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에도 서울시민들의 ‘서울엑소더스’행렬이 줄을 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폭등하는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었던 이들은 집없는 설움에 조금이라도 싼 전셋집을 찾거나 대출받아 내집을 마련해 주거지를 옮긴 것이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8월 국내 인구이동’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국내에서 이사로 이동한 사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이상 증가한 61만9,000명이었다.
이중 가장 많은 인구가 빠져 나간 곳이 서울이었다. 이사철도 아닌데 1만2,911명 서울과 작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두배가 넘는다.
반면 순유입인구(전입에서 전출을 뺀)가 가장 많은 지역이 경기도였다. 9,781명이 추가로 경기도에 정착했다.
이는 2012년12월(1만5,303명)이후 32개월만에 최대치이며 8월 기준으로는 2010년8월(1만402명)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치솟는 전월세가격과 매매값으로 서울시민들이 서울엑소더스에 나선 결과라는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통계청은 “8월 여름에는 이사를 잘 안하는 시기인데도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예년에 비해 인구이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특히 신규 입주 아파트가 위치한 경기 화성시(동탄)와 남양주시에 인구 유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매매 거래량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8월 주택매매 거래량이 무려 9만4,000건에 달했는데 이는 2006년이후 최고 건수였다.
서울 전세입자들이 올들어 전세금 폭등에 비명소리를 내고 있다. 전세금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대까지 치솟는 상황이다.
9월 전국 아파트 평균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이 70%를 넘어섰다. 수도권 아파트중 전세가율이 90%이상인 곳도 10%에 달한다고 한다.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찾기 힘들자 평수를 줄이거나 연립·다세대로 옮겨다니다 서울외곽도 힘들어 이제는 수도권으로 쫓겨나 듯 주거지를 찾아나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세세입자들은 전세값 급등과 매물부족이라는 이중고에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웃도는 ‘깡통 전세’까지 신경쓰야 하는 처지다. 결국 대출받아 집을 사는 사례가 늘면서 가계부채도 급등하는 추세다.
집가진 사람들은 1%대의 초저금리시대에 전세금 목돈을 받아 은행에 맡겨봐야 쥐꼬리 같은 이자 받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전세금으로 땅이나 집을 사자니 장기적으로 부동산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세가 점차 멸종위기종처럼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월세가 전세 자리를 대체되는게 시장논리고 돈의 생리인 것이다.
임대차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33%에서 2013년 39.4%를 크게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41%로 올라섰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올 1분기 월세거래량은 4만7663건으로 지난해보다 6.5% 증가했다.
정부도 이같은 추세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상황이라고 판단, 지난달부터 ‘월세통계’를 만들어 내놓았을 정도다.
월세시대가 가져온 ‘서울 엑소더스’행렬이 앞으로 본격적인 이사철에는 더욱 길어질 것이 분명하다.
심화되는 전세난을 해결할만한 해법도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집 없는 서민들의 한 숨 소리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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