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규 칼럼] 이재용 파기환송심 핵심쟁점은 '뇌물액수보단 적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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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 칼럼] 이재용 파기환송심 핵심쟁점은 '뇌물액수보단 적극성'
  •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 승인 2019.09.02 10: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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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이재용 뇌물액 증가 판단...2심서 '수동적' 인정시 큰 변수 안돼
대법원 "박근혜 뇌물요구 인정, 그러나 이재용 적극성도 인정"은 모순
원칙적으로 2심에 양형 선고 사실인정 전권있어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 변호사] 지난달 29일 국정농단 사건 주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뇌물죄를 다른 범죄와 분리하여 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심을 파기 환송했다.

하지만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은 아니기에 환송심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의 경우도 강요죄가 무죄 취지로 파기되기는 했으나 전체 범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큰 변화가 예상되진 않는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는 달랐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과 정유라에게 지원된 말 3마리 가격 34억1797만원이 추가로 뇌물로 인정됐다. 그 결과 뇌물의 총액이 86억8081원으로 늘었다. 항소심의 36억3484만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이 선고되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한데, 이미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징역형이 1년만 늘어나도 구속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뇌물의 액수가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징역형이 크게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선, 추가로 인정된 뇌물 중 34억1797만원 상당의 말 3마리와 관련된 부분은 이미 2심에서도 뇌물로 인정됐던 것이다. 2심에서는 말의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이 뇌물이라고 보았던 것인데, 대법원에서는 반대로 ‘사용권’이 아닌 ‘소유권’이 뇌물이라고 변경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새로운 범죄가 추가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새롭게 추가된 뇌물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전체 뇌물 규모에 비추어 보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70억 원의 뇌물공여죄가 인정된 신동빈 롯데 회장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지 뇌물 액수가 일부 증가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지난달 29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 등 대법관 전원이 참석, 선고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지난달 29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법정에 들어선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 등 대법관 전원이 착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핵심 쟁점은 뇌물의 성격’...‘적극적 아닌 수동적’ 판단시 감형 사유    

사실 뇌물의 액수보다 더 큰 문제는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승계’라는 현안을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 이상, 이재용 부회장이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판단도 가능해졌다. 뇌물의 성격이 180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뇌물의 액수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대법원 양형기준에선 ‘수동적 뇌물’은 감경사유로, ‘적극적 뇌물’은 가중사유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한 청탁이 존재하였다고 하여서 이를 곧 ‘적극적 뇌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2심에서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의 적극적 요구에 신동빈 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라는 이유로 감경사유가 인정된 바 있다.

이재용·신동빈 ‘적극적 뇌물’ 판단의 모순

환송심에서의 핵심 쟁점은 이 부분이 될 것이다. 이미 뇌물의 ‘액수’에 대한 판단은 정리가 된 만큼, 뇌물의 ‘성격’을 따지는 것만이 남은 것이다. 수동적 뇌물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액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행유예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실형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대법원은 최순실의 강요죄를 무죄로 판단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한 것은 맞지만, 이재용 부회장도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취지이다. 이는 다소 모순된 느낌이 없지 않다.

환송심에서 충분히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 양형과 관계된 사실인정은 원칙적으로 2심의 전권이어서 대법원의 판단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마무리 되어 가는 국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이슈가 이재용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인 셈이 되었다. 환송심에서의 쟁점은 비교적 간명해서 수개월 내에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이 그간 국정농단 사건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제 유종의 미는 서울고등법원의 몫이 됐다.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공인받아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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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ㅎㅈ 2019-09-02 14:03:46
그냥 대법원이 1심을 확정할 수도 있는데. 파기환송 해서 삼성이 또다시 시간끌기 하게 해준셈이 되었습니다. 김명 수 대법원은 안일하다는 것이 다시 증명된 듯합니다. 혹은 면피만 하겠다거나. 혹은 이정도로 충분하다거나 ... 어쨋든 속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