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문 열려있다"면서 SK-LG 배터리 왜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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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문 열려있다"면서 SK-LG 배터리 왜 싸우나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9.08.30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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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특허침해" LG화학·전자 美ITC에 제소
LG화학, "후발사가 선발社 특허침해로 제소하나"..맞불 제소도 검토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중에 '국내 기업간 해외서 소송전'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지난 4월 "영업비밀 침해"라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로 본격화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 갈등이 재점화됐다.

LG가 SK를 제소한 1라운드에 이어 이번에는 역으로 SK가 LG화학은 물론 계열사인 LG전자까지 '특허침해'를 이유로 ITC에 제소한 것이다. 차세대 먹거리사업으로 꼽히는 배터리사업의 주도권을 놓치 않으려는 LG화학에 맞서, 후발업체인 SK이노베이션이 맞불을 지르면서 국내 업체간 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업체당 변호사비용만 한달에 50억원씩을 소요하면서까지 징기간 극한 대립으로 가기보다는, 최고경영자간 또는 그룹 총수간 사과와 양보 등 화해책을 찾는 것이 국내외 경영환경에서 더 바람직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자사의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LG그룹의 LG화학과 LG전자를 미국에서 동시에 제소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소 대상에는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 4월 LG화학은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의 인력 76명을 스카웃했다며 반발한 것. 이에 SK이노베이션도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LG화학을 상대로 하는 ‘채무부존재(영업비밀 침해 없음) 확인’과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스카웃 절차를 진행한적 없이, 공고를 통한 채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직한 직원이 1300명이나 이르는 LG화학 직원들의 대거 이탈상황이 근본원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차세대 대표적인 먹거리 산업인 2차전지(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선발업체인 LG화학과 후발업체인 SK이노베이션간 신경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차세대 대표적인 먹거리 산업인 2차전지(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선발업체인 LG화학과 후발업체인 SK이노베이션간 신경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4월 LG화학 영업비밀 침해 제소에 이어 특허기술 침해 맞제소  

이번 제소는 LG화학의 첫 제소를 취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압박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SK는 자사의 특허침해를 기반으로 LG측이 영업 및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며, LG화학이 IR을 통해 밝힌 지난 1분기 말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110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이들 수주잔고에 해당하는 배터리 중 상당 제품이 이번 특허침해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면서, LG 두 회사가 패소할 경우 손해 배상 등 금전적 부담과 수주 물량의 공급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윤예선 대표는 “이번 제소는 LG화학이 4월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건과는 무관한 핵심기술 및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며 “회사는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국내 기업간 선의 경쟁을 통한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인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해 오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쏟아지는 악재로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추가 제소를 한데 대해 SK이노베이션도 부담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 임수길 홍보실장은 이와 관련 “정당한 권리 및 사업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에까지 왔지만, LG화학과 LG전자는 소송 상대방 이전에 국민적인 바람인 국민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 의미가 더 크며 이것이 SK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LG화학 "특허기술이 누가 더 많은데"...후발업체 추격에 긴장

그러나 LG 계열사들은 이같은 맞제소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공식 입장을 내고 "SK가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회를 제의한 적이 없고, 잘못을 인정하는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도 없었다"며 "LG측에 대한 보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SK가 특허침해를 이유로 제소한데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회사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2차 전지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며 "LG화학의 특허건수가 1만6685건인데 빈해 경쟁사(SK)는 1135건으로 양사간 14배이상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경쟁사측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인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인지 매우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LG화학은 나아가 자사 보유 특허에 대한 SK측의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조만간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배터리 제조기술 분야 선발 업체로서 후발업체인 SK이노베이션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은 "만약 후발업체가 손쉽게 경쟁사의 핵심기술 및 영업 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이는 곧 산업 상태계 및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SK측 관계자는 "그동안 화해를 시도하고, 정부에 중재도 요청하는 등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만한 해결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간 갈등이 지속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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