색한 LG전자의 '삼성 비판' 광고...벤츠-BMW 사례 어땠나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9.1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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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 7일 75초로 제작한 올레드 TV 광고. 사진=LG전자 유튜브 채널
LG전자가 지난 7일 선보인 올레드 TV 신규 광고. 사진=LG전자 유튜브 채널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LG전자가 최근 광고를 통해 삼성전자의 간판 제품인 QLED TV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LG전자는 지난 7일 75초로 제작한 올레드(OLED) TV 광고를 선보였다. 기존 60초 분량의 광고와 달리 15초를 더 할애해 자사 주력 기술의 장점을 세세하게 소개한다. 겉보기엔 ‘장점 설명’이지만 내용을 뜯어 보면 삼성전자의 ‘QLED TV’를 겨냥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컨대 A·B·F·U·Q·K·S·T 등을 차례로 바꿔가며 올레드 TV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유독 ‘Q’에서만 1초 정도 멈춘다. 동시에 “앞 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니까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나는 건 올레드 TV뿐”이라고 말한다. LG전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같은 광고를 제작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 부사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테크브리핑 행사에서 삼성전자 QLED 8K TV의 화질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이라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박 부사장은 “8K라면 ‘픽셀의 개수(화소수)’와 ‘50% 이상의 화질 선명도’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하는데, LG전자가 의뢰해 인증기관이 측정한 결과 자사 제품의 선명도는 90%, 경쟁사(삼성전자 8K QLED) TV는 12%가 나왔다”면서 “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8K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알리고 표준이 무엇인지 알릴 의무가 있다고 본다”며 “4K TV에서도 그런 적 없는데, 경쟁사가 왜 12%까지 선명도를 낮췄는지는 우리도 궁금하다”고 부연했다.

LG전자가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택한 것은 TV 사업 경쟁 구도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집계한 상반기 2000달러 이상 TV 판매량 수치를 보면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QLED TV는 96만1400대 판매했다.

반면 LG전자와 소니로 대표되는 OLED 진영은 51만4100만대에 그쳤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가 QLED에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는 LG전자의 공세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있다. 바로 맞불을 놓는 것보다는 QLED나 8K 역량에 집중하겠다는 모양새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끼리 경쟁업체를 공격하는 마케팅을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미 수많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비슷한 선례를 남겼다. 때문에 이번 LG전자의 마케팅 역시 이례적인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다만 지켜보는 입장에선 너무나 직접적이고 경직된 느낌마저 주는 공세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상대를 비판할 때일수록 이왕이면 유머와 위트를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실제 경쟁자에 대한 존중과 긴장, 유머를 모두 담은 마케팅 사례도 있다. 100년 넘게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벤츠와 BMW가 대표적이다.

BMW가 경재사 벤츠 CEO인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의 은퇴를 기념해 제작한 헌정 광고. 자사의 제품을 선전하면서도 경쟁사에 대한 존중도 놓치지 않아 글로벌 고객들로부터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BMW 유튜브 채널
BMW가 경쟁사 벤츠 CEO인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의 은퇴를 기념해 제작한 헌정 광고. 자사의 제품을 선전하면서도 경쟁사에 대한 존중도 놓치지 않아 글로벌 고객들로부터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BMW 유튜브 채널

디터 제체(Dieter Zetsche) 다임러 회장은 지난 43년간 입었던 ‘벤츠’ 옷을 던진 후 경쟁사인 BMW 광고에 출연(?)해 전세계 이목을 사로잡았다. 사실 해당 광고는 제체 회장의 은퇴에 맞춰 BMW가 공개한 광고다.

영상에는 제체 회장을 닮은 배우가 벤츠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는 본사 로비에 명찰을 반납하고,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후 벤츠 S클래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제체 회장은 집 앞에 자신을 내려준 차량이 떠나자 ‘BMW i8’을 타는 반전을 선보인다.

이어 ‘마침내 자유로워졌다’는 문구가 나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BMW 측은 “수년간 경쟁하도록 영감을 준 디터 제체, 고맙습니다”라는 헌사를 보낸다.

BMW의 유머가 담긴 은퇴 축하 영상에 벤츠 측은 트위터에 “고마운 제안이지만, 제체는 이미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EQ를 타기로 했다”고 받아쳤다.

자동차업계 전통의 라이벌인 두 회사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유머가 담긴 공세를 주고받았다.

BMW가 창립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16년 벤츠는 BMW 본사 직원들에게 “완전한 자동차의 역사를 구경하라”며 자사 박물관으로 초대했다. 1886년 설립된 벤츠의 역사가 더 길다는 것을 유머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양사는 유머와 감동을 섞은 경쟁을 통해 상호 단점을 보완해왔다. 벤츠는 ‘노인들이나 타는 차’라는 오명을 벗었고, BMW는 ‘도로 위의 제왕’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삼성과 LG 제품이 판매뿐 아니라 품질, 기술력 등에서 1위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상호 존경·존중을 담은 경쟁을 한다면 소비자 감동은 물론, 중국 등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위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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