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늪에 빠져 버린 ‘인간 양현석’의 몰락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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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늪에 빠져 버린 ‘인간 양현석’의 몰락이 안타깝다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08.3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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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한때 그는 우리나라 대중문화 지형도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멤버였다.

탁월한 춤 솜씨와 순진한 말투는 트레이드 마크였고 그런 이유로 ‘양군’이라는 친근한 별명도 생겼다.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뒤에는 팬들이 지어준 이 별명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이름이 됐다. YG엔터테인먼트가 바로 그것. 

프로듀서로 전향한 후 날개를 단 듯 승승장구하는 양현석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였다. 과거에 보여줬던 연예인으로서의 재능뿐 아니라 사업가적인 역량까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데려다 키운 가수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무대 위와 무대 뒤 모두에서 빛나는 모습이었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도 K팝이 자리매김하는데 선봉장 역할을 하며 거침없이 직진했다. 이로써 YG엔터테인먼트는 연예인 지망생들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대형 기획사가 되었다. 마이더스의 손, 그는 분명 능력자였다. 

◆양현석의 몰락으로 드러난 민낯

그러나 몇 달 전부터 뉴스의 사회면 기사를 장식하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양현석이다. 그는 동남아 유력인사에게 성매매 접대 알선 의혹과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되어 경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중을 향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다. 어떤 의미에서 ‘사과’라는 것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 되기에 조금이라도 떳떳한 척을 할 필요가 있었던 걸까.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모습은 진정성 여부를 떠나 대중에게 취해야 할 기본적인 형식조차 내팽개친 듯 뻔뻔해 보였다. 

그가 미국의 한 호텔 카지노의 VIP손님이었다는 제보를 들춰보니 한 번에 17시간동안 바카라를 즐기고 한판에 평균 400만원의 판돈을 걸었단다. 이걸 다시 계산하면 무려 40억원 가까이를 도박에 사용한 셈.

카지노에 현금 15억원을 예치해 둔 덕분(?)에 도박은 신용만으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환치기 수법까지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도박자금에 회사 돈이 쓰였는지도 알 수 없다. 

해외 원정도박은 양현석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고 하는데, 일반인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숫자 놀음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쯤 되면 도박중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입건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피의자 신분으로 2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입건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피의자 신분으로 2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그에게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속 가수들의 잦은 일탈은 항상 축소보도 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이번 수사 과정 역시 ‘보여주기 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상황이다.

거기에는 양현석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는 등 각종 '카더라' 소문만 무성해 왔다. 공론화 되지 않았을 뿐, 그의 성공가도에는 늘 이렇게 어둠이 함께 존재해 왔다. 

◆마지막 양심조차 저버린 행태

보도를 통해 하나 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지만 밤샘 경찰조사 결과 그는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고 한다. 일단 다음 달이면 성매매 알선 의혹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혹시 최대한 시간 끌기 작전으로 버티면 그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원정도박 혐의에 대해서도 일단 버티면 그만이라는 계산으로 대응한 것은 아닐까.

그에게 어떠한 의혹이 제기된다 하더라도 이제 대중은 더 이상 놀라워하지 않을 것 같다. 양현석, 이제 그의 이미지는 완전히 몰락했고, 기대감은 사라졌다. 잦은 범죄 혐의로 성공에 대한 상실감조차 무감각해진 상태다. 이는 공인(公人)에게 가장 슬픈 일이다. 

그가 지금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최선이다.

인간에게 기대하는 마지막 양심조차 저버릴 텐가. YG 수장으로서의 몰락보다 더 안타까운 건 늪에 빠져버린 ‘인간 양현석’의 몰락, 바로 그것이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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