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비명'..."제발 만기환급금 좀 찾아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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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비명'..."제발 만기환급금 좀 찾아가시라"
  • 임정빈 기자
  • 승인 2019.09.09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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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숨은 보험금'만 국내에 9조 8000억
만기 없는 연급 보험도 고금리 혜택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임정빈 기자] 실손의료보험 손해액만 5조원이 넘는 등 국내 보험업계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찾아가지 않는 만기 환급금 때문에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도 기준으로 국내에 일명 ‘숨은 보험금’만 9조 8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중 7조 4000억원이 지급사유 발생 후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중도보험금이다. 만기 도래한 보험금만도 1조 3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손해보험협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부터 가입자들이 숨은 보험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통합조회시스템을 구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당시 통합조회시스템 운영 홈페이지에는 ‘숨은 보험금’을 찾기 위해 수많은 이용자가 몰리며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중에는 높은 이율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환급금 수령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보험사 만기 안내에도... “보험금 안 찾습니다”

국내 보험사 중 하나인 한화생명 관계자는 “고객에게 직접 보험 만기 안내를 드려도 환급금을 찾아가지 않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되는 3년 동안 보험금을 안 찾겠다고 미리 말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한다.

그들이 돈을 찾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이율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 약관에 따르면 가입자가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는 경우 보험사는 예정이율에 1% 이율을 얹어 미지급 보험금을 적립해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년 전 예정이율 7%대의 보험을 가입했다면 만기 후 8%대의 이율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가 없다. 그나마 만기가 있는 보험은 3년이라는 보험 청구권 소멸 기한이 정해져 있다지만 연금 보험의 경우 기약도 없이 높은 금리에 돈을 계속 쌓아두어야 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물론 숨은 보험금 중에는 정말 몰라서 못 찾아 갔던 경우도 많다”며 “현재로서는 일부러 안 찾아가는 보험금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대신 몰라서 못 찾아가는 보험금에 대해서 캠페인을 강화해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또한 "보험금을 찾고 안 찾고의 문제는 가입자의 선택이다"면서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이 문제에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신의 숨은 보험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통합조회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사진=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 캡처
자신의 숨은 보험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통합조회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사진=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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