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연대 예고한 31일 집회 전격 취소
현지언론, 시민들 자발적 참여시 경찰 강제진압 우려
SNS로 주말 집회 참여 독려 확산
[홍콩=이지영 통신원] 홍콩 자치정부가 비상계엄보다 강한 긴급법을 사실상 발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콩경찰이 시민연대의 이번 주말 집회를 불허한데 이어 30일 오전 홍콩 시위의 상징인 조슈워 웡(黃之鋒·Joshua Wong)을 비롯한 시민운동가와 정치인들을 긴급 체포했다.이는 홍콩 자치 정부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반 송환법 시위에 전면전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현지시간) 지하철 허라이즌스(海怡半島)역 앞에서 홍콩 경찰은 경찰차로 조슈워 웡씨를 포위한 후 긴급 체포했다.
조슈워 웡과 같은 정치 단체인 홍콩 데모시스트(香港眾志)의 앤드루 차우(周庭)도 이날 오전 자택에서 체포됐다. 이날 오전 두 사람은 완쯔(灣仔)에 있는 경찰 본부에 이송됐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6월21일 경찰 본부 포위 시위에서 불법 집회를 주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간인권전선(民陣)은 경찰이 이미 이번 주말집회신고를 불허한데 이어 조슈워 웡 등을 체포하자, 이번 주말 집회를 취소한다고 공식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시위 참여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홍콩 독립을 주장하던 앤디 찬 호틴(陳浩天) 전 홍콩민족당(香港民族黨)대표도 체포됐다. 앤디찬 대표는 지난 29일 홍콩에서 일본으로 출국하려다간 홍콩국제공항세관에서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앤디 찬은 지난달 31일 성수이(上水)시위에서 폭동과 경찰을 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정치인과 시민운동가 체포가 전격적으로 벌어지기 직전, 홍콩내에선 백색테러도 일어났다.
이번 주말 시민 집회를 신청했던 홍콩 민간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는 지난 29일 시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복면을 쓰고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든 괴한 2명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같은 날에 지난 달 27일 윤롱(元朗)시위를 대표로 신청했던 종건편(鍾健平)도 폭행을 받았다. 종건 편은 현지언론 기자와 인터뷰 도중 남아시아 남자 4명이 철봉 및 우산으로 습격당했다. 종건 편은 등과 손 등에 부상을 입었지만, “경찰을 믿을 수 없어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주말 예고된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정부가 비민주적인 백색 테러를 눈감아주면서 시민연대 대표자급 인사들을 체포해 대규모 시위 차단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체포된 시민 활동가 조슈아 웡은 17세였던 지난 2014년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혁명’의 주역이었다. 웡씨는 당시 시위 주동혐의로 구속돼 형기를 마치고 지난 6월 출소한 후 현재 벌어지고 있는 범죄인인도법안 반대 시위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 홍콩 경찰은 이번 주말인 31일과 9월1일 예정된 홍콩 민간인권전선이 주관하는 대규모 시내 집회를 불허한바 있다. 지난 6월부터 이번 홍콩시위가 시작된 이래 홍콩 경찰이 집회신청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시민연대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이번 주말 시위를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집회 불허와 시위 대표자 긴급 체포 등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이번 주말 집회 일시와 장소가 SNS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언론에선 자발적으로 모여든 시민들이 집회를 강행할 경우 경찰의 폭력적인 강제진압을 우려하고 있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