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2심 재판 남은 이재용...벼랑끝 삼성 '경영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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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심 재판 남은 이재용...벼랑끝 삼성 '경영 시계'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8.29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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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이재용 사건 파기환송…뇌물·횡령 재조정될 듯
삼성, 이재용 공백 리스크 커져…투자·고용창출 위기 우려
삼성, 3년 만에 첫 공식입장…
재계 “반성·재발방지 간절함 호소 느껴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요 사업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요 사업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게 지원한 말 세 마리,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또 다시 ‘총수부재’라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으로 삼성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발표, (이 부회장이)다시 한 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또 발생한다면 국내 투자는 물론, 고용창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용 핵심 쟁점, ‘말필·영재센터’ 지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29일 오후 2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상고심 재판을 열고, 세 사건 모두 원심을 일부 파기,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부회장 사건의 핵심 쟁점은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갔는지, 그리고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청탁의 존재 여부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마필 지원 자체를 뇌물로 판단했다. 또한 제3자 뇌물혐의가 적용된 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16억여원에 대해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고 보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최 씨에게 말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필 지원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삼성 승계작업’ 존재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선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선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원심 파기...핵심 쟁점은 

대법원은 이 부회장과 정 씨에게 지원한 말 세 마리를 뇌물로 인정했다. 법률상 뇌물수수죄는 소유권까지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을 갖게 된 경우 이를 뇌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삼성의 경영승계 작업 존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부정청탁의 대상과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과 대가성이 특정되는 정도면 유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는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수수’는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을 갖게 된 경우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최 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 주고받은 명마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말에 관해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이 최 씨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은 뇌물수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에 대해 “부정청탁의 대상과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다”며 “공무원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과 대가성이 특정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원심이 부정 청탁 대상이 명확히 정의되고 뚜렷해야 한다는 근거로 삼성의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본 것은 이런 법리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에 비춰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이 말이 뇌물이 아니고, 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한 부정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무죄로 판단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범죄수익은닉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뇌물·횡령액 50억 추가될 가능성 커

대법원이 이날 말 세 마리 구입대금과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인정함에 따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뇌물혐의를 다시 판단하고, 뇌물액과 횡령액을 재산정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뇌물 금액은 기존 36억여원(코어스포츠 용역대금)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86억여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뇌물액이 삼성법인 돈을 이용한 점을 고려하면 ‘횡령액’도 늘 가능성이 크다. 파기환송심에서 횡령 액수가 50억원 이상이라고 인정되면 이 부회장은 재구속될 수도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서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형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다만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미르·K스포츠재단 혐의(204억원)는 무죄를 확정했다.

만약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이 정상참작 등을 토대로 형량을 2분의 1까지 줄여주는 작량감경이 이뤄지면 집행유예 선고를 기대할 여지는 남아있다. 그러나 다른 혐의들도 여럿 유죄로 인정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재계, 이재용 인신 불확실성에서 불안감 덩달아 커져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인신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일본 수출규제 이후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삼성전자 주력 사업장을 점검하는 등 현장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삼성전자 온양·천안사업장 점검을 시작으로 평택사업장(9일), 광주사업장(20일)을 방문했다. 이어 지난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신기술 개발 등 미래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또 지난달 직접 일본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 핵심소재 확보에 주력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포토레지스트’를 두 차례 수입(수출규제 이후), 최대 6개월 이상의 재고를 확보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여기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레이트 왕세자,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및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등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쉼 없이 회동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이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삼성을 압박하고 있어 미·중 무역분쟁의 불통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삼성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비(比)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로 육성하고, 1만5000명을 직접고용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는데, 이 부회장의 다시 구속될 경우 추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상 재계의 투자 및 고용창출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픽사베이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픽사베이

◆삼성 내부 위기감, 외부에서 느끼는 것보다 커…만신창이

삼성 측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2016년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절박감과 반성, 재발방지 등을 뒤섞인 심정일 것"이라며 “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수사를 낳고, 수사결과도 나오기도 전 경영진이 여론 재판의 피의자 신분이 돼 리더십이 마비되는 악순환에 대한 답답함과 위기감을 호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삼성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가 이어지며 리더십과 내부사기 등에서 만신창이가 됐다”며 “이 가운데 실적 악화와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갈등 격화 등이 겹치는 ‘퍼펙트스톰’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임직원들의 도전정신이 필요로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와 압수수색으로 임직원 모두가 위축돼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으로 ‘더 늦으면 안된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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