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국을 제2의 드레퓌스로 만들어야 후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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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조국을 제2의 드레퓌스로 만들어야 후련한가
  • 한동수 기자
  • 승인 2019.09.04 15:04
  • 댓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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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금융산업부장.
한동수 금융산업부장.

[오피니언뉴스=한동수 기자] 근현대 세계사에 인권유린 사례로 남았있는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프랑스에선 이를 ‘사건(L’Affaire)’이라고만 부른다. 프랑스인들은 지금도 ‘누구의 사건’이 아니라 그냥 '사건'이라 하면 무려 120여년전 벌어진 이 일을 떠올린다.  이 사건은 ‘드레퓌스 사건’이다. 

19세기말 황제 나폴레옹 3세는 프로이센(옛 독일)을 침략했으나 두 달 만에 전멸 당한다. 심지어 황제는 포로로 잡혔다. 영토도 빼앗겼다. 프랑스 동부 ‘알사스-로렌 지방’이 프로이센 령으로 넘어갔다. 패배의 원인을 찾던 중 프랑스의 군 기밀을 프로이센에 넘겨 준 간첩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이 때 간첩 누명을 쓴 건 포병장교였던 알프레드 드레퓌스(Alfred Dreyfus)대위 였다. 증거는 없었다. 재판부가 드레퓌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유일한 증거는 간첩이 프로이센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였다. 이 편지에 씌여진 글씨체가 드레퓌스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들이 봤을 때 (글씨체가)비슷하단 것만으로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왜냐면 드레퓌스는 패전이후 프로이센에 내 준 알사스 출신인데다 프랑스인들이 싫어하는 유태인이었기 때문이다. 국민 감정을 건드리며 간첩으로 몰아 세우기에 용이했다. 맨 처음 드레퓌스를 간첩으로 지목한 프랑스군과 이에 동조한 정치집단 그리고 언론. 드레퓌스가 간첩이 되고 종신형을 선고받아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감옥에 수감되기까지 긴 시간은 필요 없었다. 

패전으로 실추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떤 핑계라도 만들어야 했던 당시 프랑스의 정치인·군인 등 권력집단은 한 개인의 인생이 누명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언론조차 진실을 파헤치려 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없이 드레퓌스가 간첩이 되고 종신형을 선고받는 데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3년이 지나 진범이 붙잡혔다. 당시 프랑스 권부는 더 나쁜 짓을 모의했다. 보병장교였던 에스테라지라는 진짜 간첩이 확인됐지만 이를 숨긴 것이다.

간첩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구명하기 위해 1898년 1월3일 프랑스의 일간지 로호르에 에밀 졸라가 기고한 '나는 고발한다(J'Accuse)'. 사진=위키피디아 캡쳐.
간첩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구명하기 위해 1898년 1월3일 프랑스의 일간지 로호르에 에밀 졸라가 기고한 '나는 고발한다(J'Accuse)'. 사진=위키피디아 캡쳐.

에밀 졸라가 1898년 1월3일 일간지 로호르(L’AURORE·여명)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려 J’Accuse(나는 고발한다)를 기고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에밀 졸라는 기고문에서 “나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서 “내가 공범자가 된다면 앞으로 내가 보낼 밤들은 무고한 사람들의 유령이 가득한 밤이 될 것”이라고 글을 쓴 목적을 밝혔다. 드레퓌스 사건으로 새겨진 세계사의 한 편이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세상을 뒤덮었다. 120여년 만에 책에서 읽었던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이 한국에서 재현되는 듯하다. 증거가 없는 주장만 난무하고 조 후보자와 그의 가족들을 범법자로 몰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과 보수 언론 등을 통한 이성을 잃은 듯한 무차별적 검증 폭격은 전(前) 정권에서 앞장서 챙겨 온 교육·자본시장의 제도까지도 몽땅 특혜이자 범법 행위로 둔갑시키고 있다. 심지어 공익제보라는 명분을 앞세워 조 후보자 가족의 개인정보까지 공개되고 있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이미 인권 유린으로 변질돼 버렸다.  가까스로 오는 6일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4일 합의됐으나 이미 후보자와 친지들은 만신창이가된 상황이다. 

공직자에 대한 비리 의혹이 있다면 문제제기를 하고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 언론들이 터뜨리고 있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 과정을 보면 '편법·특혜로 단정→위법 논란 부추기기'로 공식화 돼있다. 자녀 특혜 입학, 신청도 안한 장학금, 탈법적 재테크 등 부정한 혐의를 후보자에게 일단 뒤집어 씌우고 있다. 국민 감정을 건드리고 국민이 분노할 수 있는 혐의들을 일단 터뜨리고 보는 식이다. 이 과정에 증거는 없다.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뿐 이다.    

조 후보자 부인이 가입했다는 사모펀드가 문제라면 사모펀드 운용자를 불러 확인하면 된다. 펀드운용자가 해외에 나가 있으면 언론에선 피의자에게나 쓸 법한 해외도피로 낙인찍어 버린다.

펀드가 투자한 회사가 매출신장을 했다는 정황이 나오면 매출 신장이 투자금 때문이라는 가정은 온데 간데 없다. 오로지 조 후보자의 입김 때문에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단정지어 버린다.

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우회상장도 문제가 된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이 우회상장을 했다고해서 현행법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다. 이미 코스닥에 입성한 여러 기업들이 우회상장한 회사들이다. 사모펀드 가입과 투자 기업의 우회상장 시도는 위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위법한 증거를 찾기전 혐의를 덮어 씌우면 안되는 것 아닌가. 심지어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한 마당에 온갖 추측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 

조 후보자 딸의 입시와 장학금 그리고 논문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외국어고등학교 등 에선 전문직 학부형들로부터 학생들이 과외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하는 프로그램이 적극 장려됐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그의 딸이 등재됐었다는 것이 문제다. 제 1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지도교수의 진술을 제대로 듣고 판단해봐도 늦지 않은 데 말이다.

이 논문으로 고려대에 입학했다는 근거도 확실치 않다. 이 논문 덕분에 합격했다면 그 증거가 있어야 하고 고려대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 최근 중앙선데이와 인터뷰한 당시 고려대 입학처장은 조 후보자의 딸이 응시한 부문은 어학특기자 전형으로 외국어 능력이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큰 평가항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부정 입학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가 합격에 기여했다고 단정짓는 건 옳지 않다. 

이렇듯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을 놓고 보면 조 후보자 딸이 대학에 진학하는데 문제의 논문이 기여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것을 찾아내기 전까지 조 후보자 딸에 대해 입시부정을 논해선 안된다.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구경거리일 수 있어도 당사자에겐 앞으로 남은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장학금도 그렇다. 장학금을 수여한 기관과 개인의 입장을 명확하게 들어봐야 하고 진실이 뭔지 판단부터 해야 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에 대해서도 지도교수가 나서 부정한 방법이 동원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오로지 장학금 수혜자였다는 이유로 부정 수혜자로 예단해놓고 남이 받을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몰고 가선 안된다.

서울대 동문 장학금을 관리하는 관학회는 4일 조 후보자 자녀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신청을 안해도 지급되고 반환도 안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의혹은 이렇게 해소하면 되는 것이다.   

이외 조 후보자의 부친이 인수했던 웅동학원 문제와 동생의 채무관련 문제도 하나하나 증거를 가져와야 한다. 증거를 놓고 따져봐야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청문회 또한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지나갈 일 아닌가. 그러나 당하는 이에게는 남은 인생이 달린 문제다. 그래서 함부로 비방하고 조롱하고 법이 판단하기 전 누명을 씌워선 안된다.  

자유한국당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을 반대하고 전날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을 반대하고 전날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조 후보자를 겨냥한 증거없는 부정 논란에 양심에 상처를 입은 제2의 에밀 졸라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의 고입을 지도한 학원 원장, 논문을 지도했던 교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지도교수, 의전원에서 장학금을 지급했던 부산의료원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당사자들이다. 당사자들이 말하려는 진실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프랑스인들은 120여년전 발생한 드레퓌스 사건을 부끄러워 한다. 그리고 에밀 졸라를 자랑스러워 한다.

우리 모두가 에밀 졸라가 될 수 없어도 제2의 드레퓌스를 만들어선 안된다. 드레퓌스를 간첩으로 만든 것은 증거없는 누명을 받아적은 언론 이었고 이를 믿은 국민이었다. 그러나 그를 재심에서 구제하는데 맨 앞 줄에 섰던 이들 역시 국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목적을 갖고 있든,  어떤 집단이든, 국민에게 판단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거짓된 정보를 전달해선 안된다. 

앞으로 보낼 밤들이 무고한 사람들의 유령이 가득한 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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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2019-10-13 17:41:24
한동수기자님 그리고 오피니언뉴스 감사드립니다.
검찰개혁이라는 가치 하나를 보고 쫒다보니 어느 새 사람들이 저를 그의 지지자라고 부릅니다.
현재 저의 위치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감사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이 '보도'라는 두 글자가 얼마나 중한지에 대한 사고없이, 어린아이 마냥 손에 든 칼을 들고 망나니 짓을 하려고 계획하던 그 시점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겁니다.
언론의 개혁은 이런 작은 소리들이 모여서 이루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세상을 밝히는 등불같은 기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 2019-10-13 17:06:55
이 칼럼이 나온지, 한 달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검찰과 야당의 조국 장관 드레퓌스 만들기는 끝이 없습니다. 드러난 사실도 없고, 그들의 억지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많은 국민들이 그때처럼 휘둘리지 않는다는 거겠죠.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닙니다. 이 칼럼처럼, 죄가 밝혀지면, 그때 논해도 되는 문제이며, 그에 합당한 벌을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한 가족을 향한 무차별적인 폭력과 인권유린에 대해서, 검찰도, 야당도, 언론도 죄값을 치러야 합니다.
기자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른 기사도 찾아보겠습니다.

이종경 2019-10-13 16:50:49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부정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악질 수사관들이 된 것 같은 현 상황에
냉수 한 사발 같은 시원한 글입니다.

그라쿠스형제와 조국 2019-09-19 01:17:59
좋은 글 감사해요

홍길동 2019-09-14 13:57:40
이놈 개새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