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장남 마약사건에 북미사업 · 경영승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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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장남 마약사건에 북미사업 · 경영승계 '먹구름'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9.05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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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유력 후계자 마약 스캔들에 이미지 타격 불가피
누나 이경후 역할 주목…당분간 자숙 분위기속 공백 메우기
이선호씨, 유죄 판결후 복귀해도 외부 주주 '거부감'·스튜어드십코드 부담될듯
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 사진=CJ
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 사진=CJ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CJ그룹 후계 1순위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29)이 변종대마를 밀수입한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이면서 그룹의 북미 사업과 경영 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34)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지만,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깊숙히 몸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5일 재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는 이날 이선호 부장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주위에 전혀 알리지 않고 전날 오후 6시20분쯤 스스로 인천지검을 찾아가 스스로 수갑을 차는 모양새를 택했다. 

또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 부장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그룹측은 전했다. 

◆'한류 문화' 이끈 CJ, 그룹 이미지타격 불가피할 듯

재계에서는 이재현 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 부장이 깊이 반성하고 있는 심정과는 별개로 CJ그룹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기업의 주력 사업이 대중과 맞닿아 있는 '식품·문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마약 스캔들에 휘말린 다른 어떤 그룹보다도 사업적인 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CJ그룹 후계구도가 심하게 흔들릴 수도 있다. 이 부장이 향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사내 징계와 주주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향후 등기이사 선임등에서 소액주주는 물론 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행사에 직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  

회사 내규에는 유죄판결을 받은 직원에 대해 사측이 징계 처분을 위해 인사위원회를 열도록 되어 있다.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에서는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도 등기임원 선임은 가능하다. 그러나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때 연기금, 기관 투자자등 외부의 주요주주들이 선임이 찬성할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당분간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어렵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스튜어드십코드 안착과 주주권 행사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각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투자 대기업의 대주주 견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근희 CJ주식회사 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CJ글로벌데이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CJ
박근희 CJ주식회사 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CJ글로벌데이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CJ

◆미국 중심 글로벌 진출, 직간접 타격 우려  

당장 가장 큰 문제는 CJ의 글로벌 진출과 밀접하게 연결된 북미 사업 차질 우려다.

이 부장은 지난해 말까지 미국의 냉동식품회사 슈완스컴퍼니 인수과정에 필요한 PMI(기업 인수합병 후 통합관리·post-merger integration) 작업을 담당하는 팀에 배치돼 근무해왔다.

슈완스 인수는 이재현 그룹회장이 직접 챙기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그룹은 ‘월드베스트·그레이트 CJ’ 달성을 위해 글로벌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북미시장은 이를 담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근육과 신경이 점차 소실되는 유전병으로 투병 중인 이 회장이 지난 4월 LA를 직접 방문한 것이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또한 지난해 연말에는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직접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기도 했다.

이 회장은 당시 “향후 1~2년의 글로벌 성과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주문하면서 “2005년 LA에서 글로벌 도약을 선언한 이후 13년동안 글로벌 사업은 큰 성과 없이 더디게 성장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식품 HMR, ENM 드라마 등 일부 사업적 성과가 있지만 아직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라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며 “2019년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시기로, 절박함을 갖고 특단의 사업구조 혁신 및 실행 전략을 추진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한식의 글로벌化'를 이 회장이 외치고 강도높게 추진했지만 북미시장에서 냉동식품인 '비비고 만두'사업만 나름대로 성과를 냈을 뿐 외식사업은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가 있다.

그나마 냉동식품사업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슈완스 컴퍼니 인수까지 나섰고, 여기에 자신의 아들인 이선호 부장을 배치한 것은 그만큼 이 회장으로선 사업성과가 절실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부장이 슈완스컴퍼니의 투자성공을 통해 CJ그룹의 북미 사업 확대를 안정적으로 해냈다면 그룹 내 영향력 강화는 물론,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을 것으로 보인다

슈완스는 미국내 냉동산업 분야에서는 넘버 2로 알려진 대형 유통회사. CJ그룹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만두'외에 다양한 냉동식품을 슈완스의 유통망을 통해 북미시장 전역으로 판매 확대하는 전략을 세운 상태였다.

이번 사태로 이같은 북미시장 공략 전략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흐름도 일단 끊어지게 됐다.

그나마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상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게 그룹의 생각이다. 케이콘(KCON) 등 미국에서 달성한 해외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한 만큼 업무능력이 높아 동생인 이선호 부장 경영복귀까지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생이 큰 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에, 이 상무 역시 자숙하는 심정으로 후계구도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장이 CJ그룹 유력 후계자인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많은 변수에 직면하게 됐고, 이 부장 부재 기간 동안 누나 이 상무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이선호 부장이 평소에 착하고, 예의가 바르다는 평이 있어서 그룹내 임직원 모두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글로벌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돌발적인 악재로 그룹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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