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보잉 여객기를 대량 구매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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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보잉 여객기를 대량 구매한 까닭은?
  • 김인영
  • 승인 2015.09.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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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가의 반중국 정서를 누그러 뜨리려는 속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건넨 첫 선물은 보잉 여객기 대량구매였다. 중국 공상은행이 출자한 공은조임(工銀租賃)과 보잉사는 지난 22일 시애틀에서 여객기 300대를 구입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금액은 380억 달러, 한국돈으로 약 45조2,000억원에 해당한다. 시진핑이 미국에 건너가서 미국 보잉사에 큰 보따리를 푼 셈이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보잉은 중국에 여객기 조립공장을 개설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앞서 지난 7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에어버스 여객기를 20조원어치 구매했다. 리커창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에어버스에 선심을 쓴 것이다. 여객기 A330s 75대로, 구매 금액은 180억 달러(약 20조1,100억원)에 이른다. 앞서 지난해 3월 시진핑 주석이 유럽을 방문할때도 에어버스 여객기 구매 등 180억 유로(약 22조3,9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와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 정상들이 미국과 유럽을 방문하면서 비행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은 현지의 여론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항공수요국...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관계 활용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 항공제작사는 제조업의 정점에 있다. 연관 산업도 방대하다. 특히 보잉이나 에어버스는 전투기등 군수 분야를 안고 있어서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 국방부 고위층과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비행기를 대량으로 사줌으로써 중국에 대한 반대여론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1998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먼저 시애틀에 들러 보잉기를 대량구매한 적이 있다. 당시 나라에 달러가 극히 부족할 때인데도 불구하고 보잉 여객기를 대량 주문한 것은 IMF 구제금융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재무부를 설득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국방부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무부를 설득하려면 펜타곤을 우선 설득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보잉사 여객기를 사주고, 국방부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한국경제에 대한 재무부의 날카로운 시각을 누그러뜨리려는 작전이었다.

시진핑의 방미에서 쟁점은 중국인들의 인터넷 해킹과 남중국해 인공성 조성등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등 대선 주자들이 벌써부터 반중국 정서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보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항공시장에서 중국 수요가 가장 크다. 중국은 국토가 넓은데다 세계 최대인 15억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항공기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가장 크다. 보잉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동안 중국의 새 항공기 수요가 6,330대, 9,500억 달러(약 1,130조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으로선 수요자가 주도권을 쥐는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을 형성한 것이다. 미국과 사이가 틀어져 유럽에서 항공기를 전량 구매한다면 보잉으로선 큰 타격이고, 역의 상황일 경우 에어버스가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에서 반중국 정서가 강하게 형성되더라도 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관계를 활용해 여론을 움직일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부동산재벌 트럼프는 보잉의 중국 투자가 국내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노스찰스턴에서 열린 유세에서 "보잉이 비행기 300대를 팔지만, 중국 공장을 세우는 게 합의에 포함됐다"며 "거래는 결국 미국이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레이 코너 보잉 CEO. /연합뉴스

 

美행정부는 중국과 불편한 관계지만, 기업인들은 긴밀한 관계 원해

시진핑 주석은 22일 시애틀 웨스틴 호텔 대연회장에서 미·중 정·관계와 기업 CEO 등 내로라하는 인사 650여 명이 참가했다.

게리 로크 전 워싱턴 주지사 겸 전 주중 미국대사가 건배 제의를 했다. 시 주석의 오른쪽에는 마크 필즈 보잉사 CEO가, 왼쪽에는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 주지사가 밝은 미소로 시 주석을 환영했다. 헤드 테이블에는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중심으로 건너편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앉았다. 또 키신저 전 국무장관, 프리츠커 상무장관,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 마이크로소프트·보잉·스타벅스·IBM·듀폰 CEO들이 배석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측에서는 페니 프리츠커 연방 상무부 장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 에드 머레이 시애틀 시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재계에서는 보잉,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시애틀에 본사를 둔 기업을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듀폰, IBM 등 쟁쟁한 기업 CEO들이 대거 참석해 중국과의 협력관계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만찬 참가비는 3만달러(약 3,600만원)에 달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재계 인사들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시진핑 앞에 줄을 선 것이다. 시 주석은 미국 재계 인사들에게 “중국은 결코 패권(헤게모니)과 확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미국과의 선린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미국 기업인들을 통해 워싱턴의 비판적인 시각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측에서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리옌훙(李彦宏) 바이두(百度) 회장, 마화텅(馬化騰) 텅쉰(騰訊·텐센트) 회장, 양위안칭(楊元慶) 롄샹(聯想·레노보)그룹 회장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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