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가을 패션] ③ 메탈과 고딕, 글램 록으로 물든 록 패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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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가을 패션] ③ 메탈과 고딕, 글램 록으로 물든 록 패션 페스티벌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19.09.06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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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의 록 스피릿이 가을 트렌드에 불어넣은 강력한 에너지
눈이 부신 글리터 룩, 고전적인 로맨틱 룩과 함께 와일드한 가죽바지까지 등장
​2019 FW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사진=마이클 코어스 홈페이지)​
​2019 FW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 (사진=마이클 코어스 홈페이지)​

[오피니언뉴스=김서나 패션에디터] 성숙한 레이디라이크 룩과 정제된 미니멀 수트가 전면에 나선 올 가을 트렌드.

보다 젊고 과감한 스트리트 패션을 원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을 듯한데, 다행히도 그 대안은 마련되어있다.

1970~80년대의 록 뮤지션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록 시크 스타일이 그것.

 

◆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록커의 상징, 가죽바지

가죽 재킷과 블루종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기 좋은 아우터로 자리잡았다.

이번 시즌도 물론 예외가 아니지만, 재킷, 점퍼뿐 아니라 탑과 스커트, 코트, 그리고 수트까지 가죽 소재의 영역이 확장되었다는 것이 달라진 모습.

그 가운데 특히 록커의 상징으로 불리는 가죽바지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강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헤비 메탈 밴드의 록커들은 특유의 드레스코드가 있어왔다. 사회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임을 내세우기 위해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반항적이고 일탈적인 이미지의 패션을 선택한 것.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록 밴드들은 저마다의 개성대로, 컨셉대로 점차 비주얼에 변화를 주었지만, ‘80년대까지만해도 사자갈기와 같은 긴 머리, 블랙 컬러, 가죽 의상으로 대표되는 그들만의 드레스코드는 유지되었다.

특히 꼭 붙는 가죽바지는 당시 록커들의 트레이드마크였고, 금속 지퍼나 끈으로 장식이 더해지면서 더욱 거친 매력을 표출하는 역할을 했다.

바로 이러한 록커들의 가죽바지가 올 가을 트렌드로 떠오른 것인데, 타이트한 실루엣의 가죽바지가 리드하는 가운데, 헐렁한 배기 팬츠나 와이드 팬츠까지 다양한 스타일로도 전개되었고, 색상은 와인, 오렌지, 실버 등 과감한 컬러와 결합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블랙이 대세를 장악했다.

알투자라는 가죽 라이더 재킷에 같은 가죽으로 발목길이의 배기 팬츠를 함께 선보였고, 필로소피는 몸에 피트되는 매끈한 가죽바지와 섬세한 레이스 탑으로 여성스럽게 해석했는데, 이때 높은 굽의 구두와 코디네이트한 것이 공통점.

터프한 느낌의 가죽바지인 만큼 슈즈는 무게감을 덜 수 있는 날렵한 구두를 매치해 세련된 스트리트 룩으로 완성했다.

2019 FW 필로소피 컬렉션 (사진=필로소피 홈페이지)
2019 FW 필로소피 컬렉션 (사진=필로소피 홈페이지)

◆ 음산한 고딕 록이 스며든 다크 로맨틱 룩

중세의 암울한 분위기를 음악으로 연결시킨 고딕(Gothic=고스 Goth) 록.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매니아를 형성하며 명맥을 이어온 고딕 록은 어둡고 우울한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슬픈 목소리의 여성 보컬리스트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고,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어필하기 위해 밴드의 비주얼적인 면도 중요시했다.

창백한 얼굴에 짙은 아이라인과 검붉은 입술 색으로 메이크업을 하고 블랙 의상을 입은 모습이 고딕 록 밴드의 대표 이미지. 여성 멤버는 레이스와 코르셋, 볼륨 스커트로 여성미를 극대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고딕 록의 기운은 이번 시즌 프라다 무대에서 감지됐다.

프라다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매리 셸리로부터 영감을 받아 디자인들을 선보였는데, 어스름한 조명 아래 레이스와 꽃 장식이 더해진 블랙 원피스를 입은 모델들은 이와 대비되는 터프한 느낌의 부츠를 신고 등장했다.

반면 보다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가벼운 원피스로 제안되기도 했다.

섬세한 레이스에 주름, 러플 디테일이 어우러진 미니 드레스들은 고전적이면서도 무겁지 않은 고딕 로맨틱 룩을 보여주었고, 여기엔 필수적으로 블랙 타이츠가 매치되었다.

올 가을 타이츠는 여러 가지 색상과 무늬로 전개되며 눈길을 끌고 있는데, 고딕 테마에는 단연 블랙 타이츠가 선택되었고, 루이 비통 역시 러블리한 프린트 슬립 원피스와 블랙 타이츠로 반항적인 소녀 록커를 표현했다.

2019 FW 프라다 컬렉션 (사진=프라다 홈페이지)
2019 FW 프라다 컬렉션 (사진=프라다 홈페이지)

◆ 반짝이는 디스코 볼과 만난 관능적인 글램 록

블링블링 화려함을 원한 디자이너들은 1970~80년대 음악 장르 중 글램 록을 골랐다.

록큰롤에 팝과 현악 등을 믹스해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했던 글램 록은 데이빗 보위, 록시 뮤직 등의 주도 아래 ‘7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는데, 과도하게 꾸미기를 좋아했던 당시 글램 로커들의 비주얼이 대중에게 크게 어필됐었다.

음악에서 다양한 사운드의 혼합을 시도한 만큼 패션에서도 난해한 컬러와 소재, 패턴도 거리낌없이 사용했고, 보다 현란하게 관능적으로 스타일링했던 것이 특징.

이번 시즌 글램 록 뮤지션에 주목한 파코 라반은 메탈 소재가 주는 광택에 화려한 꽃무늬와 야성적인 애니멀 패턴을 적절히 믹스매치시켜 세련되게 업데이트된 글램 룩으로 내놓았고, 알베르타 페레티는 실버와 핑크 빛이 패치워크로 만난 의상에 반짝이는 러플을 달아 걸리쉬한 감각의 클럽 룩으로 연출했다.

한편 글램 록은 같은 시대에 댄스 차트를 휩쓸었던 디스코 뮤직과 합세해 가을 트렌드를 공략하기도 했다.

비즈와 시퀸, 크리스탈 장식들이 디스코 볼처럼 빛을 발했고, 네크라인과 어깨, 끝 단에 둘러진 깃털 장식은 리듬감을 전했는데, 이와 같은 모습은 마이클 코어스의 패션쇼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특유의 럭셔리 젯세터 스타일을 바탕으로 ‘70년대의 디스코 클럽 ‘스튜디오 54’의 컨셉을 가져와 섞은 마이클 코어스는 흐르는 듯한 실루엣의 광택 원피스들로 무대를 채웠고, 특히 나풀거리는 프린지가 달린 드레스들은 마치 공연에 나서는 매혹적인 댄서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주었다.

2019 FW 알베르타 페레티 컬렉션 (사진=알베르타 페레티 홈페이지)
2019 FW 알베르타 페레티 컬렉션 (사진=알베르타 페레티 홈페이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뮤지션들의 음악과 그들의 패션을 함께 만나는 것도 이번 가을을 즐기는 한 방법.

마음에 드는 장르와 함께 가벼운 일탈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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